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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혜 Jul 29. 2023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12. 오늘의 미션은 '기후 변화'입니다. 기후 변화는 이제 괴담이 아니라 현실이죠. 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도 하죠. 하지만 영화 <돈룩업>처럼 우리는 현실을 외면하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막연하게 설마 위기가 찾아오겠어,라는 생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기후 변화의 위기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요? 위기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게 될까요?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파국을 맞게 될까요?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방법,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작은 일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기후 변화의 위기를 세상에 더 널리 알리고 작은 변화를 이끌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277페이지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등) 배출을 대폭 줄여서 온도 상승을 당장 막지 않으면 향후 몇십 년 사이에 인류 생존이 심각하게 위협받으리란 것이 과학계의 일치된 의견이다. 


   7월 29일 토요일. 불편한 글쓰기 때문에 심적 압박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네 시간 정도 잠을 잔 것 같다. 딸과 사위가 여유로운 아침을 맞이했다. 나는 식사도 하지 않은 채 7시 40분쯤 현관을 닫았다. 금호강변 둑길을 따라서 동녘의 햇살을 등지고 걸었다. 손주와 이 길로 산책을 하고 싶어도 덥고 살이 검게 타는 것이 싫어서 두문불출하다시피 지냈다. 손주가 등원하면 냉방기는 필요 없다.


  여름이면 무척 속상하고 억울하다. 왜냐고? 나는 냉방기와 선풍기의 인공바람을 마주하지 못한다. 머리가 아파서 견디기 힘들다. 부채도 사용하지 않고 온몸으로 여름과 맞짱을 뜨면서 가을을 기다린다. 이런 현대적이지 못한 내게 경제학 레시피 277쪽에는  '우리는 이미 극지방의 얼음이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고, 갈수록 정도가 심해지는 극단적 기후 현상들(이상 고온, 태풍, 홍수, 산불 등)을 더 자주 경험하고, 수많은 생물 종이 멸종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라고 심기를 거스른다. 내 탓이냐고!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작금의 상태가 억울하다는 말이다. 내가 사는 동네는 40년 이상된 단독주택 단지다. 재건축이다, 재개발이다 불발탄만 쏘아대는 중이다. 보상가를 많이 요구하는 몇몇 주민들과 협상이 되지 않고 있다. 이곳을 떠날 때 버릴 가재도구나 폐기할 것들을 정리하리라 미루고 있었다. 협상이 결렬되면서 폐기물 처리가 무척 난감해졌다. 그야말로 버리지도 못하겠고, 그대로 둘려니 눈에 거슬려서 손톱 아래 가시처럼 신경이 쓰인다. 


  택배가 내 딸 현관문 앞에도 매일 도착한다. 볼 적마다 고운 시선을 보낼 수 없다. 내 집 일은 게을러서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러나 분리수거만큼은 철저할 정도로 노력했다. 그러나 지금은 포기상태다. 내 아이들이 삶을 꾸려나갈 이 강토를 온전히 물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 하루가 다르게 훼손되며, 생활 쓰레기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어서 외려 내가 생 몸살이 난다. 그렇다고 두 팔 걷어붙이고 치우는 것도 아니면서.


  금요일 밤이면 내 집으로 돌아간다. 깔끔하고 정리정돈 잘 되어 있는 아파트에서 시컴티티한 내 집은 우선 어수선하다. 현관을 열고 들어서면 '내 저것들을 당장 버려야지' 생각부터 한다. 과감히 버릴 생각은 이전부터 수 없이 하였다. 게으른 천성은 일단 하기 싫어서 미루었다. 남편이 사업에 실패하자 사무실에 쓰던 집기들이 방 한쪽을 채웠다. 나도 못 버리면서 버리지 못하고 끌고 들어온 남편이 미워서 눈을 흘겼다.


  딸도 한 살림 구석방에 모셔다 놓았다. 남편이 이것저것 집기들을 사들이고 있다. 딸이 사용하던 방은 빼곡히 버릴 것들로 메워졌다. 그것을 볼 적마다 무기력하게 물러서는 내가 답답하다. 왜 못 버리고 문을 닫아야만 하는 걸까. 대단한 지구 보호자도 아니면서 그런 척하며 사는 건가. 지난주에는 "아이고 나도 모르겠다. 문 닫고 나가자." 내가 자는 방에도 정리가 되지 않아 지저분하다. '버려야지, 정리할 거야' 생각뿐이다.


  아파트 분리수거장에는 멀쩡한 물건들이 수북하다. 산책하면서 버리는 그들이 한심할 따름이다. 지구의 변화에 무관심한 것 같아서 공연히 내 속이 탄다. 나는 버리지 못해 더 안타까우면서 쓰레기라는 이름의 것들이 윤회를 하고 있다. 윤회는 돌고 돌아 나에게로, 내 손자 및 이후 세대들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금호강변으로 나가 보면 밀려서 떠내려온 생활쓰레기들이 몰려다닌다. 그러나 너도나도 버릴 줄만 알았지 치우지 않고 누군가가 할 것이라며 내 몰라라 하는 것도 속이 터진다. 


  며칠 전 장맛비가 밤새 내렸다. 거실 창으로 금호강 잠수교가 삽시간에 잠겼다. 손자를 유아차에 태우고 강둑 산책로로 나갔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이곳은 '안심 습지대'라는 명칭이 있으며 자연생태계 보전지역이기도 하다. 강물의 수량이 갑자기 늘어나자 습지대를 의지하여서 살던 새들이 의지처를 잃고 분주히 날아다녔다. 분명 키우던 새끼들도 잃었을 터인데  인간의 이기심으로 동물들과의 공존조차도 어렵다.


  어제 유엔사무총장이 '지구 온난화 시대는 끝났고, 열대화가 시작되었다'는 뉴스를 잠깐 보았다. 오늘 아침 산책을 마치고 버스를 탔다. 땀이 흘러내리던 등이 서늘해지는 느낌이 싫지 않았다. 누가 35도를 웃도는 날 나처럼 온몸으로 버티는가. 더우면 더울수록 냉방기에 의존한다. 냉방기를 중단하면 시원했던 만큼 더위가 밀려드니까 계속 마주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된다. 선풍기 역시 그러하다. 부채도 중지하면 잠깐이지만 짜증이 밀려온다. 

  

  그럼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지 쥐들이 모여서 의논했다.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고 기억한다. 나는 지구의 온난화나 기후 이상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내 딸의 아파트 단지와 인근의 단지들, 더하여 내가 사는 주택단지를 관망하면서 절망스러움만 앞선다. 어느 쥐가 고양이의 목에 방울을 달려고 나설까. 온 지구인들이 합심을 하여도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할 것이다. 과연 지구인들이 편리함을 버리고 불편했던 생활로 퇴보하면서 무더위를 나처럼 견뎌내려고 할까.


  아주 오래전 독일 한 대학교에서 냉방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건물을 지어서 활용여부를 실험하는 방송을 본 적이 있다. 이후 지구 온난화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이 생기기도 했다. 그렇다면 다시 지금 이 순간 충실히 살도록 생각을 바꿔야겠다.    



사진 : 정 혜.


대문 사진 : 장맛비에 습지대가 물에 잠겨버렸다.


아래 사진 : 29일 아침 산책길에서 본 금호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보수공사하고 있다. 아래 물길을 막고 있는 저 정체는 분명 이유가 있을 터인데 무슨 용도인지 모르겠다.  



 #환경보호  #지구온난화  #열대화  # 자연생태계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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