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PR을 이야기할 때 나의 전단지를 빼놓을 수 없다. 시작은 A4 용지를 4등분으로 잘라 집에서 직접 만든 전단지였다. 그다음은 지갑에 들어갈만한 티켓 사이즈의 홍보지였으며 이후 여러 단계를 걸쳐 지금의 일반 명함보다 조금 큰 사이즈의 프로필 명함이 탄생했다. 이건 언제 어디서 필요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휴대하려고 노력한다. 처음 만나서 둘 다 낯을 가린다거나, 짧은 시간 안에 내 소개를 해야 한다 거나한 상황에서 이 명함만큼 좋은 게 없다.
일반 명함은 사실상 적힌 연락처를 저장하고 나선 쓸 일이 없어진다. 하지만 내 프로필 명함은 할 줄 아는 외국어, 노래 장르와 같은 아티스트 이가연에 대한 간략한 정보가 쓰여있어 상대방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명함을 돌리는 자리가 아닐뿐더러, 회사가 없는 개인이 직접 이런 명함 같은 걸 제작해서 주는 경우는 대부분 처음 있는 일이기에 놀라고 신기해한다. 그래서 그들에게 내가 기억에 남는다.
영국 대학원 수업이 한창 시작됐을 때에는, 매 첫 수업이 끝나고 명함을 들고 교수님께 찾아갔다. 여기 중국인만 있는 게 아니라 한국에서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는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명함을 통해 더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었다.
그밖에, 자기 PR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무조건 잡아서 한다. 한국에서 실용음악과를 다닐 때엔, 교수님께서 다음 주엔 희망자에 한해서 실제 오디션을 보는 것처럼 수업을 진행하겠다고 하셨다. 희망자는 나 혼자였다. 나 혼자 강의실 앞에서 오디션처럼 자작곡 노래를 부르고 교수님과 학생들에게 나를 알렸다. 영국 대학원에서 자기소개를 할 때에도 제일 먼저 손들고 발표했다. 그런 기회가 있다면 제일 먼저 손을 들어 초두효과를 노리는 편이다.
자기 PR은 내게 소속사가 없는 개인 아티스트이니 응당 해야만 해서 하는 것이 아닌, 내 특기이자 즐거운 일이 되었다. 십 년 전 나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다. 노래와 무대를 사랑하는 만큼 나는 살기 위해 변했고, 변한 내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