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그거 파리 막차였지
추억이라고 하기에는 위험하다만, 도파민 넘치긴 했다. 파리 공항에 도착해서 호텔까지 필히 택시를 탔어야 하는데, 돈 아끼겠다고 고생했다. 공항에서 나 빼고 전혀 모르는 세 명을 모아가지고 같이 택시 타서 한 곳에 내려 돈을 절약했고, 거기서부터 전철을 탔는데.. 그거 막차였던 거 같다. 나 내리니까 직원이 다 내리는지 체크하고 역 문 닫을 기세였다. 그 말은 즉... 거의 새벽 1시였다. 한국에서도 한 번도 막차 안 타봤다. 전철 안에서 '제발 제발 역에서부터 호텔까지 안 무섭길' 빌었다. 그럴 리가. 빌 걸 빌어야지. 무섭고 나발이고 그냥 캐리어 들고뛰었다. 근데 그게 파리에서 제일 재밌었다. 그러니 추억이다.
학교 재방문
5월, 9월에도 영국 학교를 다시 찾았다. 두 번 다 커리어 상담받았다. 이제 어느 나라건 취직은 완전히 생각 없다만, 그냥 내 커리어에 대해 대화할 수 있는 자체가 좋았다. 5월에는 책에 들어가는 서면 인터뷰에 유일하게 응답해주셨던 교수님한테 내 책도 드리고, 음악 워크숍도 참여했다. 그때 필기해 둔 음악 활동을, 그대로 노래 가르치는 봉사할 때 활용할 정도로 도움이 되었다.
여의도의 봄, 가을
한국이 봄에 벚꽃과, 가을에 단풍과 은행나무가 참 예쁘다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인 줄은 올해 처음 느꼈다. 여의도 벚꽃은 원체 유명한 만큼, 이사 오고 기대가 컸다. 유명한 벚꽃길까지 가볼 필요도 없었다. 그냥 집 앞 30초 거리가, 이미 벚꽃길이어서 평일에도 사람이 많았다. 정말 매일 나가서 벚꽃 구경했다. 하지만 벚꽃은 어느 정도 예상했어도 가을은 아니었다. 다른 쪽 집 앞은 은행나무로 가득했다. 온 세상이 노랬다. 엄마도 이렇게 가을에 은행나무 많이 본 건 태어나서 처음이라고 했다. 여의도는 벚꽃만 예쁜 게 아니라, 은행나무로도 사방이 아름답다.
엄마랑 아파트 옥상에서 불꽃축제 구경
물론 개인적으로 '불꽃놀이가 음악이 안 들리니까 재미가 확 없네'라고 느꼈다만, 혼자 보는 거보다 나았다. 그리고 아파트 옥상을 불꽃축제 하는 시간에만 딱 개방하여 '입주민 전용'으로 볼 수 있다는 거 자체가 재미있지 않나. 음악은 유튜브 라이브로 틀고 귀에다 갖다 대고 들었다. 이 아파트에 이렇게 아이들이 많이 사는지 몰랐다. 애들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엄마랑 창덕궁 후원 나들이
어렵게 티켓팅에 성공했다. 단풍이 가장 예쁜 시기였다. 그다음 주에 갔더라면 벌써 단풍이 지기 시작했을 것이다. 예전에 할머니랑 둘이서 창덕궁에 간 적이 있었는데, 경복궁보다 볼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엄마의 강력 추천으로 창덕궁 후원을 예매했다. 가능하면 내년에도 또 갈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