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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리 Jun 03. 2021

데카르트의 심신이원론은 틀렸다

아주 놀라운 작은 뇌세포 이야기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까?
건강한 정신이 있기에 건강한 신체가 될까?



수세기 철학자 데카르트는 이원법을 말하며 몸과 정신이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다 주장하였다. 몸과 정신이 분리되어 있다는 주장치곤 이상하게 감기에 걸리거나 몸 어느 부분이 아프면 정신도 몽롱하고 짜증이 치밀어 오르며 정신까지 썩 좋지 않은 느낌이 함께 한다.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고충의 깊이를 설명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쉽지 않다. 겪어보지 못한 일들에 대해서 사람은 체감할 수 없다. 철저한 편향성을 가진 인간의 본성은 간접적으로 ‘경험’ 이란 걸 해야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다. 남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혼자만의 고군분투를 하며 삶을 이어간다. 그 삶의 질은 말하지 않아도 지옥 속이다. 벗어나고 싶어 정신과를 다니고, 약을 처방받는다. 우울감을 내비치기도 사람들 만나기도 두렵다. 그러나 도통 나아질 기미는 안 보인다. 그런데 정신질환은 단순히 머리만의 어떠한 문제라서 일어나는 걸까? 몸이랑 별개로 단지 머릿속의 어떠한 문제로만 생겨나는 걸까?


저자가 신체질환과 면역계와 뇌의 장애가 얽히고설킨 신비한 삼각관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10년도 더 되었다. 강바레 증후군을 앓은 저자는 치료 후에도 기억력이 상당히 감퇴됨을 느꼈고 이점에 의문을 가지고 면역계와 뇌 관련 질환의 연결성을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 뇌와 몸의 놀라운 연결성과 뇌에서 면역 역할을 하는 미세아교세포의 비밀이 점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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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속의 포식자 미세아교세포


인체의 면역계는 위험이 되는 외부 요인들(균, 환경오염물질, 바이러스 등)을 감지해 낸다. 그런데 장기적인 감정 동요 역시 인체 면역계의 감시 대상이 된다. 스트레스로 인해 신경화학물질 수치가 계속 높아져 있으면 외부 침입자를 색출하기 위해 백혈구가 대거 분비된다. 그런데 멈출 때를 모른다. 때를 모르고 계속하여 세포 폐기 작업에 열중하게 되면 이는 곧 이차 피해가 되어 갑상선 질환, 결합조직 장애와 건선, 당뇨병 같은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몸의 면역체계 역할을 하는 백혈구처럼 뇌에서 면역체계 역할을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미세아교세포이다. 미세아교세포는 민첩하고 공격적으로 행동한다. 거미처럼 가늘고 긴 수많은 팔들을 뉴런을 향해 뻗었다가 다시 정해진 형태가 없는 세포질 덩어리인 아메바와 흡사한 모습으로 순식간에 돌아간다. 그러고 나면 방금까지 뉴런의 시냅스가 있던 자리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시냅스는 소멸해 버린다. 즉 미세(아주 작은) 아교세포는 시냅스를 아무 흔적도 없이 갈기갈기 찢어버릴 만큼 강력하다.


그런데 미세아교세포는 ‘자르면 안 되는’ 시냅스까지도 잘라버린다. 멀쩡한 시냅스까지도 잘라버린다는 건 제 기능을 못 할 정도록 부실해졌단 이야기고, 몸처럼 이차 문제가 생긴다. 조현병, 알츠하이머, 자폐증 같은 뇌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미세 세포의 본디 의무는 인체의 항상성 유지를 위해 뇌 신경망을 보호하고 단백질들과 화학분자들을 토해내 시냅스 유실을 막는 것이다. 그러나 가령 머리의 손상을 입게 되는 변화를 감지하게 되면 미쳐 날뛰게 된다. 뇌신경 보호 효과가 있는 화학 문자 생산 작업을 멈추고 염증 유발 화학분자를 방출하기 시작한다. 이것은 통제불능의 염증이 돼버린다.


