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마리아

2023 아르코창작기금선정작(시)

by 나혜경

선인장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가 꽃 몇 송이 때문인 것처럼

우린 꽃을 기대하며 뾰족한 서로를 아직 끌어안고 있나 봐


거두었다 내미는 손바닥에

사랑한다고 중얼거리는 혀에

웃음을 만들어 보이는 입꼬리에도

가시가 촘촘


스스로를 괴롭히는 건 가장 흔한 일

나를 스치며 생긴 깊은 상처도 보았고

십 년 전 들어와 박힌 목소리도 있어


끝을 뾰족하게 손질해두어야 해

벼락 같은 따끔함은 늘 필요하니까


가시와 꽃, 잎과 줄기 사이를 드나들며

피를 흘리며 피를 닦으며

부단히 다가왔다 멀어지게 하는 안팎의 진동

극복할수록 더 아름다워진다는 무늬


바람이 그늘을 몰고 와

먹구름이 지나가며 날 심하게 구부려


기다리다 꽃을 보지 못하고

몰락해도 좋을 그래서 위대하다고 말하는 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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