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가연 Sep 01. 2024

8. 자기 PR

자기 PR을 이야기할 때 나의 전단지를 빼놓을 수 없다. 시작은 A4 용지를 4등분으로 잘라 집에서 직접 만든 전단지였다. 그다음은 지갑에 들어갈만한 티켓 사이즈의 홍보지였으며 이후 여러 단계를 걸쳐 지금의 일반 명함보다 조금 큰 사이즈의 프로필 명함이 탄생했다. 이건 언제 어디서 필요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휴대하려고 노력한다. 처음 만나서 낯을 가린다거나, 짧은 시간 안에 소개를 해야 한다 거나한 상황에서 명함만큼 좋은 없다.


일반 명함은 사실상 적힌 연락처를 저장하고 나선 일이 없어진다. 하지만 프로필 명함은 할 줄 아는 외국어, 노래 장르와 같은 아티스트 이가연에 대한 간략한 정보가 쓰여있어 상대방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명함을 돌리는 자리가 아닐뿐더러, 회사가 없는 개인이 직접 이런 명함 같은 걸 제작해서 주는 경우는 대부분 처음 있는 일이기에 놀라고 신기해한다. 그래서 그들에게 내가 기억에 남는다.


영국 대학원 수업이 한창 시작됐을 때에는, 매 첫 수업이 끝나고 명함을 들고 교수님께 찾아갔다. 여기 중국인만 있는 게 아니라 한국에서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는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명함을 통해 더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었다.


그밖에, 자기 PR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무조건 잡아서 한다. 한국에서 실용음악과를 다닐 때엔, 교수님께서 다음 주엔 희망자에 한해서 실제 오디션을 보는 것처럼 수업을 진행하겠다고 하셨다. 희망자는 나 혼자였다. 나 혼자 강의실 앞에서 오디션처럼 자작곡 노래를 부르고 교수님과 학생들에게 나를 알렸다. 영국 대학원에서 자기소개를 할 때에도 제일 먼저 손들고 발표했다. 그런 기회가 있다면 제일 먼저 손을 들어 초두효과를 노리는 편이다.


자기 PR은 내게 소속사가 없는 개인 아티스트이니 응당 해야만 해서 하는 것이 아닌, 내 특기이자 즐거운 일이 되었다. 십 년 전 나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다. 노래와 무대를 사랑하는 만큼 나는 살기 위해 변했고, 변한 내가 좋다.






매거진의 이전글 7. 자격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