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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새미 Mar 26. 2024

주간 새미일기

2024.03.18(월)~2024.03.20(수)

2024.03.18 (월)

작년 중반부터 말이 부쩍 늘더니 작년 말부터는 말을 제법 잘하게 되었고, 이제 30개월 된 둘째 여름이는 요즘 어른들이나 형누나들이 쓰는 말투를 쓰기 시작했다. (그중 대표적으로, 말 시작마다 하는 말이 "엄마 근데~ 잠깐만!"이다.) 근데 그게 그렇게 웃기고 귀엽다. 어제도 밤에 재우는데 안 자고 계속 요구 사항이 많았다. 쉬를 하고 싶다. 물을 마시고 싶다. 손가락이 아프니 밴드를 붙여달라... 한 번씩은 들어주었지만 두 번은 안될 노릇이다. "그래서 안돼~ 눈감아~자꾸 안 자면 엄마 간다~!"(말 안 들으면 엄마 나갈 거라고 협박한다ㅋ) 그랬더니 "눈 감았잖아요~ 진짜로 감았어! 진. 짜.로!!" 하는 게 아닌가. 참내 ㅋㅋㅋㅋㅋ 이 반항적인 말투 뭐야!ㅋ 건방져 아주?ㅋㅋㅋㅋㅋ 게다가 분리수거를 나갔던 아빠가 들어오는 소리를 듣더니 아빠가 보고 싶다고 아빠랑 자고 싶다는 너... 아니 아까는 아빠랑 자라니까 엄마 오라고 징징거려서 내가 온 거잖아!! 그래서 또 안 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김여름 하는 말. "뭐야! 아빠도 안 되고! 밴드도 안 되고! 물도 안 되고! 나 간다~?!" 가긴 어딜 가 이 사람아 ㅋㅋㅋㅋㅋ 다 안 된다니까, 부당하다고 시위하는 듯한 말투와 나가겠다는 협박까지 ㅋㅋㅋㅋ 아주 웃겨 죽겠다.ㅋㅋㅋ 쪼꼬만 게 ㅋㅋㅋㅋ 말하는 게 신기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정확한 발음으로 말투까지 건방져진 게 아주 웃기다.ㅋ 그래도 요즘 네가 하는 말을 듣는 재미가 있다. (목소리도 너무 귀엽) 이시절 너의 말들을 모두 어디다 담아두고 싶을 정도로...


2024.03.19 (화)

내가 어릴 적 미국 살 때, 썼던 머리핀가방? 메이크업가방? 이 있다. 진짜 많이 들어가고 엄청 튼튼해서 나중엔 내가 다 크고 나서는 집에서 공구함으로까지 썼었던 가방이다. 그런데 나도 딸을 키우다 보니 머리 묶어줄 때마다 머리끈이며 빗이며 분무기며 머리핀들을 넣어놓을 가방이 필요해졌다. (사실 가방이라기보단, 통인데 손잡이가 달려서 여기저기 들고 다니기 편한 그런 가방이다.) 그래서 가을이도 내가 어릴 적 썼던 그런 머리핀가방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90년대 추억의 아이템이라며 그 가방을 소개해주는 글을 본 것이다! '그래 맞아!! 이거였어!!' 하면서, 당장 그 가방 브랜드를 검색해서 알아보니 아직도 판매 중이었다!(알고 보니, 미국에서 요즘 90년대 복고 아이템들이 유행 중이라고...) 나는 당장 미국 사는 친척언니에게 부탁했고, 언니를 통해 가을이가 좋아하는 보라색으로 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언니가 이번에 한국 오면서 가을이에게 그 가방을 선물해 주었다. 가을이도 완전 너무너무 좋아했다. 이제 여행 갈 때도 그 가방을 들고 갈 거라는 너 ㅋㅋㅋ 내가 어릴 적 쓰던 브랜드 가방을 가을이도 똑같이 쓴다니!! 왠지 모르게 멋지다! COOL!!! 안에 구성이 좀 달라지긴 했지만, 나의 추억의 아이템을 똑같이 쓰는 딸이라니! 너와의 이런 연결고리! 너무 짜릿해!!!

