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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 사랑

내년엔

by 이가연

내년엔 노래 안 내고 쉬고 싶다. 세상에 편지를 둥둥 띄울 필요 없이 직접 말할 거다. 기약 없이 편지 띄우는 힘은 올해 모두 다 썼다.

내년엔 내 안에 2년째 디폴트로 깔려있는 체한 느낌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브런치 글을 올려도 그때뿐이다. 영국 가도 창원 가도 그때뿐이다. 혼자 잘 돌아다니면, 잘 살면, 성과를 내면 나아질 거 같아서 힘을 내지만 그때뿐이다. 몇 초, 몇 분만 숨 쉴 뿐이다. 700일이 다 되도록 누군가를 매일 하루 종일 생각한단 건 내가 아무리 말을 잘해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이 괴롭다.

백그라운드에 계속 돌아가는 게 체한 느낌이 아니라, 편안한 느낌이길 바란다. 사람 없는 숲 속에 피톤치드 향 맡으면서 걷는 것처럼, 내가 좋아하는 바닷가 냄새 맡으며 바다 구경하는 것처럼, 따스하고 행복한 느낌이 매일 하루 종일 내 안에 자리하고 싶다.

내년엔 진짜 제발 혼자 영국 가고 싶지 않다. 버킷리스트 1번이다.


2026년 별자리 일력

성숙한 열정이 충동성 높은 나에겐 매우 어려울 수 있지만 노력할게. 함께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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