염증 신호를 여기저기 남발하기 시작하고, 방출된 독성인자는 주변의 뉴런을 망가뜨린다. 즉, 뇌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염증 수치가 올라가고, 똑똑한 우리 뇌의 면역체계는 올라간 염증 수치를 낮춰 정상범위로 되돌리기 위해 세포들이 염증을 공격하기 시작하는데 문제는 이 공격이 조절성이 썩 좋지 않다. 적군이건 아군이건 닥치는 대로 공격하기도 하고, 공격 대상의 주변까지 쑥대밭을 만들기도 한다. 또한 아주 오래전 일어났던 염증반응이 훗날 뇌의 실질적인 변화를 불러와 10대 시절의 불안 증세, 행동 장애, 우울증, 조현병, 늙어선 알츠하이머 등으로 드러날지도 모르다는 것이다.


도대체 미세아교세포가 시냅스 사냥과 염증 유발 물질 방출을 시작하게 하는 근원은 무엇일까? 어떻게 미세아교세포가 날뛰지 않고 정상적이게 작동하여 시냅스가 사라지지 않게 지켜내야 할까? 





몸과 뇌의 연결, 정신병과 육신의 병의 경계를 허물다


신경면역학의 태동으로 몸의 면역계가 고장 나 생기는 병과 정신이 아픈 병 사이의 복잡다단한 연결 관계란 주제에 관심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뇌 면역계와 신체 면역계는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고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미세아교세포가 있다. 뇌수막 공간 안에 거미줄처럼 펼쳐져 있는 림프관 구조가 바로 몸과 정신의 면역계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체내 전신 순환 시스템의 일부인 림프계는 면역세포(t세포)의 지휘를 받는 백혈구들을 온몸 구석구석으로 운반해 준다. 즉 몸에서 생기는 면역반응이 뇌수막 공간의 림프관을 통해 뇌로도 전달된다. 장과 연결된 뇌로 미생물이 지나다니듯, 면역계 또한 몸과 정신이 연결되어 있었던 거다!


정신병과 육체의 병을 구분 짓던 경계선이 파도 한 방에 말끔히 지워진 모래사장 그림처럼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면역계가 과열됐을 때 누군가는 병중이 뇌에 나타나지만, 또 누군가는 육체에서 표출된다. 그렇게 염증 때문에 누군가는 관절이 불편하고, 누군가는 정신이 힘들고, 누군가는 둘 다 아프다

-p.120



만성 스트레스, 유해 화학물질 노출, 건강에 나쁜 식습관 이 모든 것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해 뇌 속 미세아교세포의 면역반응을 비튼다. 이 모든 것들로 염증 수치가 올라간 몸은 면역계를 발동시키고, 면역계와 뇌의 미세아교세포가 폭주하기 시작한다. 그 결과는 더 심한 염증과 더 많은 질병이다. 인간의 면역계가 병원균을 적이자 동지 삼아 이뤄 온 공존의 역사는 진화의 부조화다. 그 옛날 지금과 다른 환경에서 어쩌다 마주친 짐승과 상대하기 위해서라도 체내 염증 반응이 필요했다. 솟구치는 투쟁과 도피 호르몬의 양자택일로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나 지금은 다르다. 현대는 길을 가다 늑대를 만나지 않는다. 것보다 더욱 만연한 스트레스 속에 살아간다. 또한 항생제, 냉장 기술, 포장 등 다양한 문명의 발전으로 인간과 미생물의 접촉이 줄어들고 있다. 미생물과 상부상조할 필요가 없어지자 면역계는 이 허전함을 사회적, 정신적 스트레스에 풀었다. 즉 오늘날 미세아교세포는 정서적 스트레스 요인들을 마치 살아 있는 병원균처럼 취급하고 있다. 스트레스를 병원균으로 인식하는 바람에 염증 유발성 사이토카인이 분수처럼 나오고, 장기화된 머릿속의 염증은 뇌신경전달물질과 신경회로를 완전히 망가뜨리고 있다.






