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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 대한민국과 칼럼의 미학

권석천 <정의를 부탁해>를 읽고

by 황여름

다사다난 대한민국과 칼럼의 미학




한 때는 나도 불의를 보면 활활 불타오르는 사람이었다고 자부했다. 신문 지면을 읽고, 그들의 뜻을 비판하기도 동조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내 머릿속은 '어차피 변하는 것은 없으니까' 라는 생각으로 가득 찼던 것 같다.


법조기자 출신 권석천 보도국장의 칼럼을 묶은 <정의를 부탁해>는 그런 나를 반성하게 만든 책이었다. 흔히 이야기 하는 ‘기자 정신’이 느껴지는 진정성 넘치는 글을 읽다 보니 그동안 잊고 있던 ‘정의’가 떠올랐다.


책을 읽은 후 검색을 해보니 한 인터뷰에서 그는 ‘나만의 시각 만들기’에 대해 “글을 쓰며 방향성이 만들어졌다”라며 “제가 글을 쓴 게 아니라 글이 절 쓴 느낌”이라고 이야기 했다. 이어서 “사건이 기자를 만든다”고도 했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다양한 경험이 그 사람의 세상을 만든다는 나의 주관과도 일치하는 것 같아 뿌듯했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었고 사회 현상을 뒤집어서 바라보고, 다양한 관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아는 세상은 0.0001%에도 지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나에게 새로운 신선함을 주었다.


법조인과 정치인의 출신지(고향)를 ‘가짜 횡성 한우’에 빗대어 설명한 것도, 그 칼럼의 제목이 <‘출생의 비밀’은 그만보고 싶다>인 것도 읽는 이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잘 쓰여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저런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도 생겼다.


가로 14.3cm 세로 25.2cm의 지면에 담긴 칼럼 주는 자극은 생각보다 매우 컸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역사책에서나 볼법한 다사다난한 대한민국을 직접 경험하면서 나에게 필요했던 세상을 다르게 보려는 시각을 가져다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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