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어플 사기, 환전 사기 주의하세요
근황 : 틴더에서 이유 모르게 차단당해서 위피 가입함
분명 내 생일 무렵까지 데이팅 어플을 쓸 일은 없다고 적었었는데... ^^
사람 마음은 알 수가 없다.
그러던 와중 위피라는 어플에서 재밌는 경험을 해서 적어본다.
위피에 엄청 잘생긴 프로필이 있어서 친구 요청을 보냈다.
해외에서 막 들어왔으며 친구를 구하고 싶다는 프로필.
그런데...
친구 요청을 보내면 8할 이상이 거절을 당하는 야박한 위피 세계에서,
내 친구 수락을 받아주는 거 아니겠는가?
(이때부터 의심함 ㅋㅋ 이렇게 잘생긴 사람이... 왜...?)
얘기를 얼마 하지도 않았는데 카톡으로 넘어가자고 한다.
이때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점이,
1. 카톡 아이디가 이름(가짜)_생일이어서
되게 분류하기 편하게 만들어놨다... 양산형 계정 같이... 라고 생각함.
나도 그렇고 대부분 카톡 아이디는 짧고 편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는데
누가 본명을 굳이 영어로...? 카톡 아이디를?
2. 귀국 1일 차인데 코로나로 격리 중이라고 함.
이 녀석 설정이 탄탄한 게 내가 매번 도시락 뭐 나왔냐고,
순전히 궁금해서 물어봤는데 매일 메뉴를 다르게 대답함 ㅋㅋㅋㅋㅋㅋ
테스트를 통과하느라 힘들었겠어 사기꾼...
알고 보니 만나지 못하는 이유를 대기 위해 코로나로 격리 중이다라고 하는 전형적 수법이라 함.
그리고 잘생긴 것도 그냥 좀 훈훈한 게 아니라
너무 잘생겨서 이건 사기다라고 생각함...
난 자기 객관화가 빠른 사람이니까... ^^...
위피에 상대 계정이 '이용이 정지된 사용자입니다.'라고 뜸.
그래서 태호(가짜 그놈)한테
나: 너 왜 이용이 정지됐어?
태호: 나 어제 탈퇴했어 너 만난 이후에
이러는 거임...
그런데 웬걸?!
다른 대화 상대 분 중에 때마침 탈퇴하신 분이 있었는데,
그 계정을 누르면 '탈퇴한 이용자입니다.'라고 메시지가 다르게 나옴.
(이 무렵에 거의 사기임을 80% 이상 감지함.)
여기에 그치지 않고
태호: 나 만났는데 계속 위피 하는 거야? (째려보는 이모티콘)
이러면서 해당 주제를 돌려버림.
태호 여우짓 ㄷㄷ
그런데 너무 허술하다고 생각했던 게,
1. 카톡 기본 이모티콘만 씀 (연배가... 그리 많지 않았는데도.)
2. 알게 된 지 2일 차인데 오버가 심함
(너 만나서 이제 틴더나 위피 안 한다느니;
자꾸 격리 끝나면 뭐 하자고 너무 많은 미래를 약속함.)
3. 무엇보다 내게 관심이 없음 (젤 중요)
카톡은 칼답이고 대답은 하지만,
소개팅 어플을 오래 이용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아니... 사람에게 호감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사람이 타인에 대해 궁금하다면,
잘 자~라고 하기 전까지 얼마나 상대를 붙잡아보며
가끔은 자지 마라고 말하고도 싶은지...
그런데 이놈은 매번 열 시 가량이면 잠에 들고,
내가 잘 자라고 하면 기다렸다는 듯 잘 자라고 하는 것이다...
마치 퇴근시간을 기다린 직장인처럼... 카톡에서 칼퇴를 해버림...
이런 점에서 난 이 xx... 잘생겨서 대화할 줄을 모르나?
여태껏 소개팅 어플에서 카톡 한 중에 제일 재미가 없는데?
라고 생각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나고 보니 정말 칼퇴하고 싶었기에 그래 버린 것...
그리고 이때쯤 내 생일이었는데 이 녀석... 축하에 영혼이 1도 없다...
생일 잘 보냈어? 이러면서 자기 전에 묻는 그 흔한 말도 없다
그렇지만 사기꾼한테 생일 축하 받음 ㅎ
늘 같은 시간에 굿모닝 인사를 보내오는 태호...
하지만 둘째 날 밤에 나는 태호가 사기꾼이라고 95% 확신함
1. 프로필 사진 7-8장이 있었는데 너무 인스타나 쇼핑몰 모델 샷 같았음
2. 위피 정지 먹었고
3. 위피 마지막 위치가 서울 중구였는데 인천에 격리 중이라고 하고
4. 내게 도시락 사진을 1번도 안 보냈고 (?)
5. 격리 중인 사진도 보낸 적이 없고...
6. 32살이라면서 너무 올드한 느낌이고... 등등...
나는 미용실에 머리를 자르러 가서 카톡을 못봤는데
그 사이를 못 참았는지 이 녀석이 갑자기
태호: 도경아 너 아프리카티비나 인터넷방송 봐?
이러는 거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아... 올 게 왔구나 라고 생각함
* 로맨스 스캠은 주로 온라인머니를 환전해달라는 식으로 발생한다고 들음
이 과정에서 수수료 어쩌구저쩌구 돈이 사라진다 뭐니 해서 입금해달라고 하는 듯?
나: 왜 ㅎ? 방송하려고?
태호: 아니 그게 아니라 머리 아픈 일이 있어서
나: 환전해달라고? ㅋㅋㅋㅋㅋㅋ
태호: 응?
그는... '응?'을 남긴 이후,
안 되겠다 생각한 건지 사진을 모두 지우고 나를 차단했다.
철두철미한 자식... 내가 사진을 저장하기도 전에!
대체 누구셨을까, 프로필의 그분은...
스페인에서 부모님 사업을 돕고 카페 차릴 의향이 있으며
본가는 압구정이고 축구를 좋아하고 포지션은 공격수인 태호는 누구였을까...?
재밌는 일이다.
(이때도 이상하다고 생각한 게 태호는 게임도 술도 안 하는 너드청순 컨셉이었는데
내가 축구 포지션 뭐냐고 묻자마자 '남자는 공격수지' 이러며 허세 부림ㅋㅋㅋㅋㅋ
이때 약간 사기꾼 찐텐이었는 듯)
어쨌든 난 도용된 프로필과 3일이나 오붓하게 대화나눠서 재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