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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uto owl Jun 12. 2024

나는 꽁테)#008 많은 것을 담는다는 것은...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얻게 된다.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결국엔 손에 쥐게 되고 나에게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그렇게 쌓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버리는 시간 역시 오는 법이다.


선입선출이 되든,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만 남겨놓든...

결국엔 내 몸 밖으로 나가고 그 부산물로 경험과 기억만이 남는다.

그것은 고스란히 내가 살아가는 삶의 원동력이 된다.


그런데 가끔 모든 걸 다 쥐려고 할 때도 있다.

하나하나가 너무나 아쉬운 나머지 어느 것도 버리지 못하고 화석처럼 쌓아두는 것 말이다.


사람의 몸속에 들어온 건 순환되어야 하는 게 이치라 생각한다.

그 무엇이든 간에 사람의 몸과 정신에 스며들었다면

좋은 것 나쁜 것을 떠나 걸러지고 버려지고 영양분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모르는 사이 나라는 존재의 밸런스가 붕괴하기 시작한다.

자신은 아니라고 믿는가?

자신은 모든 것을 다 가져도 꿋꿋이 살아갈 수 있다 믿는가?

아니 그것보다 다 가져야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고 확신하는지도 모른다.


내가 쥐어야 할 것은 저 우주만큼이나 광활하며,

나의 그릇 역시 그렇다고 믿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틀렸다.


우리의 그릇은 사실 그렇게 크지 않다.

다만 넓고 얇은 접시냐 혹은

입구가 좁은 긴 항아리냐 그 차이뿐이다.


그러면 또 반문할 것이다.

대기업의 회장총수는 우리랑 다르지 않냐고...

앞서 말했지만 그릇은 같다.

노골적으로 말하면 조금... 아주 조금 클지도 모르겠다.


다만 차이점은 그것을 담은 내용물일 것이다.

우리가 중요하다고 담은 것이 사실 너무나 하찮은 것이란 걸 대부분의 사람은 모른다.

오히려 보석처럼 귀한 것이라 여긴다.

각자의 그릇 맨 밑에 화석처럼 쌓인 불순물이 당신의 채움을 방해하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그것을 모른 체

실망하거나 좌절하여 그릇을 깨뜨리고, 자신을 형편없는 존재라고 폄하해 버린다.


처음부터 그릇의 아래쪽을 모두 비우긴 어렵다.

말 그대로 생의 시작과 함께 쌓여온 화석과도 같기에...

하지만 막상 손으로 퍼 보면 진흙처럼 무디다.


그러니까 한 움큼씩만 버리면 된다.

한 움큼만큼 당신의 그릇엔 새로운 게 담길 환경이 만들어진다.

그렇게 한 번씩...

한 움큼만...


그리하여

당신의 손엔 매일매일 새로움을 길러 올리고,

당신의 그릇엔 이로움의 순환이 가득하니...


이것이야 말로

나란 존재를 알아가는 여정이 아닐까 싶다.



매일매일 새롭게 태어나는 우리를 축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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