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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조 Mar 03. 2024

기대의 발견

우리는 기대를 갖고 살아간다. 먼저, 주식 시장이 오를 거라는 기대, 전쟁이 종식될 거라는 기대, 독재자를 끌어내리길 원하는 기대처럼 대외적인 상황에 대한 기대가 있다. 다음으로는 내일은 푹 잘 수 있을 거야. 오늘은 왠지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 내일은 연락이 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하지만 의도가 명확한 기대가 있다. 그리고,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지만 계속해서 반복하는 기대가 있다. 오늘의 이야기는 이 무의식 레벨에서 이루어지는 기대에 대한 이야기다. 


무의식 중에 하는 기대라고? 난 그런 거 안 하는데? 싶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생각보다 더 자주, 더 많은 기대를 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우리가 기대하는 대로 현실이 펼쳐진다.


2011년, 미국과 이스라엘 연구진은 유명 브랜드와 플라세보의 효과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 연구에는 몇 가지 사례가 등장하는데, 선글라스와 헤드폰 실험이 있다. 선글라스 실험은 동일한 선글라스를 참가자에게 나누어주고 단어를 읽는 실험이다. 유명 브랜드의 제품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참가자들은 중저가 제품이라고 이야기를 들은 참가자들에 비해 실수 횟수가 50%나 적었고, 수행 속도는 60%가 빨랐다. 헤드폰 실험에서도 같은 결과가 도출됐다. 공사장과 같은 환경에서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쓰고, 단어를 얼마나 잘 알아들을 수 있는지 실험했다. 3M사의 헤드폰이라는 정보를 전달받은 참가자는, 싸구려 제품을 제공받았다고 믿는 사람들에 비해 단어를 알아드는 비율이 높았다.


유명 브랜드 제품이라는 정보를 인지한 우리는, 당연히 품질이 좋을 거라고 멋대로 '기대'한다. 그리고 그 기대는 우리의 시각과 청각에 영향을 미친다. 명품 선글라스를 끼고, 3M사의 헤드폰을 착용하니 '더 잘 보이고', '더 잘 들린다.' 제품의 품질은 변화가 없지만 우리가 멋대로 기대한 바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다. 이번에는 반대로 부정적인 기대가 불러오는 사례에 대해 알아보자.


1880년, 외과 의사인 존 매켄지는 32세의 여성 알레르기 환자를 진찰했다. 이 환자는 꽃가루에 노출되면 콧물과 눈물이 흐르고 목이 너무 가려워서 목을 뜯어내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워했다. 여름에는 집 안에서 누워 생활했으며, 저 멀리 건초지만 보여도 발작을 했다. 진료를 이어가던 매켄지는 이런 생각을 했다. '어쩌면 이 환자의 증상이 꽃가루 때문이 아닐지도 몰라.' 그는 인조 장미를 구해다가 진료실에 두고, 눈에 보이지 않게 가렸다. 곧 알레르기 환자가 들어왔고, 아무렇지 않은 듯 이야기를 나눴다. 뜸을 들이던 매켄지는 가림막 뒤에 있던 인조 장미를 내보였고, 그 즉시 환자의 발작이 시작됐다. 환자를 진정시킨 매켄지는 이 장미가 가짜임을 밝혔고, 환자는 대단히 놀라워했다. 알레르기가 꽃가루와 전혀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나니 병세는 사라졌다. 


이 환자가 왜 꽃가루 발작을 일으키기로 '기대'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멋대로 기대했을 뿐인데, 기대하는 현실이 눈앞에 펼쳐진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기대에 숨은 허점을 밝혀내자 증상이 없어졌다. 이렇게 긍정적인 기대든, 부정적인 기대든 상관없이 우리 몸은 그 기대를 충족시키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어김없이 그 기대를 현실화한다. 


이렇게 우리가 알게 모르게 하는 기대는, 우리의 신체 활동에도 어김없이 작용한다. 아마 이런 이야기를 들어보거나 경험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사위가 차에 깔린 걸 본 70대 노인이 괴력을 발휘해서 차를 들어 올렸다거나, 운동으로 아주 지쳤을 때 초콜릿이나 사탕을 먹으면 바로 힘이 난다거나 하는 경험 말이다. 


우리 뇌는 우리 신체능력의 전부를 사용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한계치를 그어놓고 그 선을 넘지 못하게 우리 몸을 제어한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근육에 힘이 빠지고, 몸이 피로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어느 정도의 힘을 남겨놓지 않는다면 그 이후에 어떤 일이 닥쳤을 때 대처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아직 구석기시대를 살아간다. 그래서 오늘 신체 능력을 전부 사용하면, 녹초가 되어 내일 움직이지 못할 것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근육의 힘을, 축적된 에너지를 조금 더 쓴다고해서 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렇게 우리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 이상의 능력을 비축하고 있기에 비상시가 되면 축적된 힘을 꺼내서 사용한다. 


그래서 어떤 기대를 갖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우리의 인생 전반이 달라진다. 같은 질병에 걸렸을 때, 어떻게 그 질병을 생각하느냐에 따라 쉽게 회복되기도 하고 목숨을 잃기도 한다. 노화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 노화에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에 비해 치매 발병 확률이 두 배가 넘는 연구 결과가 있다. 반면에 나이듦, 노화에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80대에 철인 삼종경기에 참가하여 완주하거나, 90대의 나이에 울트라 마라톤을 참가하는등 나이를 초월한 신체 능력을 보여준다. 이들이 원래부터 엘리트 운동선수였던것은 아니다. 두 사람 모두 60대에 운동과는 상관없는 본업을 은퇴한 후 훈련을 시작했다.


'기대의 발견'의 저자 데이비드 롭슨은 이야기한다. 다음 세 가지 전략의 도움을 받아 기대 효과를 우리 삶에 적용하고, 변화를 만들어 보자고. 알고 나서 마음먹는건, 행동하는건 훨씬 쉬워진다. 다만, 너무 몰아세우지 말고 여유를 갖고 스스로에게 '기대'를 걸어 보자. 


1. 우리의 마음이 '지속적인 발전 과정'에 있음을 명심하자

2.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자

3. 자기 자신을 자비의 마음으로 대하자



� 참고도서 

제목 : 기대의 발견

저자 : 데이비드 롭슨

역자 : 이한나

출판 : 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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