여름이는 자동차나 기차를 정말 좋아한다. 즉, 바퀴 달린 탈것들을 좋아하는데, 한 번 자동차 장난감들에 집중하기 시작하면 엄마도 안 찾고 혼자서 한참을 잘 논다. 그러다 말을 부쩍 잘하게 되면서 자동차를 가지고 놀면서 대화체로 상황극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 여름이를 보고 있자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너도 이제 너만의 ‘빙봉’이 생겼구나.’ 여기서 내가 말한 ’빙봉‘은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에서 나오는 캐릭터인데, 아이들이 어린 시절 만들어내는 상상 속 친구를 나타낸다. 아이는 놀이를 할 때 그런 상상 속의 친구를 데리고 와서 마치 친구가 있는 것처럼 대화를 하면서 같이 노는 것이다. 그래서 그 상상 속 친구는 정형화된 모습이 아니라 다채로운 모습을 하고 있다. ‘빙봉’이라는 캐릭터는 솜사탕 같은 몸통에 코끼리 같은 코를 가지고 있으면서 눈물은 사탕으로 되어있어, 빙봉이 울면 눈에서 막 사탕이 쏟아져 나온다. 그래서 나는 궁금해졌다. 여름이의 빙봉은 어떤 모습일까? 아마도 분명히 바퀴가 달린 친구일 게다. 그런 친구와 너는 무슨 이야기를 하면서 그렇게 재미나게 노는 걸까? 엄마는 모르는 너만의 상상의 세계가 몹시 궁금해지는 하루다.


2024.03.20 (수)

어제는 애들 재우다가 나도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좁은 싱글 침대에서 아이와 함께 누워있는 상태다 보니 쭉 자지는 못한다. 어제도 새벽 1시 다돼서 깼다. 아 그럴 땐 육퇴를 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몰려온다. 응당 애들을 재우고 육퇴를 했으면 어떤 형태건 간에 내 시간을 가져야 하는 것인데 그러지 못하고 잠들었으니 이건 뭔가 억울해도 단단히 억울하다. 그래도 그만큼 더 잤으니 피로해소에 도움이 되었으리라 위로하며 안방으로 넘어왔는데, 웬걸 잠이 쉬이 다시 오지 않는다. 그래서 3시 반쯤까지 잠들지 못하고 누워 있었는데(구내염이 너무 아파 알보칠을 발랐는데 그것 때문에 잠이 홀딱 깬 걸까;;ㅋ), 아이들 방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얼른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했는데, 둘째가 안방으로 넘어왔다. 다행히 아이는 울거나 하지 않고 내 옆에 조용히 와서 누웠다. 만약 아이가 울면서 나에게 왔거나 나를 깨웠으면 나도 짜증이 났을 텐데, 조용히 건너와 눕는 아이가 귀여워 보이기까지 했다. 챱챱거리는 발소리를 내며 걸어오는 모습을 어두운 방에서 실눈 뜨고 실루엣만 보고 있는데 ‘저렇게 귀여운 생명체가 우리 집에 살고 있다니!’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우리 집 고양이 귀엽지?’ 하고 SNS에 사진을 올리는 사람들과 비슷한 마음이었을까. 그래서 내 옆에 누운 아이를 안아보고 머리에 얼굴을 비벼보고 몰랑몰랑한 팔을 만져보고 그랬다. 첫째 때도 이런 마음을 종종 가졌었겠지만, 둘째는 또 새로운 마음으로 이 시기가 소중하다. 왜냐면 나에게 이제 이런 아기는 이 아이가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에게 봄이나 겨울은 없다. 여름이가 마지막이다.) 이렇게 몰랑몰랑한 살결에 짧은 팔다리를 가진 아이는 이 아이가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품 안에 안고 볼을 비비며 마음대로 뽀뽀할 수 있는 아이는 이 아이가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같은 아이여도 이 시기가 지나면 이렇게 안을 일도 뽀뽀를 할 일도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를 꼭 더 껴안아본다. 그러다 아이가 벌떡 일어나 갑자기 물을 마시고 싶다고 했다. 아… 그대로 자주길 바랐는데… 이렇게 홀딱 깨면 곤란한데… 하면서 잠깐의 그 행복이 급격한 피로감이 되어 몰려온다. 아 이런 엄마의 이중적인 마음이란…ㅋㅋ 얼른 자자 여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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