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준영 Jul 15. 2024

용암과 퇴적물의 콜라보, 페퍼라이트

가볍게 떠나는 과학여행 : 14 부안 변산반도 적벽강

  이번에 다룰 장소는 전북 부안에 위치한 적벽강이다. 적벽강은 강(江)이라는 글자가 붙어 있어 굽이쳐 흐르는 강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강은 아니다. 멋들어진 풍경을 가진 해안 절벽 일대의 명소다. 중국의 송나라 시기의 시인인 소동파가 놀았다고 전해지는 중국의 적벽강과 같이 아름답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멋들어진 풍경을 선사하는 장소인 만큼 지질학적으로도 살펴볼만한 것들이 많이 있다. 

적벽강 전경. 너른 해식대지가 펼쳐져 있고, 저 멀리는 해안 절벽 지형도 확인할 수 있다.

  전북에는 2개의 국가지질공원이 있다. 하나는 지난 글에서 잠깐 설명했던 '고군산군도 지질공원'이고 다른 하나는 부안과 고창일대의 '전북서해안 지질공원'이다. 적벽강은 전북서해안 지질공원에 포함되어 있는 지질명소이기도 하다. 변산반도는 '격포리층'이라 불리는 퇴적암과 유문암을 비롯한 화산암 계열의 암석까지 다양한 암석을 모두 만나볼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곳의 암석들은 주로 백악기 후반에 만들어진 것이다.


적벽강의 페퍼라이트. 밝은 부분은 용암(유문암질)이 굳은 부분, 사이사이 검은색 부분이 용암과 뒤섞인 퇴적물의 흔적이다.

  적벽강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지질구조는 '페퍼라이트'다. 마치 후추를 뿌려놓은 듯 한 모습을 한 암석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페퍼라이트는 조금 특이한 방법으로 만들어진 암석이다. 화산에서 분출한 용암이 지표를 따라 흐르다가 아직 암석이 되지 않은(미고결) 상태의 수분을 머금은 퇴적물들을 만나면 용암과 이 퇴적물이 서로 뒤섞이며 만들어진다. 화산 폭발과 수분을 머금고 있는 미고결 상태의 퇴적물이 만나야 한다는 조건을 모두 충족했을 때 만들어진다.


  페퍼라이트는 얼핏 보면 역암처럼 보이기도 한다. 큰 회색 빛의 덩어리들이 보이고 그 덩어리 사이사이를 채우고 있는 검은색 부분이 보이기 때문인데, 큰 회색 빛 덩어리는 역암의 역이 아니라 용암이 굳어서 만들어진 것이고 그 사이의 검은 부분이 바로 수분을 머금고 있던 퇴적물의 흔적이다. 적벽강에서는 페퍼라이트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적벽강에서 확인할 수 있는 주상절리. 화산암인 유문암이 급하게 식어 수축하며 만들어진 구조다.

  적벽강에서는 주상절리도 관찰할 수 있다. 변산반도 서쪽 끝은 거대한 호수에서 퇴적된 격포리층이라는 퇴적암이 있고 이 퇴적암 위를 유문암 계열의 화산암이 덮고 있다. 적벽강에서 볼 수 있는 주상절리는 바로 이 유문암에 형성된 구조다. 유문암도 현무암과 같은 화산암이기 때문에 급하기 용암이 식으며 수축이 일어나고 이때 주상절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적벽강의 돌개구멍. 자갈이 파도로 움직이면서 아래쪽 암석을 파고 들어가면서 만들어진다.(좌) 적벽강에는 수많은 돌개구멍이 있다.(우)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지질구조 중에는 '포트홀'이라고도 부르는 '돌개구멍'도 있다. 적벽강 일대의 해식대지(바닷물의 침식작용으로 만들어진 넓고 평평한 대지)에는 수많은 작은 구멍들이 만들어져 있는데 이 작은 구멍들이 모두 돌개구멍이다. 돌개구멍은 암반 위에 있는 자갈과 같은 작은 돌이 파도에 의해 움직이면서 암반을 아래쪽으로 파고 들어가면서 만들어진다. 돌이 움직이면서 마치 드릴과 같이 아래쪽을 파고들어 가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지형이다. 돌개구멍은 해안뿐 아니라 강이나 계곡에도 만들어지는 지질구조이기도 하다. 


적벽강 해식대지를 가로지르는 균열. 단층의 흔적(?)으로 보이는데, 바닥의 균열이 절벽까지 이어져 있다.

  적벽강에는 거대한 암반 전체를 가로지르는 단층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균열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단층에 의해 암석이 끊어지면서 단면이 마찰에 의해 부서진다. 그리고 일단 부서지고 나면 물이 쉽게 스며들기 때문에 다른 암석 부분보다 풍화침식이 더 빨리 일어나게 된다. 


  이곳에서는 페퍼라이트, 주상절리, 돌개구멍, 단층뿐만 아니라 불꽃구조(퇴적물이 쌓일 때 위쪽 퇴적물의 무게 때문에 아래쪽 퇴적물이 위쪽으로 삐죽 올라간 구조), 방해석맥(암석 속에 포함된 특정 광물이 어떤 이유에서 따로 모여 하얀색 띠로 나타나는 구조), 몽돌(둥글둥글한 모양을 지닌 자갈), 색이 다른 다양한 암석 등도 볼 수 있다. 지질학에 관심이 많다면 반드시 한번쯤은 찾아와 봐야 하는 곳이다. 인근의 채석강과 함께 일정을 짜면 좋다.

몽돌(좌)과 유문암 계열의 화산암으로 보이는 암석, 양쪽의 색이 확연하게 다르다.(우)

  다만 이곳을 찾아 이런 지질구조를 확인해 보기로 마음먹었다면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서해는 조수간만의 차가 큰 바다다. 변산반도 지역도 마찬가지다. 밀물 때는 바닷가로 내려가기 어려울 수 있다. 미리 '변산반도' 또는 '격포항'의 물때 시간표를 보고 해변으로 내려올 수 있는 시간에 맞춰 방문하는 것이 좋다. 또 적벽강은 넓은 해식대지와 해안절벽을 가진 지형으로 모래사장이 아니기 때문에 등산화나 운동화를 신어야 한다.


전북서해안 지질공원 적벽강 영상으로 확인하기

https://youtu.be/oTGiBfbfZmk




이전 16화 섬에서 마주한 조금은 다른 암석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