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준영 Jul 08. 2024

섬에서 마주한 조금은 다른 암석

가볍게 떠나는 과학여행 : 13 고군산군도(선유도) 유문암, 망주봉

  "이번에는 어디를 가볼까?"


  최근 한 달에 한번 꼴로 과학과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낼 만한 장소를 찾아다니고 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질공원의 지질명소들을 후보에 올려두게 된다. 그런데 지질명소 중에는 찾아가기가 조금 부담스러운 장소들이 있다. 바로 '섬'이다. 들어가려면 자동차가 아니라 배(때로는 비행기)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섬이 가장 많다는 스웨덴이나 섬으로만 이루어진 필리핀, 인도네시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는  많은 섬을 영토로 가지고 있는 나라다. 우리나라에는 삼 천 개가 넘은 섬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중에는 지질명소로 지정된 곳도 많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섬인 '제주도', '울릉도', '독도', '백령도', '대청도'는 모두 국가지질공원이다. 그리고 부산의 '오륙도', 화성의 '제부도' 등도 국가지질공원의 지질명소로 지정되어 있다. 

'고군산군도 지질공원' 안내 리플릿. 지질트레일 코스 안내, 지질명소 소개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아직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섬으로 이루어진 국가지질공원이 하나 있는데, 지난 글에서도 잠시 언급했던 전북 군산의 '고군산군도 지질공원'이다. 고군산군도 지질공원에는 10개의 지질명소가 있는데 그중 9개가 섬에 있다.(현재 내륙에 있는 '산북동 공룡발자국과 익룡발자국 화석산지'도 간척 이전에는 섬이었다) 고군산군도는 약 5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지역인데, 새만금방조제가 건설된 이후로 무녀도, 장지도, 신시도, 선유도 등의 주요 섬이 자동차로 들어갈 있게 되었다. 


  그래서 전라도 지역을 여행지로 결정하고 고군산군도를 잠깐 들러보는 일정을 짰다. 자동차로 들어갈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사실 지질명소도 명소지만 고군산군도는 아름답기로도 유명한 섬이다. 잠깐 들르는 것으로는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아직 육지와 연결되지 않아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방축도, 명도, 말도까지 둘러보려면 2박 3일도 모자란다. 그래서 이번에는 고군산군도 중 선유도만 잠깐 들르기로 했다.

선유도해수욕장 왼쪽 끝 부분의 탑 모양의 구조물과 그 아래쪽 유문암 노두

  선유도에서 먼저 살펴본 것은 '유문암'이라는 암석이다. 지금까지 포항, 경주, 철원 등지에서 화산암을 여러 차례 살펴보았지만 모두 현무암이었다. 유문암이 밝은 색을 띠는 화산암이다. 화산암은 화산이 폭발해 용암이 지표 밖으로 나와 흐르다가 굳어 만들어지는 암석이다. 그러니까 유문암은 용암이 흘러 만들어진 밝은 암석이라는 뜻이다. 선유도해수욕장 오른쪽 끝에는 높은 탑 모양의 건물이 하나 서 있는데, 해변에 서서 그 건물 쪽을 바라보면 건물 아래쪽에 노출이 되어 있는 암석 노두가 보인다. 이곳을 이루고 있는 암석이 바로 유문암이다. 

유문암 노두에서 살펴볼 수 있는 작은 사이즈의 유문암 주상절리. 절리와 절리가 교차하며 주로 사각형 형태로 나타남

  유문암도 화산암이므로 비교적 빨리 식어 암석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현무암과 마찬가지로 주상절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특히 이곳의 유문암 노두에서는 굉장히 작은 사이즈의 주상절리를 확인할 수 있다. 포항, 경주, 철원 등에서 볼 수 있는 현무암 주상절리는 통상 수십 센티미터 이상의 직경을 가진 기둥이다. 그에 비해 이곳의 주상절리는 직경이 수 센티미터에 불과할 정도로 작다.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가기 쉽다. 주상절리의 크기는 용암이 식는 속도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암석의 종류와 절리의 사이즈는 관련이 별로 없다. 또 이곳에서는 해식 동굴로 볼 수 있는 구조도 관찰할  수 있으며, 자세히 살펴보면 용암이 몇 차례 흘렀는지도 유추해 볼 수 있다.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이어지는 경계면을 기준으로 위와 아래쪽은 다른 용암으로 만들어진 암석으로 유추할 수 있음(좌), 풍화작용으로 공중에 매달린 유문암(우)

  유문암을 다 살펴보았다면 뒤를 돌아 해수욕장 반대편 끝 쪽을 바라보자. 거대한 암반으로 이루어진 우뚝 솟은 2개의 산 봉우리가 보인다. 이 봉우리가 바로 고군산군도 지질공원의 지질명소 중 하나인 '망주봉'이다. 망주봉은 '임금(주인)을 그리워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과거 이곳으로 유배(귀양) 온 선비들이 이 봉우리에 올라 한양 쪽을 바라보며 임금님을 그리워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망주봉은 언뜻 보면, 서울 도심에서 볼 수 있는 인왕산, 북악산, 북한산의 거대한 암반과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모두 밝은 색을 띠는 '돌' 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의 산들과 망주봉은 구성하는 암석의 특징이 상당히 다르다. 인왕산을 비롯한 서울의 산은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화강암은 심성암으로 마그마가 깊은 땅속에서 천천히 식으면서 만들어진 암석이다. 반면 망주봉을 이루는 암석은 유문암 계열이다. 

망주봉 아래부분 확대 사진(좌) 큰 덩어리가 빠져나간 것으로 보이는 타포니 구조, 물에 의해 풍화침식의 흔적이 보이는 하단부, 유문각력암 확대사진(우,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망주봉을 이루는 암석은 '유문각력암'이라는 명칭으로 불린다. 유문암과는 또 조금 다르다. 각력암은 보통 크게 모가 난 비교적 큰 퇴적물이 쌓여서 만들어진 암석을 뜻한다. 이곳의 유문각력암은 용암이 흘러 일차적으로 만들어진 유문암이 얼마 되지 않아 부서지고, 이 부서진 파편이 다시 모여 만들어졌다. 기존 유문암이 부서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망주봉의 경우에는 굳은 유문암 아래에서 지속적으로 용암이 올라와 그 압력으로 위쪽의 유문암이 부서지고 다시 굳어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부서진 유문암 덩어리들을 연결하는 물질들도 유문암에서 기원한 것들로 이 지역의 유문각력암은 구성 전체가 화산활동에 기원을 두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글에서는 망주봉 하나만 소개했지만, 고군산군도의 10개 지질명소 중 4개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자동차로 갈 수 있는 곳이다. 고군산군도의 빼어난 풍경과 함께 지구의 역사의 단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지질 명소를 둘러보러 한번 와 보면 어떨까? 



군산 선유도 유문암 + 망주봉 영상으로 보기 

https://youtu.be/t2kOnLlmwvE



이전 15화 한반도를 노닐던 공룡들의 흔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