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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새미 Apr 15. 2024

주간 새미일기

2024.04.08(월)~2024.04.14(일)

2024.04.08 (월)

나는 어린이집 키즈노트로 선생님이 보내주신 그날그날의 아이 사진을 정리해서 내 개인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그런데 오늘 올린 어린이집 생활 사진에 댓글이 달렸다. 내가 아는 오빠였다. “나도 얼집 다니고 싶다.” 나보다 2살 많은 오빠였다. 그런데 그 댓글에 또 댓글이 달리는 거였다. ”저도…“ 아는 동생이었다. 회사를 다니는 오빠도, 이직준비를 하는 동생도 이구동성으로 말한 어린이집을 다니고 싶다는 댓글에 내가 답글을 달았다. ”둘 다 우리 집 한 번 놀러 와 ㅋㅋㅋㅋ 산책도 시켜주고 점심 먹고 낮잠도 한숨 자고 ㅋㅋㅋㅋㅋ 오감놀이도 해줄께 ㅋㅋㅋㅋㅋ“그러자 그 밑에 또 댓글이 달렸다. 또 다른 아는 동생이었다. ”나도………원아모집 시급“ 그 말에 나는 ”으른이들을 위한 가정어린이집 개소 해야 되나 “하며 웃지만 눈물을 흘리는 이모티콘을 세 개 덧붙였다. 그 이모티콘처럼 정말 웃픈 일이었다. 어떤 마음으로 그 댓글을 달았는지, 셋 다 같은 마음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왠지 나는 그 마음을 알 것 같았다. 그래서 짠한 마음이 들었다. 어린이집에 다니고 싶다는 그 어른들도 예전에는 그들의 어린이집을 다녔을 것이다. 이제는 어른이 되어 직장에 나가서, 혹은 직장에 나가기 위해 각자의 삶 안에서 고군분투하느라 점심 먹고 낮잠 한숨 잘 수 없고, 날이 좋다고 밖에 나가 산책을 즐기며 뛰어놀 수 없다. 그래서 직장이 아닌 어린이집에 다니고 싶다고 말하는 어른이 된 그들을, 그들의 엄마들은 어떤 마음으로 바라볼까 생각해 본다. 나처럼 짠한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 집에 데리고 와서 점심밥 차려주고 낮잠 한숨 재우고 싶지 않을까. 볕이 좋은 날, 꽃구경을 해보라며 밖에 데리고 나가고 싶지 않았을까. 그래. 그런 어른들을 위한 어른이집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쓰리게 웃는다. 어른이 된다는 건 참 힘든 일이다. 어른도 어린이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렇다.


2024.04.09 (화)

나는 집 가구를 옮기는 것을 좋아한다. 울 엄마 말에 의하면 엄마를 닮아 그런 것 같단다. ㅋㅋㅋ 집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네 사람이 살아가는데, 아이들은 계속해서 자라고 그러다 보면 삶의 방식이나 취향들이 계속해서 변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것에 맞게 더 나은 생활을 위해서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가구의 배치를 바꿔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기에 맞는 최적의 가구 배치를 찾는 과정은 생각보다 재미나고, 삶의 기분 좋은 변화가 되어 활력이 되어주기도 한다. 집정리에 제법 열심을 다하는 나는, 아이를 갖게 되면서 함께 갖게 된 철칙이 하나 있다. (물론 100% 지킬 수 없을 때도 있지만) “거실에 아이들 장난감이 나오지 않게 한다.”는 것이다. 거실에 갖고 나와서 놀 수는 있지만 장난감이 원래 있어야 할 자리는 거실이 아니게 하는 것. 즉, 거실에 장난감을 늘어놓지 않게 하는 것이다. (거실의 놀이방화를 지양하는 것이다.) 나는 웬만하면 그 철직을 지키려고 부단히 애를 썼었다. 아이가 둘이 되다 보니 그 철칙을 지키는 것은 점점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자동차 장난감을 좋아하는 둘째는 미니카들을 가지고 놀 수 있는 도로장난감이나, 주차타워 장난감을 늘 가지고 놀기에 그 장난감들이 어느새부턴가 거실에 늘 배치가 되어있었다. 청소기를 돌릴 때도 불편하고 계속 눈에 거슬렸지만 아이가 잘 가지고 놀면 나를 찾지 않으니 그 핑계로 그 장난감들이 거실에 나와있는 것을 한동안 눈감고 있었다. 그러다 나는 결심했다. ‘저 장난감들을 아이 방으로 넣어야겠다.’ 그래서 나는 가구 배치를 바꾸는 일을 또 감행했다. 자동차 장난감들이 방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아이방에 있는 책꽂이들이 거실로 나와야 했다. 나는 책꽂이들을 거실 창 앞에 일렬로 배치해서 BOOK ZONE을 만들고, 아이들 침대가 있는 방 한쪽 벽면에 CAR ZONE을 만들어 주었다. 다행히 첫째도 무척 좋아했다. 아이들도 방 구조를 한 번씩 바꾸면 새로운 방이 생긴 것 같다며 좋아한다. 특히 책꽂이가 거실 널찍한 곳으로 나오니 아이들이 더 자주 책을 꺼내본다. (물론 이것도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ㅋㅋㅋㅋ) 자동차 말고는 별로 관심이 없는 둘째도, 아침에 혼자 책을 꺼내 보는 것을 보고 혼자 내심 뿌듯했다. 책들이 햇볕비치는 곳에 나와있는 것이 (바랠까 봐) 좀 걱정이지만, 아이들이 잘 안 보면서 안 바래는 것보다는 햇볕에 좀 바래더라도 아이들이 더 자꾸 꺼내본다면 그게 더 좋은 일이겠거니 하며 합리화해본다. 아이들 방도, 웬일인지 거실도 더 넓어 보이는 것이 이번 가구 배치 변화도 아주 성공적인 것 같다. 만족스럽다!


