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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PJ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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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나 Jun 25. 2024

누군가가 필요했고 하필 그게 너였어

PJ는 오늘도 생각한다. 허상을 쫓았다는 것을.

일찌감치 알았지만 내려놓지 못했다는 것을.

멋지고 애틋하고 나를 끔찍이 아껴주던 그는 생각일 뿐임을.

하필 무척 외로웠고 누군가가 필요했던 그때 그가 나타났던 것임을.

PJ는 그의 미소와 목소리와 눈빛에 사로잡혔던 날들을 떠올린다. 마치 그 모든 것이 나의 것인 줄 착각했던 날들을 생각한다. 그만한 가치가 없는데 대단한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착각했던 날들을 바라본다. 그 모든 허상을 만들고 대단한 사랑 영화의 주인공인 것처럼 애달프고 애절하게 마음을 졸였던 시간들을 생각하면 답답하고 안타깝다.

실상은 그게 아닌데 PJ만 몰랐다. 너무나 어리석었지만 너무  순수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정말 그런 사람이길 바라는 강한 열망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세상에 없는 사람을 그리고 좋아하고 그리워한 것 같다. PJ는 열정적인 사랑을 꿈꾸고 자신만의 사람을 만들어냈는지도 모른다. 무척 대단한 사람을 좋아하고 아끼고 운명의 방해로 이루지 못해서 더더욱 애틋하게 오래오래 기억했는지도 모른다. 내 맘과 다른데 마치 내 맘과 같다고 착각하면서.

실은 전혀 다른 생각을 품고 서로를 바라보는 줄도 모르고.


자기 자신을 속이는 줄도 모르고 PJ는 상상 속의 그를 만들어냈는지도 모른다. 자존심이 상해서 그의 실체를 인정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진짜 모습을 받아들이기엔 현실이 너무 슬퍼져서일 수도 있다. 멋없고 이기적인 철부지를 좋아했다는 걸 인정하면 PJ 자신이 더 부서질 거 같아서일지도 모른다.

부서지는 파도 거품조차 남지 않을 것만 같은 불안이 PJ 마음을 덮치고 두려움으로 눈과 귀를 가렸는지도 모른다.


참 풋풋하고 소중한 시절을 눈물로 지새우던 날들이 아깝지만 그 또한 PJ가 받아들여야 할 몫이겠지.

#소설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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