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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바라기 Jan 01. 2024

어쩌면 아르바이트 연대기의 끝

경험은 누군가에게 취할 다정함을 알려준다.

냉혹한 경험은 가끔 누군가에게 취해야 할 다정함을 알려주곤 한다.



이 한 문장이 나의 아르바이트 연대기의 결말이다.


요즘은 다정함에 인색하다. 참으로 무색하다. 타인에 대해 경계하고 날이 서있다. 우리 사회는 날카로운 칼날을 상대에게 겨누고 있다. 키오스크를 이용할 줄 모르는 이는 따가운 눈총을 받고, 누군가의 사소한 실수는 영상으로 퍼져 불특정 다수인의 비난을 받곤 한다. 나에겐 관대하고, 타인에게 엄격하다.

 

상대를 향한 배려와 상대를 위한 다정함이 사라졌다. 누군가의 어설픔과 타인의 실수에 약간의 관대함을 허용할 순 없을까.




난 아르바이트를 통해 다정함과 관대함을 얻을 수 있었다. 소리 지르며 윽박질렀던 손님, 내 앞에 물건을 집어던지며 나가던 손님, 삿대질하며 욕설을 내부었던 손님. 이 혹독한 경험으로 난 타인에게 취할 다정함을 다짐했다. 물론,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은 사람은 다정함과 관대함이 없고 아르바이트를 한 사람은 무조건 이 덕목을 갖췄다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며 직원과 사장님의 입장을 이해했고 상대에게 재촉과 성화를 빼고 인사와 미소를 더할 수 있었다. 이 태도는 직장인이 된 지금의 나에게도 이어졌다.


첫 장에서 아르바이트 연대기의 서두를 말할 때, 나는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굳이 안 해도 될 것 같아."라고 언급했다. 그 당시에도 아르바이트를 7년이나 했던 사람이 전하는 말치고는 정말 모순이라고 표현했다. 지금도 사실 그 생각은 유효한데, 조금 달라진 점도 있다.


아르바이트에도 장점이 분명히 있다. 생계를 책임져준다는 것 이외의 또 다른 장점이다. 바로, 경험을 쌓아준다는 것. 이 경험을 난 잠시 잊고 있었다.


아르바이트 연대기를 통해 8개의 아르바이트 경험을 소개했고, 과거의 기억을 상기시켰다. 이 경험이 쌓아 내가 완성됐다는 것을 난 망각하고 지냈다. 아르바이트 연대기를 채워 나갈수록 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내게 아르바이트는 애증이었구나. 증오만이 아닌 애정도 담겨 있었다.




난 아르바이트 경험으로 커다란 희로애락을 느꼈었다. 손님의 칭찬에 어깨를 으쓱대며 뿌듯했고, 나의 부족함에 괴로움을 느꼈고, 오래 일할수록 떠나는 사람을 보내며 남겨진 자의 허전함을 깨달았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의 수다에 까르르 웃기도 했다. 이 순간들이 내게 기억으로 남겨져 다. 이 기억이 나중엔 대단한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이 기억을 회상하며 내 감정과 감성이 풍부해질 것이다.


난 아르바이트 연대기가 내게 남겨준 결말만큼은 잠깐이라도 잊지 않을 거다. 내가 행하는 다정함을 누군가가 받게 되고 그 누군가가 다른 이에게 행하는 순간이 오길 바란다. 나 역시도 받았던 순간들이다.


더운 여름날 땀 흘리며 테이블을 닦을 때, 어느 손님이 "덥지 않아요? 학생이 고생이 참 많네. 선풍기 학생 쪽으로 돌려놔요."라고 따스한 관심을 준 적이 있다. 처음 보는 이에게 받은 다정한 말과 행동은 내게 아주 큰 위로가 되었다. 그 손님은 정말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했을 텐데, 이 사소함은 내가 기억하는 행복한 순간이 되어주었다. 나도 그 감격을 누군가에게 전해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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