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OOC는 여타 온라인 강의와 다르게 마치 사이버 대학에서 과목 하나를 이수하는 것처럼 퀴즈, 토론, 과제, 중간고사, 기말고사가 있어서 즐겁다. 출석은 보는 강의도 있고, 안 보는 강의도 있다. 토론 및 과제도 없을 수 있는데 이 강좌는 있었다.
다만 이 강의는 도시건축재생과 다르게 순차적으로 주에 하나씩 오픈되어서 아쉬웠다. 왜냐하면, 어차피 내 관심이 12월 되면 다 식을 게 보였기 때문이다. (10월에 한창 브런치에 건축 얘기 엄청 올렸다.) 당장 몰아서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끝까지 다 듣고 싶었는데, 다 들으려면 한 달 넘게 기다려야 해서 답답했다. 그러니 실제로 관심이 확 식어서 안 듣고 싶어졌다. 한 번 호기심이 들었을 때, 지식을 몰아쳐야 한다. 그게 ADHD인에게 맞는 방법이다.
예상대로 귀찮아진 내 모습에 이렇게 영상이 오픈되는 방식이 참 아쉬웠으나, 어쨌거나 끝까지 이수했다. 왜냐하면 이것은 나와의 약속이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그 여우 새끼 때문이다.) 이제 관심이 사라졌는데 매우 귀찮았음에도 끝까지 기말고사까지 풀어서 뿌듯함이 두 배였다. 실제로 신청하고 금방 관심 식어서 포기한 강좌들도 있다. 이건 뭐 오래전부터 좋아하던 음악, 외국어, 심리학 분야도 아니고...
좋은 건축물이 없다고 하지 말고 못생긴 건물이라도 탐정이 된 것처럼 장단점을 찾아보라고 하셨다. 연달아 건축 강의를 듣고 나니, 계속 걸어 다니면서 '여의도에 이렇게 멋지게 생긴 건물들이 있구나.' 생각하며 걸어서 좋았다. 그리고 미술관, 공연장, 영화관도 많이 가라고 하셨는데 나도 그런 공간들을 갈 때 더 생각을 깊이 해봐야겠다. 아무래도 공연장은 그런 생각을 좀 하는 편이다.
교수님이 창원에 직접 지으신 집 가지고 계속 설명해 주시니, 돈 많이 벌어서 집 짓고 싶단 생각도 들었다. 내가 짓나. 돈 있으면 지을 수 있다. 설계비 아끼려 하지 말고 충분한 도면 확보가 되어야 시공비가 절약된다 메모메모.
올해 얻은 K-MOOC 이수증이 왜 둘 다 건축인지 나는 진~~짜 모르겠지만 이 글이 어느 매거진에 속해있는지 보고 알아서 유추하시라. '좋은 건축이 뭔지 내가 왜 알아야 되는데...' 하면서도 재미있었다. 좋은 노래가 뭔지도 아직 모르겠는데.
P.S. 입장 바꿔서 누가 나를 좋아해서 '팝의 역사', '케이팝의 이해' 같은 걸 이수했다고 생각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