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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준영 May 28. 2024

'한국의 나이아가라' 폭포?

가볍게 떠나는 과학여행 : 11 철원 직탕폭포, 송대소, 고석정

  앞선 글에서 살펴보았듯 강원도 철원은 유네스코가 승인한 세계지질공원이자 국가지질공원인 한탄강지질공원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이미 두 차례에 걸쳐 '한탄강주상절리길'과 '철원 용암대지'를 소개했지만, 여전히 소개해야 할 많은 지질명소들이 남아있다. 이번에는 그중 몇 곳을 소개하려 한다. 


  먼저 소개할 곳은 한국의 나이아가라 폭포라는 별명을 가진 '직탕폭포'다. 물론 그 규모는 나이아가라 폭포에 비하면 많이 소박하다. 비록 높이는 3m 정도에 불과하지만 폭포의 너비는 80m이 이르는 폭포다. 이 정도 규모의 폭포는 우리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앞서 소개한 대로 철원 지역은 과거(신생대)에 여러 차례에 걸쳐 용암이 흘렀고, 그 결과로 만들어진 현무암을 흔히 볼 수 있는 지역이다. 직탕폭포 역시 현무암 지역에 만들어진 지질명소다.

정면에서 바라본 직탕폭포. 직탕폭포는 높이는 3m 정도에 불과하지만 너비는 80m에 이르는 폭포고 한국의 나이아가라 폭포라는 별명이 붙어있다.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은 강바닥을 파고 들어가게 되고, 결국 폭포가 점점 뒤쪽으로 밀려나게 된다.  직탕폭포를 정면에서 보면 폭포가 일직선으로 떨어져 내리는 듯 하지만, 옆에서 보면 중앙 부분이 앞쪽으로 돌출되어 있고, 폭포의 양 쪽이 좀 더 뒤쪽으로 후퇴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떨어지는 물의 세기도 중앙보다 좌우가 더 강한데, 이 때문에 양쪽이 더 빨리 침식을 받아 뒤쪽으로 물러났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 직탕폭포 주변에는 강물에 의해 주상절리 아래쪽이 떨어져 움푹 들어간 하식동굴 지형을 확인할 수 있으며, 강변이나 강바닥에서는 주상절리의 윗부분에 해당하는 거북이 등껍질과 같은 모양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옆에서 바라본 직탕폭포(좌), 하식동굴(중앙), 강변에서 볼 수 있는 주상절리의 윗 부분(우).

  직탕폭포에서 한탄강을 따라 조금만 내려오면 '철원한탄강은하수교'라는 다리가 나온다. 철원을 대표하는 것 중 하나인 '두루미(학)'을 형상화한 현수교로 2020년을 시작으로 이미 많은 관광객이 다녀간 관광 명소다. 현재 건너편 산 능선 위에 거대한 전망대도 만들어지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은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철원한탄강은하수교. 이 다리는 철원을 대표하는 동물인 두루미의 모양을 형상화한 현수교로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이 다리 바로 옆에는 '송대소'라는 명칭이 붙어있는 지질명소가 있다. 사실 송대소라는 지질명소 위에 이 다리가 건설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송대소는 다양한 모양의 주상절리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사실 이곳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10월부터 4월 사이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강 물 위를 걸으며 주위의 현무암 주상절리를 볼 수 있는 '물윗교'가 열리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물윗교를 걸으면 현무암 절벽을 수놓은 다양한 모양의 주상절리를 가까이서 접할 수 있다. 물론 은하수교 위에서 내려다보거나, 주위에 마련된 전망대를 이용하는 것도 훌륭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은하수료 옆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송대소(좌), 송대소 주상절리 표지판에 등장한 궁예 캐릭터(오른쪽). 철원은 궁예가 건국한 나라 '태봉'의 수도가 있던 곳이다.

  송대소에서 한탄강을 따라 다시 조금 내려가면 '고석정'을 만날 수 있다. 고석정은 이곳에 있는 정자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이 정자가 위치한 지역 일대를 가리키는 명칭이기도 하다. 고석정의 '고석' 옆에 위치한 정자인데, 고석은 한탄강의 침식을 받아 깊게 파인 협곡 아래 홀로 우뚝 서 있는 거대한 바위다. 주변 풍경이 빼어난 곳이어서 과거부터 명소로 꼽히던 곳으로, 이곳은 1977년에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이래로 현재까지 많은 이들이 찾는 관광지다.

고석정 주차장 쪽 정자인 '세종강무정'에서 내려다본 고석, 고석정은 보이진 않지만 사진 좌측 아래쪽에 위치해 있다.

  멋진 풍경을 지닌 고석정은 '지질명소'이기도 하다. 놀랍게도 '고석'은 현무암이 아니라. 화강암이다. 철원 지역의 대부분의 지질명소가 현무암 위주인 것에 비해 조금 다른 특징이다. 하지만 고석정 인근에도 현무암은 있다. 고석정 주차장에 도착하면 계단을 따라 절벽 아래로 내려가야 고석정과 고석을 만날 수 있는데, 주차장이 있는 절벽 위쪽을 구성하는 암석은 현무암이다. 절벽 아래쪽은 원래 철원 지역의 기반암인 화강암이, 위 쪽은 신생대에 만들어진 현무암이 분포하는 것이다. 두 지층 사이에는 아주 긴(1억 년)의 시간 공백이 있는데, 이런 지질 구조를 '부정합'이라고 한다. 고석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위쪽은 현무암으로 아래쪽은 화강암으로 만들어져 있는 것도 이런 특징을 설명하기 위한 노력(?)이라 할 수 있다. 

고석으로 내려가는 계단(좌), 위쪽은 현무암, 아래쪽은 화강암으로 만들어 부정합을 설명하고 있다. 고석정에서 바라본 고석(우) 고석 옆의 2층 정자인 고석정에서 바라본 풍경.

  직탕폭포, 송대소, 고석정에 대한 글로 일단 철원의 다양한 지질명소에 대한 소개를 마친다. 물론 모두를 다 소개한 건 아니다. 민통선 안쪽의 평화전망대와 샘통은 물론이고 대교천 협곡과 삽부연폭포도 소개하지 못했다. 물론 철원에는 지질명소만 있는 것도 아니다. 북한과 접하고 있는 안보 도시이자, 궁예가 세운 '태봉'의 수도가 있었고, 광복 이후 신탁통치 기간에는 북(소련)의 지배를 받다가, 전쟁 이후에는 남한에 속하게 된 근현대사의 아픔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기존의 안보 관광자원과 함께 지질명소를 적절히 활용하며 관광도시로 점차 입지를 키워가는 곳이 철원이기도 하다. 다가오는 여름, 가족과 그리고 아이와 함께 철원의 안보 관광지와 지질 명소를 살펴보며 여러 가지 테마의 여행을 즐겨보면 어떨까? 새로운 국내여행의 성지가 될 철원! 강력하게 추천해 본다. 



한국의 나이아가라 폭포 영상으로 확인하기

https://youtu.be/DcZvgEI_V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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