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 마사지

by 봄이온다


눈가의 주름이 어떻게 생기는 건지 궁금했던 적이 있다. 거울보며 베시시 웃어보고, 활짝 웃어봐도 내 눈엔 그런게 없었다. 웃다 뒤로 넘어가도 예쁠나이에 굳이 주름을 만들려고 웃어보였으니 참 시간이 많았나보다.

엄마는 웃을때 눈 옆에 살짝 접히는 두세줄이 신경쓰인다며 매번 웃다말고 그부분을 손가락으로 밀어올렸다. 하지만 그때 뿐 두 세줄은 다시 제자리였다.

어느날에는 아이크림을 열심히 발랐다. 바르고 두드리고, 드라마가 끝날때까지 그 행동은 반복되었다. 그러면 다음날은 제법 눈가가 팽팽해진 것 같았다.


전날의 노력을 알고 있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걸까? 주름이 옅어진것 같다는 나의 한마디에 엄마는 더욱 노력하는 성실한 사람이 되었다. 그만큼 나도 성실하게 칭찬했다. 우리의 대화는 기계적인 날도 있었다. 마치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같은 없으면 허전한 인사같이


오늘은 어때?

오 효과 있는것 같아~


진심의 최대치가 반도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의 대화는 반복됐다.

오이도 저며서 나왔고, 감자도 갈려 나왔다. 얼굴에 붙이면 눈과 입만 보여 우스꽝스러웠는데 인터넷에선 만병통치약처럼 얘기하니, 나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운 좋으면 옆에 같이 누워 호사를 누렸다. 얼굴에 붙는 시원한 오이의 감촉은 뭔가 대단한 대우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고, 부스러기 한조각이라도 빈곳에 더 붙이곤 했다.


"팩 하니까 어때?"

"전과 달라졌어!"


그 말은 엄마를 춤추게했다. 한동안 우리집은 네식구가 나란히 누워 얼굴에 채소를 붙이고 있었다.


전과 달라졌다....


이 말은 이제 내게 써야 한다. 피부가 얇은 나는 다른사람보다 일찍 주름이 찾아왔다. 눈가의 두세줄은 내게도 보였고, 대화중에 푸하하 하고 웃다가 얼른 입을 오므리며 눈을 위로 치켜떠야했다. 갑자기 나타난 두 세줄을 집어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10대에는 웃음이 터질때 제대로 만끽했었는데, 20대에는 웃다가 숨이 안쉬어질때는 눈물을 찍어내며 굴러다녔는데

지금은 그렇게 웃길때도 없지만 어쩌다가라도 웃게 되면 주름이 쳐들어와 얼른 웃음을 끊어내야한다. 그 순간이 아깝다. 안경으로 가릴까? 주사를 맞아볼까? 하다가 결국 눈썹을 위로 뜨며 감추는 방법을 쓰고 있다. 방법이랄 것도 없다. 그냥 뭐 습관이 됐다.


늦은 저녁 오이를 저며 얼굴에 붙이려는데

아이들이 따라와서 다 퍼간다. 까르르~ 웃음소리가 힘있다 못해 천장을 뚫고 나갈 것 같다. 소싯적 내가 그랬듯 웃음끝에 그렁그렁 눈물 짓는다.


끄하하하~ 얼굴 봐봐. 오빠 다 가져가지마. 엄마 더 없어?


그렇게 웃길까, 뭐가 그리 웃길까.

난, 결국 오이를 다 뺏기고 아이크림을 바른다.

문지르고 두드리고 명상하는 기분으로

말없이 얼굴을 감싸다 남편에게 물어본다.


"나 전보다 어때?"


남편이 대답한다.


"살이 좀 찐거 같은데...."


명상이 끝났다.

남편이 마사지를 한지 오래 된 것 같네

오이를 문질러줄까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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