2024.04.11 (목)

나의 ‘사랑의 언어’는 ‘인정하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어떠한 말로 깊게 감동하고, 어떠한 말로 깊게 상처받는다. 특히나 누군가 나에게 인정하는 말을 해줬을 때, 내 존재에 대한 사랑이 가득 차게 됨을 느낀다. 얼마 전에 미국에서 사촌언니가 놀러 왔었다. (언니는 작년에도 한국에 놀러 왔었는데) 언니는 나에게 작년보다 내 영어실력이 더 늘었다고 얘기해 주었다. 나는 그 말이 그 어떤 말보다 무척 기분이 좋았다. 나는 늘 영어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꼭 영어공부를 시작해 보리라 마음먹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나 같은 주부가 어떠한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아닌 그냥 일상회화를  공부할 만한 학원은 많지 않았고, 내가 원하는 시간대의 수업은 더더욱 흔치 않았으며, 1:1 수업을 하기엔 금액적으로 부담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 스픽‘이라는 어플로 영어공부를 해보기로 했다. ’ 스픽‘은 하루에 10분 정도 영어 표현을 배우고 말하는 AI학습 어플이다. (당연히 원한다면 10분 이상도 공부할 수 있다.) 사실 진짜 사람과 만나서 하는 것도 아니고 긴 시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서 크게 효과를 기대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언제 어디서든 영어공부를 할 수 있고 학원에 비해서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으니 한번 시작해 본 것이었다. 그렇게 1월부터 꾸준히 그 어플로 (나름대로) 영어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언니가 나더러 영어가 늘었다고 말해준 것이었다. 언어실력이라는 게 단기간에 눈에 띄게 늘기는 어려운 것인 데다, 내가 피부로 느껴질 만큼 어떠한 결과가 나오기 힘든 게 영어공부라 매일매일 하면서도 의구심이 들긴 했었다.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단 이거라도 하는 게 나은 것이겠지 하며 하고 있었는데, 어떤 부분이 어떻게 좋아졌는지는 몰라도 (뭐 엄청나게 실력이 늘은 것은 아니겠지만) 미국에 사는 언니가 영어가 늘었다니 그 말이 그렇게 뿌듯하고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오늘 나는 가까운 동생에게 못지않게 기분 좋은 말을 들었다. 그 동생은 나에게 “쓰는 단어가 다르다”라고 해주었다. 사실 정확한 워딩은 기억이 안 나지만, 내가 책 읽는 것도 좋아하고 글쓰기도 꾸준히 해서 그런지 어떠한 말을 할 때 사람들이 잘 안 쓰는 단어들을 잘 구사한다는 뜻이었다. 책 많이 읽고, 글 잘 쓰는 사람이야 얼마나 많은가. 나는 그런 사람들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내 나름대로 책을 읽고 꾸준히 일기를 쓰고 있는 것을 타인에게 인정받은 것 같아서 정말 기분이 좋아지는 일이었다. 사실 나는 그런 말을 처음 들어본다. 내가 특별히 어떤 단어를 썼기에 그 친구가 그렇게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일상 속에서 나름대로 애쓰고 있는 부분을 알아봐 준 것이 고마웠다. 책을 몇 권 읽고 글을 몇 편 써야 남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고 느끼게 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기준이 없는 일이다. 영어공부도, 독서도, 글쓰기도 너무 좋은 활동이지만 어떠한 결과를 내기는 어려운 일이다. 나는 늘 그 부분이 어려웠다. 나는 어떠한 목표가 있고, 확실한 결과물이 있는 일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활동들을 꾸준히 하면서도 늘 인정받기를 갈망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애매한 부분을 뭐라 콕 집어 말할 순 없어도, 실력이 늘었다 해주고 뭔가 다르다 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힘이 난다. 그래서 앞으로 더 꾸준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고맙다. 난 그 말들이 정말 필요했던 것 같다. 정말 고맙다.


