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그냥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경 Aug 04. 2022

디지털 디톡스란 이름의 실연 일기 8일 차

2022-08-04 목요일


힘들다.


사진 올릴 게 없어서 매일 먹는 점심이라도...


밥 2-30분 만에 빨리 먹고 나머지 좀 엎드려 있다.

힘이 없다. 일 때문에 힘든 건지 마음이 힘든 건지 모르겠다. 힘들다는 얘기를 하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여기에라도 쓰지 않으면... 이라고 쓰고 그만 쓴다.


사람 때문에 이렇게 힘들어 본 거 오랜만인 것 같다. 솔직히 회사 다닐 정신이 아니다. 내일도 치과 진료를 핑계로 반차를 냈다. 요즘 엎드려 있어서인지 반차를 좀 내서인지 팀원분이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보셨다. 괜찮다고 치과 일이라고 했는데 도무지 설명할 수가 없는 슬픔 때문에 또 슬프다.


고작 두 달 되는 추억인데.


아마 진짜 다시는 볼 수 없다는- 본다고 해도 연인이 될 수 없다는 체감이 어제부로 확실히 들어서인 것 같다. 이제야 실감이 난다. 그리고 억울하고 슬프고 속상하고 체념하고 이해가 된다. 사람 마음은 가변적이다. 내 마음과 상대 마음이 같지 않다고 화내고 매달리고 이런 일은 하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그간의 감정에 대해- 순간에 대해 의문이 든다. 그때는 분명 나와 같은 마음이었는데. 거짓이 아니었는데. 진실이었는데. 하지만 그건 그때일 뿐, 지금이 아니다. 이걸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다.


이제 짐을 빼야 돼 도경아... 더는 이 집에서 살 수 없어... 

나는 예전에 인상 깊은 악몽을 꾼 적이 있다.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이었던 것 같다. 이사 오기 전의 집에 세입자가 들어오기 전에 무단침입(?)을 하여 이불을 깔고 잤던 꿈이다. 왜였을까. 그 집, 그 동네를 떠나온 것이 좋고 후련하다고 생각했는데. 왜 남의 집이 된 곳에 들어가 잠을 자는 꿈을 꿨을까. 지금도 그런 마음인 걸까?


오늘은 너무 푹 자서 놀랐다.

어떤 날엔 행복한 꿈을 꿔서 오히려 하루 종일 정신이 멍하다.

그러나 악몽보다는 낫겠지.




장기하와 얼굴들 - 나란히 나란히, 나 혼자

자이언티 - 5월의 밤

적재 - 잘 지내


이렇게 돌려 듣는다. 위로가 좀 된다.

머드 더 스튜던트 - 사랑은 유사과학 도 들었다. 재밌는 노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