만성 스트레스 인자는 결정적 방아쇠 역할을 해 미세아교세포가 반응하게 만들고 활동성이 커진 미세아교세포는 머릿속에서 면역반응을 증폭시키다. 궤도에서 이탈된 미세아교세포는 시냅스 가지치기의 적정선을 넘겨 필요한 신경 연결까지 끊어버린다. 이 폭주를 멈추고 뇌의 회색질 보존할 방법은 무엇일까?


뇌에서 올라가거나 뇌에서 나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중간에 막을 방법을 찾는다면? 올바른 메시지가 림프관을 통해 오고 간다면? 그래서 미세아교세포가 미쳐 날뛰지 않게 미리 차단한다면?




치료의 미래


이미 흥분이 발현된 미세아교세포로 괴로워하는 이들을 위해 과학은 고군분투 중이다. 연구에 의하면 뉴런이 원활히 성장하고 번성하는 것 외에 시냅스의 전기적 활동을 유지하는 데에도 미세아교세포가 중요하다고 한다. 그래야 정상적인 뇌파가 나오고 뇌가 건강하게 가능할 수 있다. 미세아교세포와 뉴런의 소통을 정상적이게 이뤄내기 위하여 뇌파를 이용한 TMS 기술을 사용한다. 미쳐 날뛰던 미세아교세포를 재부팅하는 것이다. 올바른 메시지를 전달하여 다시 뉴런 양육과 부양에 힘쓰게 만드는 것, 즉 tms기술은 미세아교세포와 뉴런 사이가 온전하게 복원된 결과는 뉴런이 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게 하는 것이다. 뉴로피드백을 적용하여 다시금 뇌를 되돌리기 위한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또한 장관-뇌 축이라 부르며 장내 미생물 총이 신경망을 통해 사람의 중추신경계와 교류하기에 면역기능 증진을 위해 식이도 중요하다. 장내 미생물 총이 올려 보내는 메시지의 성격 변화로 뇌 미세아교세포의 활동까지 바꿀 수 있다. 스트레스, 부상뿐만 아니라 영양가 없는 고도의 가공식품 등에 의해 장내 미생물 총 환경이 변화면 장내 미생물들이 대식세포를 도발하라고 장내 면역세포들을 자꾸 부추긴다. 그렇게 대식세포가 발동하면 다량의 염증성 물질인 사이카토인을 토해내고 결국 몸과 뇌를 잇는 면역계 통로는 염증 유발 화학물질이 급증하게 된다. 미세아교세포가 또 미쳐 날뛰기 시작한단 거다.


미세아교세포의 보편적 질병 이론, 몸의 염증과 뇌 사이에서 일어나는 양방향 피드백 기전, 치료가 잘 듣지 않는 정신과 질환들에 신경 염증이 하는 역할 등, 밝혀지는 연구 사실을 토대로 해결법을 위해 현대의 의학은 맞춤의학을 향해 가고 있다. 애당초 뇌 속 미세아교세포를 겨냥하지 않고 고장 난 신체 면역계와 신경 염증에 치료를 집중하는 방법도 있다. 우울증 치료제는 분명 효과가 있다. 염증 수치를 낮추고, 호르몬을 조절하기 위해 현대 의학은 치료제 또한 더욱 효과적이게 발전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면역요법과 경두개 자기 자극법(tms)을 연결하여 치료의 시너지를 내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우리 몸의 암살자이자 수호자인 미세아교세포의 재조명으로 폭주한 미세아교세포를 정상궤도로 되돌려 우울증, 불안증, 강박증, 주의력 장애, 인지력 감퇴 등으로 인해 빼앗긴 삶을 되찾아 주려하고 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띈 과학은 과연 인간의 삶을 어디까지 데려다줄까?



