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베이글에 있어서는 타협을 모르는 사람이다.
베이글이란 모름지기 겉은 적당히 질기고 내부도 어느 정도 질겨야 한다. 포슬하거나 폭신하거나 이로 물어 툭툭 끊기는 빵은 그저 고리 모양의 빵이지 베이글이 아니다. 베이글이란 곧 쫄깃함의 동의어이다.
이렇게 베이글 철학이 확고하기 때문에, 유명 베이글 매장을 방문했다가 크게 실망한 경험도 여러 번 있었다. 퍼석퍼석하고 쉽게 부스러지는 베이글, 쫄깃하지 않은 베이글을 판매하면서 베이글 전문점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니, 슬며시 화가 날 지경이었다.
그래도 더 젊었을 때에는 모두가 굉장한 맛집이라고 입을 모아 얘기하며 반드시 가 보라고 등을 떠밀던 딸기 케이크 가게에 방문했다가 너무나도 맛이 없는 바람에 그만 귀가하자마자 몸살이 난 적이 있었는데, 고리 모양 빵을 베이글이랍시고 파는 가게에 방문했을 때에는 그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다. 딸기 케이크는 대체 언제 맛있어지는 것인가 하며 끝까지 꾸역꾸역 먹었던 반면에 유명 매장의 고리 모양 빵은 한두 입 먹고 바로 포기했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 아니면 이번에는 누군가가 진심을 다해 추천해 준 매장이 아니라서 편한 마음으로 그건 베이글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어서인지는 모르겠다.
내가 먹었던 베이글 중 기억에 남는 베이글은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먹었던 베이글이다. <론리 플래닛>에서 맛있다고 추천하여 방문했던 작은 매장이었다. 그 베이글 매장은 여행 서적에서 추천하기에는 좀 과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시 외곽에 붙어 있었는데, 근처에 예배당이 있었는지 머리에 아주 조그만 모자를 얹은 유태인 가족이 매장 앞 도로에 잔뜩 보였던 기억이 난다.
크리스마스 즈음이라 날씨는 제법 추웠다. 혼자 여행하고 있었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식탐이 많은 건 똑같아서 베이글을 세 개, 아니면 네 개를 샀다. 매장에는 자리가 없어 종이봉투에 베이글을 담아 안고 길로 나섰다가, 봉투에서 올라오는 베이글 냄새가 하도 좋아서 다음 목적지까지 걸으며 베이글 한 개를 느긋하게 먹어치우고야 말았다.
추운 날 먹는 갓 구운 베이글은 각별했다. 아직도 그 베이글이 기억이 난다. 봉투 안에서는 갓 구운 빵의 구수한 냄새가 뭉게뭉게 올라왔다. 겉면은 아주 매끄러웠고 짙은 갈색이었고, 한 입 깨물면 치아가 미끄러지려고 해서 겉껍질 아래까지 제대로 물려면 정신 차리고 힘을 주어야 했다. 그리 두껍지 않은데도 하도 쫀득해서 한 입 베어물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베이글이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상당히 큼지막하고 밀도가 높아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부름에도, 크림치즈도 바르지 않고 한 개를 해치우고는 다른 맛 베이글도 절반 정도는 먹어 버리고 말았다. 아마 목이 막히지만 않았더라면 공원이라도 찾아가서 벤치에 앉아 베이글을 전부 해치웠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도 내 기억 속 가장 맛있는 베이글은 몬트리올의 12월 말 베이글로 남아 있다. 몬트리올에서 돌아오는 길에 깨가 듬뿍 박힌 마지막 한 개의 베이글을 소중하게 싸 들고 왔던, 그랬는데도 깨가 잔뜩 떨어져나와서 가방 안이 엉망이 되었던 것도 기억이 날 정도로 멋진 베이글이었다. 몬트리올에 언젠가 다시 갈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그 베이글 가게가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 추억이 하도 멋졌기 때문에 나는 그 베이글 가게를 다시는 찾아가지 않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