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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iam Dec 17. 2022

초등학교 선생님 그만두고 세계여행

포르투 : 에그타르트

에그 타르트는 달걀노른자, 생크림 등을 섞어 만든 커스터드 크림으로 속을 채운 파이입니다. (포르투갈에서는 에그 타르트를 ‘나타’라고 부릅니다.) 에그 타르트를 처음 만든 곳은 리스본 벨렘지구에 있는 제로니무스라는 큰 수도원이에요. 수행하시는 수녀님들이 달걀흰자를 이용해 제복에 풀을 먹이곤 했는데, 그때 달걀노른자가 남아서 어떻게 처리할지가 고민이었나 봅니다. 이를테면, ‘호날두 수녀님, 이거 계란 노른자 자꾸 남는데 어디 쓸 수 없을까요? / 음, 어쩌지?’ 이랬겠죠? 그러던 차에 포르투갈 식민지에서 설탕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수녀님들은 이 설탕에 남는 계란 노른자를 버무려 파이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호날두 수녀님 남는 노른자로 설탕이랑 파이나 구워볼까요?’​


 수녀님들이 재주가 좋으셨나 봐요. 파이가 참 부드럽고 달콤합니다. 캐러멜을 살짝 올린 파이를 깨물면 안에서 흘러나오는 크림이 부드럽게 입안에 퍼집니다. 나까지 말랑해지는 기분이에요. 이 레시피가 수도승들 사이에서만 공유되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속세와 담을 쌓고 지내니, 수도승들의 식문화가 쉽게 밖으로 퍼지지 않았나 봐요. 그런데 19세기 자유주의 운동으로 수도원이 문을 닫자 제로니무스 수도원의 일부 수도사들이 근처 사탕수수 공장에서 생존을 위해 에그 타르를 팔기 시작합니다. 마침 이 파이를 브라질에서 온 사업가 도밍고 라파엘 알베스가 맛봅니다. 맛있었나 봐요. 그는 레시피를 구입합니다.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구입한 레시피로 베이커리를 운영하는데, 이 빵집이 바로 리스본 벨렘 지구에 위치한 ‘파스테이스 드 벨렘(pasteis de belem)이라는 가장 오래된 에그 타르트 베이커리입니다. 1832년부터 파이를 팔았는데 200년 가까이 같은 파이를 팔고 있습니다. 얼마나 맛있는 에그 타르트인지 짐작이 가시나요? 속설이지만 이 레시피를 아는 사람이 3명밖에 남아 있지 않다고 합니다.


운 좋게 저도 빵집을 찾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리스본에 있을 때 동행했던 분이 소개해 준 덕분이에요. E 님은 오래된 리스본 빵집에서 에그 타르트를 먹으려고 영국에서 교환학생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들렀다고 하셨습니다. 파이 하나를 먹으려고 외국으로 갈 수도 있구나. 남들 눈에는 ‘고작’일 수도 있는 나름의 아름다운 동기를 우리는 마음에 몇 개씩 품어두고 삽니다. ‘언젠가 리스본에서 에그 타르트를 먹어야지, 다음 월급으로는 LP 플레이어를 사서 선율과 리듬으로 밤을 곱게 꾸며야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매일 손 편지를 적어 전해야지, 오늘 밤에는 산책을 하고 집에 돌아와 나른한 잠을 자야지,’ 다음을 기대하는 마음이 우리의 하루를 지지합니다. 때로는 기대가 무음으로 응답할지라도 괜찮습니다. 무음도 연주의 과정이니까요. 봄을 담고자 하면 담으러 가는 길이 봄임은 틀림없습니다. E 님은 4개를 사서 2개를 먹고 2개를 남겼습니다. 저는 8개를 사서 6개를 먹고 2개를 남겼습니다. 조금 질리게 먹었는데 질리게 먹어서 아직도 단 맛이 오래 기억에 남아 좋습니다.



 포르투에도 리스본처럼 맛있는 에그 타르트 베이커리가 많았습니다. 저는 에그 타르트를 먹을 때 페이스트리 안에 계란 반죽의 밀도로 나름 맛을 평가했습니다. 너무 질지도 묽지도 않은 농도의 중용. 사실 갓 구운 따뜻한 에그 타르트는 맛에 항상성이 있습니다. 어디를 가도 맛있어요. 제가 입맛이 수용적이긴 합니다. 하지만 저처럼 너그러운 입맛이 아니어도 포르투갈 에그 타르트는 맛있을 것에요. 조그만 파이는 외국으로 날아갈 이유가 있었습니다. 다만 조금 달아서, 단 맛에 유별나면 하나, 유별나지 않다면 두 개를 먹으면 좋습니다. 술을 좋아하시면 와인에, 술이 어려우면 오렌지 주스에 드셔보세요. 어울림이 좋답니다. 저는 비가 오는 밤에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숙소 앞 카페에 가서 2.5유로를 내고 에그 타르트에 와인을 마셨습니다. 혼자라 취향대로 저녁을 즐길 수 있어 좋았습니다. 밤마다 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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