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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빈 Dec 18. 2022

여어- 히사시부리! (방구석 일본어 41)





가끔 생각하는 나의 장례식. 아쉽게도 나는 함께할 수 없어서 알 길이 없겠지만, 누가 날 위해 마지막 인사를 건네러 와줄까. 아니 이미 떠난 나를 추억하러 오는 것이니 남아있는 사람들이 오랜만에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내가 마지막으로 마련해주고 떠나는 걸까. 바꾸어 생각하니 많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한다. 살아있는 동안에 즐겁고 싶다. 나 때문에 누군가 힘든 건 썩 마음이 편치 않다. 


이런 이기적인 마음 탓인지, 관계의 폭과 너비가 썩 크지 못하다. 전전하던 직장에서는 그 순간에 충실하며 인간관계를 쌓아왔지만 떠나면 그만인 가벼운 그것도 나쁘지 않다. 억울함을 마음속 깊은 곳에 꽁꽁 숨겨두었다가 한 번에 펑- 터뜨리고 뒤돌아서면 되돌아보고 싶지 않은 과거가 되어버리니까. 기억은 남지만, 유쾌하지 않았던 기억 속 사람들까지 계속 가져가기는 싫은 마음은 뱉고 보니 꽤 이기적이다.


그런 나를 기억하고 찾는 사람이 있다. 어느 추운 겨울, 약속이 틀어질 수도 있었겠지만 예정에 없던 화물이 도착한 황당한 상황에 버럭버럭 화를 내던 나였는데도. 목소리가 너무 큰 당신에게는 볼륨 조정이 가능한 리모컨이 필요하겠다고 뼈 있는 농담을 던지던 나였는데도 그는 나를 잊지 않고 가끔 불쑥 연락을 주는 옛 동료이다.


한동안 관계가 끊겼던 사람들이 다시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하게 될까? 옛날이야기. 그때 누가 그랬었던 거 기억나냐며 새삼 새로운 정보를 알고 열 내기도 하고 추억에 젖어 이야기꽃이 만개한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 너무 빠져있다가는 코 앞의 현실에 치여 코를 베일 지도 모른다.


그는 이런 스몰토크에도 능하다. 자신의 현재를 소개하고 아직도 연락을 나누는 옛 동료들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나는 그를 매개로 옛 동료들까지 만나 추억을 이야기할 정도로 그리움이 진한 사람은 아니라, 그 정도의 이야기로 딱 좋다고 생각했다. 대신 언제나처럼 이기적으로 이렇게 이야기했다.


"다음에 또 근처 들를 때 연락해요. 밥은 내가 살게."


나밖에 모르고 편협한 관계를 지향하는 나이지만, 그처럼 묵묵하게 챙겨주는 사람이 있어서 별 일 없이 지내온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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