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이 이상한가…’
작업해준 디자이너한테도 요청했다.
[자간과 장평을 모두 동일하게 맞춰주세요.]
답이 왔다.
[이 부분은 모두 같은 간격입니다.]
역시나 그랬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나니 나는 문득 깨달았다. 괜히 말도 안되는 트집을 잡으며 소리를 지른 다는 건 다른 사람들에게 ‘그것’의 시작을 일제히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와 같은 것이었다는 걸.
그 다음부터 모두 나를 보는 눈빛이 달라짐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사람들이 수군대는 내 소문을 모른다. 사람들은 뒤에서 나에 대해 무슨 말을 할까. 팀장의 타겟이 되어 쌍욕을 듣는다는 것? 임원 아무개에게 잘 보이기 위해 꼬리를 친다는 것? 대형 사고를 쳤는데 손해가 몇 억에 달한다는 것? 아니면 일하다 말고 코를 파거나 샤프로 귀를 후빈다는 드러운 소문일리나? 전혀 감이 오질 않았으나, 나도 모르게 무슨 일이 벌어졌다는 것은 분명했다.
그렇다면 소문은 누가 냈을까? 분명 팀의 과장과 김 사원일 것이다. 아니면 높은 확률로 팀장일 수 있다. 그러고도 남을 위인이다.
갑자기 잊고 있었던 내 전임자가 떠올랐다. 좋은 곳으로 이직을 하여 그만두었다는 내 전임자. 다니다 보니 그의 행적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그는 퇴사 직전, 공황장애 약을 먹고 있을 정도로 정신적으로 지친 상태였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비로소 그들의 수법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자기들이 나를 대놓고 그만두게 하지는 못한다. 뒤탈이 두려워 그렇게 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가 다 편을 먹고 함정을 파놓은 것이다. 내가 버티지 못하고 내 발로 회사를 나가게 만든다. 탕비실에서 보았던 일당들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들은 내 손으로 사직서를 내길 바란다. 내가 사직서를 내면 그때 가서는 아쉽다느니 왜 그만두냐느니 삐쭉삐쭉한 이를 내밀고 웃으며 말을 걸 것이다.
그리고 내가 그만두면 그들은 내가 어땠는지 시시콜콜 떠들어대는 이야기를 먹고 만족할 것이다. 그런 X도 있었다지. 하면서 말이다.
갑자기 메신저가 하나 왔다. 인사팀의 면담 요청이다. 역시나 이 사람들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직접 물어봐야지.
면담 장소로 나간 나는 인사팀 정과장에게 물었다.
"사람을 이렇게 모함하는게 맞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