‘심리치료, 인지행동요법, 명상, 트라우마를 고려한 중재치료, 현존하는 모든 우울증 치료제, 그 밖에 뇌신경 적응 변화를 유도하는 기법들처럼 효과가 검증되어 오랜 세월 현대인이 크게 의지해 온 기존 치료법들은 변함없이 계속 제 몫을 할 것이다. 달라지는 점은 여기에 새로운 치료 전략이 추가되는 것뿐이다. 새 치료 전략은 미세아교세포의 위력을 역이용해 뇌 건강을 균형점으로 되돌리고 그 상태가 평생 가도록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p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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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17세기 철학자 데카르트의 심신 이원론은 틀렸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었다. 정신기능이 기대에 못 미칠 때 생기는 실망감이 ‘자기혐오’로 발전하기도 한다. 정신이든 몸이든 병든다는 건 삶의 질 자체를 한없이 무너져 내리게 한다. 하물며 길 가다 스쳐 생긴 조그마한 상처 자국에도 신경이 곧두서는데, 근골격의 만성적인 질환이나 알츠하이머, 파킨슨 증후군, 우울증, 중독, 기억상실증 등 수많은 질환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고통의 연속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뇌가 면역장기라는 사실을 안다. 몸의 면역체계와 뇌의 면역체계가 연결되어 있단 것도 안다. 그리고 염증 수치를 애당초 낮추어 면역계가 정상적인 작용을 하도록 유지하는 것이 방법이 란 것도 안다.


결국 건강은 예방이 답이다.   


일은 생기고 나서 수습하는 것보다, 애당초 일어나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눈부신 현대의학은 빠른 속도로 미세아교세포와 같이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을 해내고, 이를 이용한 문제의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일이 일어나기 전에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돌보면서 참사의 현장으로 뛰어들지 않게 관리할 수 있다. 건강에 원체 관심이 많고, 몸에 관련된 모든 것들에 호기심을 품고 있는 나는 이 길을 본업으로 걷고 있다. 하면 할수록 놀랍고 대단한 게 몸이며, 어쩜 이렇게 과학적인지 감탄이 나오는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끝이 없는 깊이에 과연 내가 얼마나 알고 있나 하는 한탄을 하기도 한다. 당연히 시중의 건강에 관련된 책이라면 선발하에 가리지 않고 보는데, 건강 관련 어느 책을 봐도 결론은 늘 한결같다.


건강은 예방만이 답이며,  결국 식이요법, 숙면, 운동
이 세 가지의 조화다.


거기에 개인적으로 최근에 하나 더 추가된 생각이 있는데 바로 ‘마음 챙김’이다. 생각은 행동을 만들어 낸다. 내 사고가 물론 걷잡을 수 없는 호르몬들과 이미 파괴돼 버린 뇌의 기능 문제로 올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몸과 마음이 연결돼 있다는 걸 생각하면 마음 수련 또한 반복된 운동으로 근육을 만들 듯 생각 또한 조금씩 조금씩 긍정 적여질 수 있다고 믿는다. 실로도 부정에 부정을 가지고 살던 내가 매 순간 돌아가더라고 변화고 있는 걸 느끼니깐. 결국 내가 스스로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나를 돌보는 것, 건강은 모든 것들의 총체인 것이다. 눈부신 의학의 발달은 좀 더 질병에서 편안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 중이고, 분명 우리는 많은 도움을 받고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전에 스스로를 돌보자. 인생은 유한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후회 없이 빛나고 싶다.


우리는 서로 소통해야 한다. 관계를 맺고 마음과 영혼을 빚어 감정과 트라우마를 극복하며 깊은 내면의 바탕과 상실감을 털어 내는, 모든 인간의 치유력의 근원을 바라봐야 한다.


‘어린 시절의 경험, 보호자와의 관계, 외상 사고와 한데 어우러져 개개인의 뇌신경구조가 자리 잡아가는 방향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뇌와 감정 반응 능력은 사람이 태어난 순간부터 바깥세상에서 쌓는 온갖 경험을 토대로 형성되고 발달한다. 당연히, 보고 듣고 만짐으로써 양육자와 주고받는 자극 하나하나가 새 뇌 회로의 건축 재료로 쓰인다. 이렇게 시시각각 변모하는 뇌 구조는 우리가 성인이 되어 세상사에 대처하는 방식을 결정하게 된다. 그런 개개인의 성격은 다시 우리의 인생 향로에 영향을 미치고 말이다.’

-p231



현대의 의학은 미세아교세포가 눈먼 암살자가 아닌, 우리 뇌의 수호천사로 남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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