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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sBeluga 고래아가씨 Jun 11. 2020

트럼프의 총, 균, 새

미국의 민낯을 드러내다

오른쪽은 제레드 다이아몬드 저 <총, 균, 쇠>의 표지를 차용했습니다. 백인 문명을 흥하게 한 이 요소들이 미국의 추한 면을 드러내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1. 새 : 미국인의 편향성을 드러낸 트럼프의 트윗


트럼프 대통령이 또 한 건 했습니다. 흑인 차별 반대 시위에 참석했다 경찰 손에 떼밀려 뇌진탕을 일으킨 70대 노인을 두고, 사과와 재발방지를 해도 뭣할 판에 “극좌파의 설정 아니냐”라며 트윗을 날렸습니다. 미국 언론은 일제히 평범한 시민을 대상으로 근거 없는 무책임한 음모론을 제기한 트럼프를 비판했고, 공화당 상원의원들조차 침묵하거나 “안 보련다”, “대통령이 법정에 설만한 사건에 대해선 말하지 않는 게 최선”이라며 빠른 손절에 나섰습니다.  

 

뉴욕주 버팔로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떠밀어 쓰러진 75세 노인. 피를 흘려도 경찰은 수수방관. 이어 미국에선 경찰 예산 끊자는 #defundpolice 운동까지 시작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에 공식 출마한 2015년 6월부터 임기 첫 2년 반 동안 무려 17,000건 이상 트윗했습니다. 트럼프의 트윗 중독은 기성 언론에 대한 불신과 반감에서 시작됐습니다. 언론은 물론, 본인조차 예상치 못했던 대통령 당선 이후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괴짜 사업가로 평가절하당한 울분을 분출했습니다. 기자회견장에서 질문은 무시하고, 기자를 상대로 ‘거짓말쟁이’라고 매체를 돌아가며 끊임없이 망신 주고 공격합니다. 매년 연말이면 대통령이 참석해 연설하는 전통 있는 백악관 출입기자 모임에는 본인은 물론 참모진까지 불참했습니다. 그런 그에게 자신의 생각을 짧게, 가감 없이 전 세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직접 드러낼 수 있는 트위터는 최선의 수단이죠.


그러나, 정제되지 않은 대통령의 트윗은 미국을 분열시키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분노를 끌어올리고 인종 차별을 부추깁니다. 심지어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4명의 소수인종 여성의원들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2019.7)는 트윗을 날리기도 했죠. 어처구니가 없는 이런 구설은 대통령 발언의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USA 투데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국정을 망치고 있다고 비판했는데요, 트위터를 하게 그대로 내버려두라면서 변명할 여지가 없는 트윗들이 그를 올 가을 재선에서 위기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비꼬았습니다.


문제는 이런 대통령의 트윗이 정체를 숨기고 있던 인종차별주의자들에게 힘을 실어 준다는 겁니다. 미 전역의 평화시위 현장 곳곳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동네 가까운 산호세 경찰 역시 여전히 비무장 시위대에게 고무총과 최루탄을 쏘아대고 있습니다. 버지니아에서는 자신이 KKK (Ku Klux Klan 백인 우월주의자 단체)라고 주장한 36살 백인 남자가 픽업트럭을 타고 시위대에 돌진했습니다.


트럼프가 집권하면서 미국의 증오범죄 수치는 지난 16년간 최고로 치솟았습니다. (2018년 기준, 2020년 2월 발표, FBI) 반면,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09년 백인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심리학자의 연구 논문에 따르면, 흑인을 무능력하고 위험한 존재로 여기는 '암묵적 편견'이 2006년에 비해 90퍼센트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실험사회심리학저널, 2009.5. <오바마의 미국> 강준만 저) 이래서 리더가 중요한 겁니다.



2. 균 : 과학과 권위를 믿지 않는 트럼프를 향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습격



트럼프 대통령은 마스크를 쓰지 않기로 유명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발생 5개월째인 지금까지 마스크를 쓴 모습은 단 한 번, 마스크 생산을 시작한 포드 공장에 시찰 갔을 때 포착된 게 전부입니다. 그는 마스크를 쓰지 않는 이유에 대해 언론에 우습게 보이고 공격당하고 싶지 않아서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다 나중에 스카프라도 쓰라고 말을 살짝 바꾸기도 했죠.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초기 단계에서 마스크의 필요성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던 과거가 트럼프의 재선 가도에 걸림돌이 된 겁니다.



