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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준영 Jun 24. 2024

한반도를 노닐던 공룡들의 흔적

가볍게 떠나는 과학여행 : 12 군산 산북동 공룡발자국과 익룡발자국 화석

  몇 년 전 가족과 함께 군산으로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배경이었던 '초원사진관'과 전국구 빵집으로 유명한 '이성당'과 같은 곳을 둘러봤고, 근현대 역사유적을 살펴봤고, 짬뽕 맛집을 찾아가기도 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보다 더 즐겁게 여행을 하고 돌아온 기억이다. 하지만 그때는 알지 못했다. 군산에도 과학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과학과 관련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다니며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는 일을 시작했다. 유튜브로 대박을 내 보자는 목적은 아니었다. 오랫동안 실행하지 못하고 맘 속에만 품고 있던 일을 해 보자는, 그리고 아카이빙을 해 보자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전북 지역에 대해 조사를 하다가 알게 된 곳이 바로 '군산 산북동 공룡발자국과 익룡발자국 화석산지'다. 


산북동 화석산지 입구. 뒤쪽에 보이는 청록색의 거대한 건물이 화석산지다.

  이곳의 위치가 인상적이었다. 통상 화석산지라고 하면 산 속이나, 들판 어딘가에 있다. 하지만 이곳은 다르다. 논과 산업 단지로 둘러싸인 다소 생뚱맞은 위치에 화석산지가 있다. 사실 이곳은 과거에 바다에 떠 있던 작은 섬이었다. 그러던 곳인데 간척 사업으로 새로운 땅이 생기면서 지금은 논과 산업단지에 둘러 쌓이게 된 것이다. 

  화석산지의 겉모습도 특이하다. 화석산지라는 장소에 도착해 보면 커다란 건물만 자리하고 있다. 뭔가 잘못 찾아온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공장같이 보이는 그 건물이 바로 화석 산지 전체를 보존하기 위해 설치되어 있는 보호 건물(보호각)이었다. 건물 밖에는 화석산지 간판이 설치되어 있고, 건물로 들어가는 계단 옆에는 설명 표지판도 있다. 


고군산군도 지질공원 홈페이지(http://gsgeopark.gunsan.go.kr/) 고군산군도 지질공원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군산에는 '고군산군도 지질공원'이라는 국가지질공원이 있다. 고군산군도는 군산 앞바다에 여러 섬들을 함께 지칭하는 말로, 지금은 고군산군도에 속하는 일부 섬은 새만금 방조제를 통해 육지와 연결되어 있다. 고군산군도 지질공원의 지질명소는 대부분 이 섬들에 있는데, 단 하나 군산 시내에 있는 지질명소가 바로 이 화석산지다. 화석산지를 시작으로 고군산군도로 넘어가 지질명소를 살펴보는 것도 추천할만한 과학 여행 코스다.


화석산지 보호건물 내부의 전경, 화석이 남아 있는 암반(지층) 전체를 커다란 건물로 둘러싸 보호하고 있다.

  '군산 산북동 공룡발자국과 익룡발자국 화석산지'는 중생대 백악기 초 공룡이 남긴 흔적이 있는 곳이다. 화석산지 전체를 감싸는 보호 건물 내부에 들어가면 거대한 암반(지층)이 눈에 들어온다. 거대한 바위하나가 건물 안에 꽉 들어차 있다. 바로 이 거대한 바위에 공룡들의 흔적이 남아있다. 이곳에 흔적으로 남아있는 것은 조각류와 수각류 공룡의 발자국 화석과 익룡 발자국 화석이다. 화석이 남아있는 지층을 구성하는 암석이 비교적 풍화침식에 약해 이를 보호하기 위해 아예 건물로 암반 전체를 둘러싼 것이다. 실내에는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기 위한 항온·항습기도 설치되어 있다.


조각류 공룡의 발자국 화석, 오른쪽 상단에서 왼쪽 하단으로 이어지는 긴 보행렬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초식공룡이라고 하면 거대한 크기와 긴 목과 긴 꼬리를 가진 '브라키오사우루스'나 '아파토사우루스'와 같은 용각류 공룡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곳에 흔적을 남긴 초식공룡은 '조각류'라고 불리는 공룡의 흔적이다. 가장 대표적인 조각류 공룡으로는 '이구아노돈'이 있는데, 이곳에는 그와 비슷한 공룡이 흔적을 남겨놓은 것이다.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거대 암반을 정면에서 바라봤을 때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조각류 발자국과 보행렬이다. 그리고 암반 중앙 윗부분에는 대각선이 아니라 세로로 남아있는 또 다른 공룡의 발자국 화석과 보행렬도 확인할 수 있다. 이곳의 조각류의 발자국 화석을 자세히 살펴보면 공룡이 두 발로 걸었는지 네발로 걸었는지도 추정해 볼 수 있다. 발자국은 명확하게 남아있기도 하거니와 보호 건물 안에 화석을 잘 볼 수 있도록 조명도 설치되어 있어 확인하기는 더 쉽다.


수각류 육식공룡의 발자국 화석,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이어지는 3개의 발자국을 확인할 수 있다. 

  공룡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영화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타라노사우루스'일 것이다. 최강의 육식공룡, 폭군이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한데, 티라노사우루스는 '수각류'에 속하는 공룡이다. 이곳 화석산지에는 바로 이 '수각류' 공룡의 발자국 화석도 확인할 수 있다. 조각류 발자국이 동그란 모양에 가깝다면 수각류 공룡의 발자국 화석은 그 모양이 조금 다르다. 앞쪽으로 발가락이 3개 정도 튀어나와 있는 모습이다. 거대한 닭 발자국(?)과 같은 모습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새, '조류'가 '수각류'에 포함되어 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하다.
(새가 공룡의 일종인 '수각류'라는 사실은 이제 널리 알려진 과학적 사실이다. 공룡은 아직 멸종하지 않았다!)


반대쪽 끝에서 바라본 화석산지 내부 전경. 사진상 가장 먼 쪽에 암반 위에 익룡발자국 화석이 있다고 한다. 아쉽게도 관람로에서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아쉬운 것은 익룡발자국 화석의 경우 관람로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도 선명한 공룡발자국 화석을 시내와 가까운 실내에서, 편안한 관람로를 따라 걸으며 볼 수 있다는 것은 이곳의 큰 장점이다. 또 이곳에는 지질명소를 설명해 주시는 분들이 상주하고 계신데, 화석 산지와 얽혀있는 이야기를 재미있고 친절하게 너무나 잘 설명해 주셨다.


  군산은 과거 내가 가족여행지로 선택했던 것처럼 찾는 분이 제법 많은 도시다. 군산은 근현대 유적, 영화 촬영지, 빵집 등으로 유명하지만 이제는 과학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는 곳이 되었다. 어쩌면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도 군산 여행을 준비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군산 산북동 공룡발자국과 익룡발자국 화석산지'나 고군산군도의 지질명소 중 곳을 여행 코스에 포함시키면 어떨까? 

  지금부터 약 1억 2천만 년 전인 백악기 전기. 거대한 호수 주변을 걷고 있는 조각류 공룡들과 저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기회를 엿보고 있을 수각류 육식공룡의 모습을 상상해 보자. 이곳 화석산지를 둘러보고 있자면 자연스럽게 이런 모습을 머릿속으로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군산 산북동 공룡발자국과 익룡발자국 화석산지 영상으로 보기

https://youtu.be/K3UfjtYm_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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