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준영 Jun 03. 2024

원자력 발전에 대한 생각 거리들

일상 속 과학 마주하기 2 : 복잡한 문제의 전형, 원자력 발전 이야기

  경주에는 '대왕암'이라는 관광지가 있다. 그리고 대왕암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양남 주상절리군'이 있다. 그런데 두 관광지 사이는 해변을 따라 직선으로 내려갈 수 없다. 그 두 관광지 사이에는 일반 사람들이 지나가면 안 되는 시설이 있기 때문이다. 대충 눈치채셨겠지만 그 보안 시설의 정체는 바로 원자력 발전소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원자력 발전소가 5개가 있다.


  강의를 하다 보면 원자력 발전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성격 급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래서 원자력 발전은 계속해야 하는지? 아니면 탈원전이 답인지? 양자택일로 답변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원자력 발전은 어느 순간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인 이슈가 되어 버려서 가끔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주저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치적인 성향을 가지고 된다 안된다를 이야기하면 안 된다. 얽혀있는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를 제대로 봐야 한다. 그 이후에 된다, 안된다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이 바로 원자력 발전 문제다. 


  동아시아는 유럽, 미국 동부와 함께 세계적으로 원자력 발전소가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중국과 일본 대만까지 모두 원전을 운용하고 있다. 특히 일본과 대만의 경우 지진이 잦은 지역이라서 다른 지역의 원전보다 위험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올해 4월부터 상업 운전을 시작한 한울 신2호기까지 포함해서 현재 26기의 원자로에서 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원자력 발전과 관련해서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는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와 같은 원전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사고가 일어난다면 막대한 방사능이 유출되고 인근 지역이 한 동안 사람이 살 수 없는 죽음의 대지로 변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안전하게 운영할 수는 있겠지만, 철저히 관리하면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지, 그런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0이 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런가 하면 원자력 발전의 장점도 명확하다. 건설 비용이 많이 들긴 하지만 일단 건설을 해 놓으면 상당 기간 동안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전기를 싼값이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저렴한 가격에 전기를 이용할 수 있는 배경에는 원자력 발전소의 역할이 분명히 있다.


  원자력 발전과 관련된 정부 정책의 방향은 크게 두 종류가 있을 수 있다. 첫 번째는 탈원전이다. 두 번째는 원자력 발전을 계속하되 안전하게 운영하는 것이다. 탈원전도 원전 지속 운영도 모두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간단하게 결론을 내릴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우선 독일의 경우 2023년 4월 마지막까지 운영하던 3기의 원자로 가동을 모두 멈추고 탈원전에 접어들었다. 독일은 바람이 강한 북해를 품고 있는 나라로 풍력 발전을 확대하기 좋은 입지를 가진 나라다. 하지만 기후 변화로 북해의 바람이 약해지면서 안정적인 풍력 발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인지 프랑스 등에서 수입하는 전기가 늘어나고 있다. 독일은 탈원전에 성공한 나라라기보다는 탈원전 성공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나라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만약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다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체 전기 생산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다. 만약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려면 그 30%를 대체할 수단이 있어야 한다. 30%는 최소 수치다. 앞으로 전기 수요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가장 안정적인 방법은 화력발전소를 짓는 것이다. 하지만 화력발전소 확대는 다른 문제가 있다. 바로 온실가스다. 온실가스 감축도 중요한 국가적 목표인 상황에서 화력발전소를 확대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다. 


  그렇다면 장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기존의 전기 발전 방식을 모두 대체할 수 있을까? 그것 또한 쉽지 않다. 풍력과 태양광으로 대표되는 신재생에너지도 한계는 명확하다. 우리나라는 바람이 약해 풍력발전에 적합한 곳도 많지 않고, 태양광발전도 마찬가지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사용하는 전기의 양을 줄이고는 있지만 전체 에너지 수요는 줄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IT 기업들도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면서 끊임없이 전기를 소비하고 있다. 전 세계 전력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상황에서 원자력 발전을 포기하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재의 전력 생산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원자력 발전은 물론이고 엄청난 탄소를 배출하는 화력발전소 역시 퇴출의 대상임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화력과 원자력을 모두 포기하고 필요한 만큼의 전기를 모두 충당할 수 있을까? 쉽지 않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전기자동차가 더 많아져야 하는데 그 자동차를 구동하는 전기가 화력발전을 통해 생산된 것이라면 전기 자동차로 바꾸는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원자력 발전 유지만이 답인가? 원자력 발전을 잘 관리해서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통제하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이 있다. 관련 기술도 계속해서 정교해지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그렇다고 사고 확률이 0이 되는 것은 아니다. 또 그렇다고 해도 문제는 남아있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문제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대부분은 사용 후 핵연료다. 방사능을 내뿜는 위험한 물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이 없다.(경주에 있는 방폐장은 중 저준위 처리장이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원전 운영국은 이미 방폐장 확보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부지조차 선정하지 못했다. 전국의 원자력 발전소에 임시 저장되어 있는 사용 후 핵연료는 약 1.9만 톤에 이른다. 원자력 발전을 계속한다고 해도 이런 문제는 해결하고 해야 한다. 


  최근 정부에서는 국제사회의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에 대응하는 CF100(Carbon free100)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우리가 우리의 논리로 국제 사회를 주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렇다면 준비는 해야 한다. 신재생 에너지 생산을 늘리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원자력 발전소는 항상 엄격한 기준으로 관리·제어해야 한다. 그래야 다가오는 미래에 조금은 대응할 수 있다. 


  '신재생 에너지 확대'와 '온실가스 감축'은 전 세계적인 대세다. 그리고 원자력 발전도 현재 우리에게는 필요한 발전 수단이다. 그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필요와 흐름을 잘 파악하고 효과적인 전력 생산 체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1~2년에 끝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50~100년이 걸릴 일이다. 먼 미래의 일이라고 나 몰라라 할 것인가? 아니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모두가 쉬쉬하다 문제를 더 어렵게 꼬아버리는 짓은 지구온난화로 충분하지 않을까?

이전 13화 '한국의 나이아가라' 폭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