일관되지 못한 행보는 다시 벌어집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말, 미국 식품의약국 FDA를 통해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제로 승인합니다. 하지만, FDA는 승인 한 달만에 해당 약품의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고, 부작용 가능성을 경고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까지도 해당 약품을 예방약으로 복용하고 있다고 홍보했습니다. 이후, 미네소타 대학과 캐나다 대학에서 821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예방 효과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2백만 정을 브라질에 보낸다고 밝혀 전문가 집단과 엇박자를 내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 6월 3일 자)


가장 과학적으로 발전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확인되지 못한 정보 사이에서 표류하는 대통령 때문일까요. 미국은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 수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6월 10일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는 2백만 명, 사망자는 11만 5천 명을 넘었습니다. 중국 러시아 등과 비교해 정보공개의 투명성이 보장되고, 브라질이나 인도 같은 개발도상국에 비해 많은 테스트를 벌인다고 해도 너무 많습니다.


인명피해가 가장 중요하고 우선시 되지만,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가장 큰 타격은 바로 실업률입니다. 앞서 미국은 2019년 7월, 역사상 최장기간인 121개월 경기 확장을 기록했습니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이 경제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라고 치켜세우기도 했죠. 이런 호황을 무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재선 행보에 나서려 할 때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터졌습니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각 주마다 셧다운 명령이 내려지면서 실업률은 19%로 치솟았습니다.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각종 지원금을 풀었고, 지난 2-3개월간 3천만 명이 실업수당 등을 받았습니다. 퍼주기 정책은 아무리 기축통화 찍어내는 미국이라 할지라도 반복할 수는 없습니다. 높은 실업률이 재선에 치명적이라 판단한 트럼프는 각 주지사와 설전을 벌이며 셧다운을 조속히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코로나 감염 추세가 꺾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음 주부터 수십만 명이 모이는 선거 캠페인을 강행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것도 하필이면 오클라호마 털사, 1921년 KKK에 의해 흑인 학살과 흑인 경제 파괴행위가 벌어진 곳에서 재개한답니다.



3. 총 :  총으로 일어선 자, 총으로 망할지니...



미국의 고질병인 총기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급증했습니다. 2019년 한해 총기 난사 사건은 417건에 이르고 자살을 포함한 총기 인명 피해는 15,381명, 부상자는 29,568명에 달합니다.(미국 총기범죄 아카이브) 취임 이후 각종 차별 혐오성 발언과 정책을 펼쳐 증오범죄를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아왔음에도, 자신의 지지 기반인 총기 소유 찬성론자들을 의식해 제대로 대책을 내놓은 적이 없습니다.


지난해 8월 텍사스와 오하이오주에서 잇따라 발생한 대형 총기 난사 사건 직후 대국민 성명에서 트럼프는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과 정신질환에 책임을 전가해 논란을 자초했습니다. 자신의 지지기반을 의식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스스로 총기 사용 옹호론자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말, 텍사스의 한 교회에서 경비원들이 총격범을 사살한 사건에 대해 "이 영웅들과 그들에게 무기 소지를 허가한 텍사스 법이 인명을 구했다"라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죠.


특히, 지난달 말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으로 촉발된 흑인 차별 반대 시위, 소요 사태와 관련해, “약탈이 시작되면 발포한다 (When the looting starts, shooting starts.)”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총기 사용과 흑인에 대한 대통령의 심중을 명확히 드러냅니다. 1967년 흑인 시위에 대한 무력 보복을 공언한 당시 마이애미 경찰서장의 말을 인용함으로써, 공권력을 앞세워 인종차별과 총기를 앞세운 폭력을 선동한 겁니다.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은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헌법의 위협이라고 비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총, 균, 새는 미국 사회를 갈기갈기 찢어놓았습니다. 그의 지지율도 좀 먹었죠. 지난해 잇따른 총기 난사사건으로 대학생들과 여성 지지층이 대거 이탈한 이후, 감염병 정책 실패에 이어 미 전역으로 확산된 조지 플로이드 사망 항의 시위에 대한 과잉 대응까지 더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9%로 폭삭 주저앉았습니다. 대선이 열리는 해의 6월 기준으로 지지율이 30%에 머물렀던 전례는 아버지 부시,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둘인데, 모두 재선에 실패한 바 있습니다. 투표권은 없지만 올 11월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미국이 더 망가지기 전에요. 안전한 곳에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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