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가기 위해 돈 벌자
매일 어딘가가 아팠다. 무언가 병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말 신기하게도 여기저기가 아파서 병원에 가보면 별 이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의사는 묻는다 “스트레스 많이 받으시냐” 고. 그렇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다.
저 사람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곱씹으며 이해가 되지 않아 분노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가득 차 마음이 아팠다. 만성피로를 달고 살았다. 심장이 두근거려 잠을 잘 못 자기도 하고, 두통과 목, 어깨 통증을 비롯해 오래 앉아 컴퓨터를 하다 보니 허리, 엉치뼈, 하체 부종으로 몸이 늘 찌뿌둥했다. 거기에는 좋지 않은 식습관도 한몫했다. 먹는 것을 워낙 좋아하는데 스트레스를 받으니 더 자극적인 음식을 찾고 폭식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젊은 20대 나이에도 ‘정형외과’ ‘도수치료’ ‘마사지’에 수백만 원을 소비했다.
‘도대체 병원에 가기 위해 돈을 벌러 오는 것인지?' 의문이었다.
이 건 물론 요가를 열심히 하지 않을 때의 이야기이다.
유하고 둔했던 편 이었던 내가 점차 뾰족해지며 생각했다. 몸과 마음이 평온한 상태가 되고 싶다고.
요가를 하고 가르치다 보면 몸의 감각에 더 예민하고 깨어지게 된다. 그러니 약간의 불편함과 통증이 오히려 더 잘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스스로 치유하는 방법을 터득한다. 두통이 있을 때는 목, 어깨와 상체를 부드럽게 해 주고, 하체가 붓고 허리가 아플 때는 골반 주변을 푸는 요가를 위주로 해준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 축 처지는 날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불면증을 없애고 숙면을 하기 위해, 조금 차분한 마음을 만들기 위한 때마다 각기 필요한 요가가 있다. ‘내 몸 사용 설명서’인 셈이다.
요가를 가르치며 배울 때 사람들을 볼 수록 더 느끼지만, 우리 몸은 참 신기하다. 선천적으로 어디는 좀, 약하고 또 강한 신체 부위도 있다. 이를테면 피부가 약하거나 장이 약하거나 몸이 잘 붓는 체질이라거나, 관절이 약하다거나. 유연성이 좋은 사람도 부위별로 그 정도가 다르다. 요가에서도 이러한 체질을 분류하고 이에 따른 치료법이 나와 있다. 한의학도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나는 양학과 한의학 중 어느 한쪽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필요한 때에 선택해서 이용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유연성과 체형이 생활 습관에 따라 바뀌기도 하고 또 선천적인 부분도 있다. 나의 경우 골반 유연성은 좋으나 등과 어깨가 말려 어깨 유연성이 좋지 않았다.
주변에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가면 뚜렷한 원인이나 증상을 찾아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아빠는 기관지가 약해 평생을 기침을 달고 사시는데 병원, 이 약 저 약 민간요법 다 해봐도 해결이 잘되지 않는다. (병원에 가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아픈 증상이 있을 땐 꼭 먼저 병원에 병이 있을 수 있으니 초기에 진찰을 해봐야 한다. 건강검진도 정기적으로 받고 있다.)
그런데 특별히 병이나 문제가 없을 때는? 사람 몸은 신기해서 특별한 병명을 모르는 부분도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거기엔 분명 ‘정신적인 마음의 병’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연세가 많으시고 혼자 시골에 살고 계신 할머니는 늘 아프다고 소화가 되지 않고 위가 아파 죽겠다고 숨이 막힌다고 하신다. 그래서 병원에 가보면 이상이 없다. 아빠가 함께 계실 때는 식사도 무척 잘하신다. 아마도 할머니는 ‘혼자 있다가 이렇게 죽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만들어진 마음의 병인 것 같다.
정말 신기하게도 잠을 아무리 못 자도 ‘여행을 할 때의 나’는 하나도 피곤하지 않다. 글쓰기에 빠져있는 몰입의 상태일 때의 나는 새벽까지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물론 재밌는 드라마를 발견했을 때도)
회사 근처 정형외과를 가면 직장인들이 바글바글한다. 흔히 “어디가 아파요” 하면 뚜렷한 원인이 없는 경우도 많다. 염증이 있을 땐 약을 처방받아먹지만 별 소용이 없는 만성적인 경우도 많다.
