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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조 Jul 16. 2023

지금은 '안티프레질' 해져야 할 때

얼마 전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발표가 있었다. 컨센서스를 하회하는 물가 수준에 시장은 환호했다. 발표 이전부터 상승하며 결과를 기다리던 주가는 더 높은 가격으로 마무리되었다. 아직 주식시장이 물가 변동과 상관관계가 크다는 증거다.


물가와 커플링 되어 물가가 상승하면 떨어지고 물가가 하락하면 오르는 구조가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수만 가지 변수 중 물가 수준이 현재 시점에서 가장 큰 상징일 뿐, 더 강력해 보이는 무언가로 시선이 이동하면 이제 물가의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시기는 끝이 온다.


그 시기가 언제일지, 어디로 시선이 이동할지는 확신할 수 없다. 다만, 물가가 어느 정도 잡히고 나면 그다음으로 시선이 이동하게 될 것은 확실하다. 지금은 모두가 힘을 합쳐 물리쳐야 할 대상이 물가, 곧 인플레이션이지만 수요에 기반한 인플레이션은 금리인상으로 대표되는 금융 긴축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우크라이나 전쟁 및 코로나 버블 시기를 지나오며 폭증한 수요로 급증한 유가 역시 70불 전후로 안정되었기에 당분간 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을 덜었다고도 할 수 있다.


워런버핏은 지금 이 순간에도 유가상승에 베팅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미 석유회사 옥시덴탈 지분을 25%까지 끌어올렸고, 미국 LNG 플랜트도 인수했다. 당장은 안정된 것처럼 보이는 유가가 결국 다시 상승할 것으로 생각한다. 유가가 급등하며 인플레이션을 끌고 올라가고, 냉각되어 가는 경기는 더욱더 얼어붙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까운 미래에 스태그플레이션이 올지, 오지 않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안정화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시기 그다음에 올 것이 무언가 한 치 앞이 궁금한 시기가 지금이다.


힌트는 연준의장의 발언에 있다. 파월은 지속적으로 인플레이션과 더불어 고용에 대한 발언을 이어왔다. '고용과 인플레가 잡히지 않으면 금리 인상은 계속될 수 있다_23년 3월', '최대 고용이 우리의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목표. 평균 2% 인플레이션에 얽매이지 않을 것_20년 8월'이 외에도 고용지표를 인플레이션만큼이나 중시하는 경향을 엿볼 수 있는 발언이 다수 존재한다.


인플레이션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고용은 아직 탄탄하다. 실업률도 역대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임금 인상의 폭은 줄었지만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고용이 유지되는 한 극적인 인플레이션 하락은 어렵기에, 연준에서도 아직 마음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물가지수가 3%까지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연준은 금리 인상을 여러 차례 이어나갈 것을 이야기한다. 금리 인하 시점 역시 내년 6월 이후로 전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아무래도 고용이 튼튼하게 버티는 이상 사람들은 소비를 이어나가고, 경제는 침체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물론 긴축은 긴축대로 하면서, 고용이 탄탄하게 받쳐 준다면 아주 좋다. 슬금슬금 이야기가 나오는 노랜딩이니 연착륙이니 하는 이야기가 급격한 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악화되지 않는 고용지표에 기반한다. 시장에 과하게 풀린 돈은 회수하지만 사람들은 이전과 다름없는 생활을 지속해 나가는 이상적인 상황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상은 이상일뿐. 모든 게 순조롭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면 반드시 거품이 생긴다. 어김없이 욕심이 작용한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 이 시점 우리가 보는 주가 상승이다.


연준은 역사상 유례가 없는 속도로 금리를 올렸다. 금리 인상과 더불어 자산시장은 폭락했다. 잠깐 패닉에 빠진 사람들이 정신을 차려보니 사람들의 생활상은 크게 바뀌지 않았고 경기는 침체에 들어가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대통령은 바뀌었지만 실제 생활에서의 체감은 그다지 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현재의 시장 상황이 아주 훌륭하게 보였다. 경기침체는 오지 않은 상황에서 거품만 싹 걷어내는 그런 아름다운 상황말이다.


사람들은 다시금 자산시장에 돈을 밀어 넣었다. 주가는 코로나버블기에 갱신한 고점을 탈환하기 직전까지 올라왔다. ISM제조업지수는 하락 추세를 이어가지만, 소비자심리지수는 '22년 6월을 저점으로 상승을 나타낸다. 제조업 현장에서는 어려움을 호소하지만 아직 소비자까지 그 여파가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 괴리 속에서 주가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강력한 긴축 정책에도 불구하고 경제의 어느 한 축이 무너지지 않는다면, 경제는 연착륙할 것이다. 누구도 크게 다치지 않고 비상경보가 해제되는 해피엔딩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주가는 더욱더 큰 탄력을 받아 상승할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고금리 상황과 더불어 경제성장이 함께 달려가는 기간이 길었던 적이 없었다. 또한 금리를 내리면 시장에 풀리는 돈이 늘어나 자산가격의 상승을 불러온다는 이론과는 별개로 시장은 폭락을 맞이했다. 모든 것이 잿더미가 된 후,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치고 나서야 시장은 다시금 상승을 이어갔다.


작년에 우리가 겪은 시장의 하락이 과연 코로나버블을 다 걷어낸 예방주사였을지, 아니면 더 큰 무언가가 남았을지 지금은 알 수 없다.


다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작금의 상승이 일반적인 경제상황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상승이 아님을 인지하고, 언젠가 찾아올지 모르는 하락에 대비하는 것이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안티프레질한 포지션을 구축하지 않으면, 돈을 벌기는커녕 시장의 재물이 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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