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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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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나 Apr 12. 2024

20240412 마음일기

진로고민

어젯밤에 아들이 고민이 있다고 찾아왔다.

연기학원을 좀 더 쉴 걸 그랬다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학교는 다닐 건데 학원은 쉬고 싶다고 한다.

지난 주말에도 아파서 학원에 안 갔지만 학교엔 가고 과외도 한다.

연기학원에 가면 재미가 있기도 한데 연기를 전공할지 고민이라고 한다.

우선 오늘과 내일은 일찍 자고 내일 얘기해 보기로 했다.

아이가 정말 원하는 길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

사실 길은 무한하고 우리는 늘 새로운 길을 찾아서 걸어갈 수 있는 자유가 있다.

아이가 자신의 고민과 생각을 나눠주어 고맙다.

아이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사실 나도 요즘 진로고민 중이다.

진로고민은 사는 내내 하게 될 거 같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내 뜻이 무엇인지 모를 때가 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왜 리더가 하기 싫을까?

나는 나를 성장시키는 일에 관심이 많다.

무슨 성장을 계속하고 싶어 하는 걸까?

나는 타인에게 별 관심이 없다.

나 하나 똑바로 가치 있게 살자. 가 내 주관심사이다.

좀 더 넓히면 우리 가족이 가치 있는 삶을 살면 좋겠는데 그것도 욕심이다.

그냥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런데 머리로는 이해하는 존재의 소중함이 마음 깊이 닿지 못하는 거 같다.

그래서 난 늘 괴롭다.

좀 더 좀 더라는 말이 늘 내 마음을 맴돌기 때문이다.

늘 내가 좀 더 잘했어야 했는데 내가 ㅇㅇ 했어야 했는데 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날 괴롭힌다.


그 괴로움과 회한의 고리에서 자유롭고 싶은데

그건 사는 내내 불가능한 일인 거 같다.


좀 더 둥글게 어울려서 살고 싶은데 나는 모가 난 사람이다.

누군가에게 맞춰주기도 싫다.

성격도 급해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발맞추는 게 참 어렵다.


어쩌겠냐. 그게 나인 걸.

난 사람인 걸.


내 맘대로 하고 싶어 하고 남의 말을 잘 듣지 않고

내 생각대로 하려고 하고 내 생각에 갇혀 사는 사람이

바로 나다.


쉬는 날엔 오롯이 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고

정말 편한 사람만 만나고 싶고

듣기 싫은 말을 하는 사람은 만나기 싫어서

만나도 마음 편한 친구만 만나는 게 나다.


늘 잘하고 싶고 칭찬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내가 하면 남다르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하고

회사에서 리더는 하기 싫지만

실무자로서 에이스라는 말은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이 나다.


내가 하면 남다른 탁월성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면 몸에 부담이 가고 마음이 힘들어도

스스로 닦달하고 원하는 수준의 아웃풋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나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생각과 평판에 연연하고

멋지고 쿨하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 한다.


운동을 꾸준하게 못 해서 살을 빼야 건강해지는 걸 알면서도

살 빼는 게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도 나다.

신경이 예민해서 소화력이 약한 사람이 나다.


쉬는 날엔 라디오 들으면서 종일 침대에서 뒹굴거리고

책을 좀 넘기다가 자다가 일어나서 밥 먹고 다시 뒹굴거리면

마음도 몸도 편안해지는 게 나다.


너무 혼자 있으면 심심해서 지인들 SNS를 뒤적거리다가

좋아요도 하고 글도 끄적거리는 걸 좋아한다.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몰입하다가

어느 순간 지쳐버리는 것도 나다.


나도 그냥 평범한 사람이다.

지구에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 중 한 명이다.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만큼 특출 나지 않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사람이다.


벚꽃


벚꽃을 보면 예쁘다고 감탄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다.


냠냠


너무 애쓰지도 말고 너무 고민하지도 말자.

너 스스로를 너무 갉아먹지도 말고

너의 그림자에 너무 억눌리지도 말자.


요즘 부쩍 나의 그림자가 버겁게 느껴진다.

어릴 때부터 부단히 애써도 칭찬이나 인정을 받지 못해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나를 채찍질하며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콩쥐 같은 아이를 꼭 안아주고 싶다.


괜찮아. 괜찮아.

너는 존재만으로도 사랑받기에 충분해.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

충분해.

토닥토닥.

토닥토닥 by chatGPT


#진로고민 #마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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