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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말가 Jun 24. 2022

브런치에서 낚시 문자를 보냈다.

 -에피소드-

글쓰기에 게을러진다 싶으면 브런치에서 이런 독려의 메시지가 날아온다.

작가님의 ‘꾸준함’이 ‘재능’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쌓인 글은 책으로 탄생하기도 합니다. 작가님의 시선이 담긴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세요.

이것까지는 무시가 된다. 꾸준함이 재능으로 거듭나기에는 이 가망 없다고 단념했기 때문이다. 그러고 가사 전담반으로 세월을 죽이다 보면 이런 메시지가 온다.

와...

설마 정말? 혹시 정말?

진짜 같다.

진짜 내 글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서 당장이라도 글을 써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생긴다.


 연재할 때도 마감일보다 항상 먼저 원고를 넘겨서 독촉 전화 한번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인가 브런치의 이런 독려글에 반응을 해버리고 만다. 이제는 맞춤법 검사가 없으면 맞춤법에 맞게 쓰지도 못하고, 그림의 도 잘 그리지 못하게 되었는데 무리하며 쥐어짜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작가님~"이라는 저주에 걸어깨가 들썩해버리고 만다.


 청춘의 시기에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작품을 만드는 이, 나의 뇌와 손과 엉덩이에서 실을 뽑아 천을 삼고 옷 어 입는 것이었다. 그 옷을 입고 뽐을 내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보람도 느끼고 자부심도 가졌었다. 물론 의도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옷을 만들어 본 적도 없고 입어본 적은 더더욱 없다. (사실 좋은 옷을 만드는 재주가 없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청춘의 시기가 훌쩍 지나버리고 하루살이로 살고 있는 지금에는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이 머뭇거려진다. 오히려 내가 입고 있는 옷의 올이 풀려 나가는 느낌이다. 글을 쓰면 쓸수록 벌거벗겨지고 치부가 드러나는 것 같은 부끄러움에 사로잡힌다.

작품 속에 은연중 스며있는 나의 실체가 드러나는 것 같아서, 끝내는 수십 줄의 글과 수십 시간을 들인 그림을 모두 지우고 만다.


그래서 쓰지 못하고 있다ㅡ는 핑계실을 뽑아내서 내 몸에 칭칭 감고 다시 고치를 틀고 처박혀.




 브런치의 낚시 문자를 받고 고치 속에서 꾸물대며 며칠 동안 실을 뽑아 씨줄 날줄 물레 물레.... 그리고 이렇게 슬그머니 천 쪼가리를 하나 만들어 내놓는다. 내 체취가 아주아주 드럽게 잔뜩 묻어있는 천 쪼가리다.






에헤이, 결국 브런치의 낚시질에 낚이고 말았.

나도 제목으로 독자들이나 낚아보련다!

어디, 어쩔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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