치료 정기적으로 받고 자세 똑바로 하고 다리 꼬지 말고, 너무 오래 앉아있지 마시고 틈틈이 스트레칭하세요
와 같은 교과서적인 답변을 듣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내 몸은 요가를 하며 많은 개선이 됐다. 학창 시절엔 한참 때라 더 잘 먹었던 나는 학교와 학원에서 늦게까지 앉아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목과 어깨가 늘 불편했다. 특히 하체 순환이 잘되지 않던 하체 발달형 체형이라 당시 종아리 마사지 기계인 '세븐라이너’를 달고 살았다. 요가를 처음 접한 건 중학교 때였다. 당시 요가원이 우리나라에 지금처럼 많지 않을 때였는데 또래보다 키도 크고 약간 통통한 체형 했던 터라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았었다. 요가로 몸을 풀어내듯 스트레칭을 하고 나면 온몸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꽉 막혀 있던 몸이 뚫리는 느낌이랄까. 아마 내 몸과 떼어 놓을 수 없는 운동을 잘 찾은 듯하다.
흔히 요가를 생각하면 하얗고 마른 사람이 다리를 쭉 찢는 상상을 하곤 한다. “별로 운동이 안 돼요 스트레칭이나 유연성만 좋으면 할 수 있지 않나요”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다양한 스타일의 요가 방식이 있다. 명상에 집중한 요가나 이완과 릴랙스 위주의 수업도 있지만, 유연성을 기반으로 강인한 근력을 요하는 동작들이 정말 많다. 나 또한 유연성이 요가 대부분인 줄 알던 때는 오히려 몸이 좋지 않았다. 늘어나는 곳만 계속 늘어나 “과신전” 된 상태로 잡아주는 힘과 근력이 부족해졌던 것이다. 반대로 근력만 좋은 사람이 유연성이 떨어지면 타이트해 순환이 되지 않아 몸의 효율이 훨씬 떨어질 것이다.
우리 몸은 자주 사용하는 곳은 과사용 되어 아프고, 사용하지 않는 곳은 약해져서 아파진다. 그것이 바로 균형이 깨진 상태이다. 그러니 유연성과 근력, 앞/뒤, 상/하체, 음과 양의 발란스를 맞춰야 몸이 조화롭고 건강해진다.
요가와 함께 살아가며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나는 ‘균형’이라는 가치를 굉장히 중시하게 되었다. 몸과 마음의 적절한 발란스, 일상에서도 균형을 지키는 것.
몸이 건강해야 마음과 정신 또한 건강하다. 내 몸이 아프고 균형이 깨지면 주위를 돌볼 여유조차 없다. 내가 아프니 별거 아닌 것에도 짜증이 나고 예민해진다. 건강할 땐 그냥 웃으며 넘길 일도 저 사람에 대한 미움으로 변질된다.
요가는 몸 전체적인 순환과 몸과 마음의 디톡스를 통해 기와 에너지를 좋게 하며 조화와 발란스를 맞춰준다. 요가가 지루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는데 그렇다면 조금 역동적인 요가 프로그램을 먼저 접해보길 권한다. 음악에 맞춰 흘러가는 ‘인사이드 플로우 요가’ 혹은 음악과 함께 조금 더 근력에 초점이 맞춰진 아디다스 요가 프로그램도 있다. 그리고 선생님마다 나누는 에너지와 어떻게 시퀀스를 짜느냐에 따라 다양한 요가가 만들어진다. 꼭 요가가 아니더라도 나에게 잘 맞는 운동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평생 같이 살아갈 내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는 내가 먼저 알아차리고 보살펴 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힘든 시간을 극복하고 나니,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이 많이 보였어요. 제 경험으로 건강한 주변과 사회를 만들고 싶었고 제가 깨달은 것을 나누고자 10년 넘은 시간이 담겨 탄생한 책이 <휴,살았다> 입니다.
유튜브 <휴작가YOGA> 요가루틴도 소개되어있습니다. 만성 통증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은 따라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