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살려
아무도 듣지 못하는 소리 때문에 어제부터 한시도 내 방에서 편안하지가 않다.
어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부터, 드드드드드드드드드 하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린다. 내 방과 거실에서 들리고, 동생 방에선 들리지 않는다. 소리가 하루 종일, 일정한 기계음처럼 나기 때문에 인간이 내는 소리가 아니다.
엄마가 도저히 안 들린다고 해서, 나이가 젊은 동생에게도 확인 요청했으나 역시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불쾌한 건 둘째 치고, 무서워졌다. 나는 너무 거슬리고 힘들어서, 어쩔 땐 목구멍에 까끌까끌한 무언가를 억지로 쑤셔 넣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인데. 녹음해도 당연히 들리지 않고, 동생도 안 들린다고 하니 억울하기도 하고, '내가 ADHD지, 미친 사람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중이다.
동생 방에선 들리지 않으니, 귀에 문제가 있는 이명은 아니다. ADHD의 감각 과민이라고밖에 현재로선 해석이 되지 않는다. 아무리 클래식을 틀어놓아도, 공기청정기와 가습기가 돌아가도, 계속 아무도 안 들린다는 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 하는 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작년에도 쿵쿵 소리가 환청인 줄 알고 무서워했는데, 알고 보니 내 심장 박동이 귀에 들리는 거였다. 손목에 손가락을 대보고 박자가 정확히 일치하는 걸 보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때도 살아생전 그런 적이 처음이었다. 작년 가을에 몇 달을 밤마다 그랬다. 그래도 심장 박동이란 걸 알게된 이후로는, 덜 괴로웠다.
그런데 이번엔 정말이지 하루종일이라서 스트레스 정도도 심각하고 원인도 알 수 없다. 그럼 밖에 좀 나가서 생활하면 되지 않냐고? 난 지금 주로 서점 가기 위해서 하루에 2시간 정도만 외출한다. 서점도 안 갈 때는 산책하려고 20분 정도 나갔다 들어온다... 모르는 사람들과 부대끼는 거 자체가 스트레스다. 그래서 사람 없는 창원에서 그렇게 해방감을 느낀 거다. 일본, 영국, 유럽 등 다른 나라 가서 부대끼는 건 환영인데, 한국은 지하철, 버스도 가급적 타기 싫고 힘들다.
생각해 보니, 내 방과 거실은 지금 이 집에서 싫은 기억, 불편한 감정이 쌓인 곳이다. 그런데 동생 방은 유일하게 나쁜 기억이 없다. 그러니 '이 집이 불편하다'라는 감정 때문에 청각이 과민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집이 아니면 선택지가 없다고, 어떻게든 이 집에서 버티겠다고 감정을 억누르고 있던 게 아닌가. 이거 내 몸이 보내는 신호인가.
영국에서 너무 소음 문제에 시달리다가 와서 한국 와서도 청각이 예민해진 건지, 정말 이 집이 무의식에 '극혐'으로 박혀서 그런 건지, 진짜로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있긴 있는데 남들보다 청각이 발달해서 잘 듣는 건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다음 주엔 일본에 간다. 일본 가서 힐링하고 오면, 혹시 안 들릴 수도 있지 않을까. 원인이 어떻든 내가 편안해지는 것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