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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나 Aug 21. 2024

06 격정

마음챙김 질문


마음이 가는 대로
몸도 따라가는 뜨거운 사랑


by chatGPT



작년 9월 이후로 나는 한 남자를 기다리는 일, 그 사람이 전화를 걸어주거나 내 집에 와주기를 바라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는 슈퍼마켓에 가고, 영화를 보고, 세탁소에 옷을 맡기러 가고, 책을 읽고, 원고를 손보기도 하면서 전과 다름없이 생활했다.


약속 시간을 알려올 그 사람의 전화 외에 다른 미래란 내게 없었다. 내가 없을 때 그의 전화가 올까 봐 그가 알고 있는 일정에 한해서, 일에 관계된 어쩔 수 없는 용건을 제외하고는 가능한 한 외출을 하지 않았다.


우리가 지금까지 몇 번이나 사랑을 나누었는지 헤아려보았다. 사랑을 할 때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이 우리 관계에 보태어진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동시에 쾌락의 행위와 몸짓이 더해지는 만큼 확실히 우리는 서로 조금씩 멀어져 가고 있었다. 우리는 욕망이라는 자산을 서서히 탕진하고 있었다. 육체적인 강렬함 속에서 얻은 것은 시간의 질서 속에 사라져 갔다.

그날 밤을 나는 그 사람의 품 안에 잠들어 있는 듯한 반수(半睡) 상태로 지냈다. 날이 밝자 그 사람이 내게 해준 말과 애무를 한없이 되새기면서 마비 상태로 또 하루를 보냈다.


여러 가지 제약이 바로 기다림과 욕망의 근원이었다. 그 사람은 항상 공중전화로 내게 전화를 했는데, 공중전화에 고장이 잦아 수화기를 들어도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오래지 않아 나는 벙어리 전화가 걸려오고 나서 15분쯤 지나면 틀림없이 그 사람의 전화가 다시 걸려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고장 난 전화기 주변에서 제대로 작동되는 전화기를 찾아내는 동안의 시간이었다. 그러므로 처음의 벙어리 전화는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듣게 되리라는 신호였고, (드물게) 찾아오는 행복을 알려주는 확실한 약속이었다. 또한 그가 내 이름을 다정하게 부르며 “지금 만날 수 있지?”라고 말할, 가장 행복한 순간 직전에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전주곡이었다.

출처 : 단순한 열정, 아니 에르노



마음챙김 질문
- 사람과 사람 사이 또는 어떤 일이나 대상에 대한 생각만 해본 적이 있다면, ‘격정’을 느껴본 사람이에요. 당신은 격정을 느낄 때 어떤 마음이 들었나요? 무슨 생각을 했고 이유는 무엇인가요?
- 하나의 생각과 행동에 기약 없이 매몰된 적이 있나요? 격정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 격정의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은가요? 아닌가요? 이유는 무엇인가요?


하루 3분 내 마음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나를 살립니다.


#마음챙김 #질문 #격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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