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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G Oct 30. 2020

마흔짤의 기적

마흔 살이라니!

마흔 살이라니!


마흔 살이 되던 날, 나는 브릿짓 존스의 일기에 나오는 르네 젤위거처럼 울부짖었다.


나는 내가 마흔 살이 될지 몰랐다. 이런 오만방자한 말이 어딨을까 싶지만 어렴풋이 내가 짐작해온 어른 궤도의 제일 끝 점은 39세 까지였다.


40대는 어른의 나이라기보다 부모의 나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엄마 아빠의 나이를 떠올리면 40대에 멈춰있다. 실상은 내가 그 부모가 돼 있고 나의 부모는 70대 노년의 삶으로 들어서고 있는데 말이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마흔 살의 삶은 다소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의외로 편안했다.


이미 살아온 날들에 대한 검증과 축적된 데이터 덕분에 난 더 이상 세상을 향해 해명 거리를 찾 듯 발발 대지 않아도 됐다.


싫은 사람에게 억지로 웃지 않아도 됐고, '절대!' 라는 말을 예전보다 덜 사용하게 됐다. 화를 내기 보다 이해를

먼저 찾았고 상대가 자꾸만 측은해졌다.


누가 일러준 것도, 노력한 것도 아닌 그저 마흔이라는 나이가 내게 준 선물이었다.


나는 점점 더 내 나이가 좋아졌다.


뭐가 뭔지 모르던 10대를 지나

치열하게 존버 했던 20대를 지나

흩어지는 자아를 붙들고 괴로워했던 30대를 지나

다소 긴장이 풀린 마흔 살을 살고 있다.


그 사이 나는 변하지 않은 듯, 많이 변해 있었다.

그것은 외모의 변화이기도 하고 심경의 변화이기도 하다.

 

전자기기로 치면 한 번 업데이트된 상태라고나 할까?

머릿속 버그로 인해 연신 버벅대던 시스템이  드디어, 마침내, 잘, 정리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질척이기만 하던 인간관계에서

삐긋대던 남편과의 사이에서

나라는 알 수 없는 인간에 대해서

이제는 조금은 잰 체할 수 있는 짬밥과 베포가 생겼다.


더이상 삶을 향해 징징대고 싶지 않아졌다.

 

아기들에겐 '백일의 기적'이란 게 있다. 밤 낮 없이 울어 대고 까탈스럽던 아이도 백 일을 기점으로 온순해진다는 마법의 시간. 나는 그 기적 같은 시간을 마흔 짤에 다시 경험하고 있다.

 

마흔 살이 되어서야 어설프게나마 얻은 깨달음과 지혜를 공유하고 싶어 글들을 썼다.


누군가에겐 다가올,

누군가에겐 지나갔을,

누군가는 겪고 있을 마흔 짤의 기적!


그 기적의 순간을 당신과 함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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