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

2023 아르코창작기금선정작(시)

by 나혜경

매일 찾아가는 강이 있네

녹도 슬지 않고

한 계절 안에서도 다양한 계절이네


가령 그제는 더웠는데 어제는 더위가 가셨고

어제는 붉더니 오늘은 색깔이 조금 흩어졌네


슬픔도 낯선 계절을 만나 감정이 바뀌길 바라며

여름과 가을 사이를 지나고 있을 땐

불티 닮은 반딧불을 날리며 걸음을 멈추게 했네


슬픔의 짝을 찾는 일도 일종의 암중모색


흩어졌다 모였다 흩어지는 말처럼

별빛 같은 반짝거림은 항상 손에 닿을 듯 말 듯


생의 문장 하나 찾는 것 또한 암중모색의 연장선


화려한 불빛 속에선 더 이상 밝아지는 것이 없었네


강 끝까지 가서 출렁이는 생각을 모두 버려야만

새살 돋듯 빈 종이를 얻어오곤 하는 날들이 이어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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