2024.04.13 (토)

하루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 시간, 남편은 나보다 먼저 잠이 들었다. 나는 드라마를 한 편 보고 화장실에 들렀다 잠을 청하기 위해 침대에 누웠는데, 잠결에 나의 인기척을 느낀 남편이 한마디 했다. “고생했어~“(남편이랑 나는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 쓰는데 남편이 존댓말을 썼는지 반말을 썼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침대에 누워 눈도 뜨지 않은 상태로 잠결에 한 말이었다. 아마도 다음날이면 남편은 자기가 그런 말을 했는지 기억도 못할 것이었다. (실제로 그는 기억하지 못했다.) 그야말로 무의식 중에 나온 말인 것이다. 그래서 그게 너무 웃겼다.ㅋㅋㅋㅋㅋㅋㅋ 너의 무의식도 내가 고생했다고 생각하는구나 ㅋㅋㅋㅋㅋㅋ 아님 습관성인가 ㅋㅋㅋ 암튼 너의 잠꼬대에 웃었다.


2024.04.14 (일)

남편이랑 오전에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나랑 남편 둘이서 우리 애 둘이랑, 조카(둘째랑 동갑인) 한 명까지 해서 애 셋을 데리고 나간 산책이었다. 봄이 온 듯했는데 어느새 여름으로 넘어간 건지 햇볕에서 걸으니 덥기까지 한 날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걷다가 어느 놀이터에 도착했고, 나는 아이들이 목이 마를 것 같아 음료수를 사기 위해 놀이터 옆에 있는 편의점에 가있었다. 그런데 편의점에서 음료를 고르고 계산을 하려는데 남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바로 옆 편의점이라 금방 갈 텐데 뭘 전화씩이나 걸었나 의아한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남편은 대뜸 큰일이 났다고 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여름이는 쉬가 마렵다고 하고, 조카는 이미 쉬를 바지에 싸버렸다는 것이다. 얼른 와서 도와달라는데,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쉬 마렵다는 애는 얼른 풀숲이라도 가서 쉬를 뉘이면 될 일이고, 이미 쉬를 싼 애는 어쩌겠는가. 나한테 전화를 걸 시간에 얼른 애 쉬를 뉘이는 게 나은 것 아닌가? 애가 쉬가 마렵다는데 나에게 전화를 걸고 있으면 어쩌는가 이 사람아!! 걔까지 바지에 싸게 할 텐가!!! 나는 약간 짜증이 나서 얼른 여름이나 쉬 뉘이라고 나 계산해야 된다고 했다. 앞사람 계산이 좀 늦어져서 내가 나갔을 땐 이미 상황이 종료된 후였다. 여름이는 쉬를 쌌고, 조카는 바지가 젖었다. 우리는 음료수를 한 모금씩 마시고 얼른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서 조카를 씻기고 옷을 갈아입힌 뒤 교회를 가기 위해 우리는 다시 집을 나섰다. 우리는 엘리베이터에서 역할분담을 했다. 내 차에 가을이를 태우고, 남편이 여름이랑 조카를 태우기로 했다. 그러자 남편이, 그럼 자기가 애 둘 차에 태우는 걸 도와달라는 게 아닌가. 나는 애를 한 명 태우고 자기는 둘을 태우니 자기를 도와줘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또 어이가 없었다. 아니 무슨 애를 셋넷씩 태우는 것도 아니고, 애야 원래 우리 집만에도 둘이었는데 새삼스럽게 뭘 도와달라는 건지!! 나는 혼자서 맨날 애 둘 태우고 짐까지 싣고, 심지어 어쩔 땐 애들 킥보드까지 챙겨서 차를 타고 어딜 가기도 하는데 이건 또 무슨 엄살이람?!!! 또 약간 짜증이 난 나는 남편에게 정신 차리라고 했다. 도와주긴 뭘 도와주냐며! 그러자 옆에서 가을이가 거든다. “엄마는 맨날 두 명 혼자 태우는데!!” 아이도 아는 것이다. 아빠가 그 정도는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남편은 집안일도 잘하고, 아이들도 잘 보는 편이다. 심지어 내가 자유시간을 나가면 혼자 애들 목욕시키고 재우고 다 한다. 그런데 남편은 내가 있으면 혼자 감당할 수 있을 법한 일에도 나를 잘 찾는다. 나는 왜 그럴까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나보다 독박을 해본 시간이 현저하게 적기 때문인 것 같다. 아이들을 혼자 볼 때보다는 늘 나와 함께 할 때가 많았으므로 자연스럽게 나의 도움에 의지 하는 것이다. 나는 그런 면에서 남편이 훈련이 덜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오늘도 (이 일기를 쓰는 이 시점 월요일) 비가 오는데 양손에 짐을 잔뜩 들고 우산을 쓰고 애 둘 등원을 시켰다. 물웅덩이란 웅덩이는 다 찾아 밟아야 하고 지렁이가 있다며 울먹거리는 여름이를 챙기면서….ㅋㅋㅋㅋ 다시 한 번만 애 둘 차에 태우는 거 따위로 도와달라고 하기만 해 봐라!!! 독박 3시간 숙제로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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