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우 Dec 26. 2022

2022년, 나는 어떤 경험을 했을까

2022년 회고와 2023년 그리기

생각나는 대로 막 써보는 2022년 회고 글입니다.


2022년은 정말 쏜살같이 지나갔습니다. 딱 1년 전, 국가고시를 마치고 창업을 결심하던 모습이 아직 생생한데 말이죠... 정말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조금씩 성장한 한 해였습니다. 


2022년 2월, 사무실을 구할 자금이 없어 팀원들에게 전부 재택근무를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3월에는 반드시 함께 근무할 수 있는 사무실을 구해오겠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 하나로 이곳저곳 돌아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운이 정말 좋게도 경희대학교 캠퍼스타운에 시설 좋은 사무실에 입주할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키블은 새롭게 시작했습니다. 


모든 일을 처음부터 엘리트처럼 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패기롭게 시작한 첫 창업이지만, 저는 사업 전략/기획, 조직 운영, 네트워킹, 영업 등 어느 하나 잘하는 것이 없었습니다. "세상에 좋은 영향력을 끼쳐보고 싶다"라는... 책임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미성숙한 마음가짐 하나뿐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저는 "사업 머리가 없다"라고 표현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아직도 갈 길이 너~무 멀다고 느껴집니다. 그래서 더 차근차근,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멋지게 성장해보고 싶습니다.)


3월에는 청년창업사관학교로부터 정부 지원금 협약을 맺게 됩니다. 나에게 자금만 주어진다면 그 어떤 사업도 성공시킬 수 있다는 천진난만한 사고로 가득 차 있던 때였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제가 책임져야 할 것들과 배워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입교할 때, 저는 "사업"이라는 단어의 "ㅅ"자의 한 획도 그을 수 없는 미숙한 대표였습니다. 1년 동안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다른 대표님과 멘토님들과 함께하면서, 머리카락 사이에 흰머리 한 올, 한 올을 만들어가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더 치열하게, 그리고 더욱 소중하게 대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서 많이 아쉽습니다. 


6월부터 체력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한 분기 동안 정말 열심히 일을 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열심히" 일 할 뿐 "잘"하지는 못했습니다. 잘할 생각은 하지 않고 열심히 할 생각만 했던 것 같습니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서는 "열심히" 공부하면 성적이 꽤나 "잘" 나왔기 때문이죠. (물론 의대에서는 항상 그렇지는 않았습니다ㅎ) 올 한 해 "잘" 할 생각보다는 "열심히" 할 생각 밖에 못했다는 게 참 아쉽습니다. 내년에는 저에게 주어진 시간 중 상당 부분을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데에 써보고 싶습니다. 


창업, 그리고 사업을 한다는 사람이 돈을 벌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한 대 때리고 싶습니다. 그래도 고집 센 성격 때문에 말을 안 듣겠지만요...) 고객이 어디에 돈을 지불하고자 하는지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았고, 심지어 그 고객을 제대로 만나고 다녔는지도 의문이 듭니다. 각종 지원사업과 기관으로부터 지원받은 금액으로 더 큰 가치를 창출했어야 하는데, 내가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관념으로부터 자기기만에 빠져 나태했던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을 지금이라도 자각하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내년에는 조금 더 비즈니스 마인드를 장착한 기업가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재수학원 1년, 대학교 6년 총 19년의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제 주변 모든 것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학생으로서 결정해야 하는 것은 "얼마만큼 공부할지"였고, 그 결과는 "성적"으로 돌아왔죠. 올해는 달랐습니다. 제가 스타트업 대표로서 결정해야 하는 것은 "모든 것"이었고, 그 결과는 "알 수 없음"이었죠. 그러다 보니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만 점점 커져갔고, 마음이 많이 조급해졌습니다. 이 부분들이 계속 반복되면서 악순환으로 이어졌고, 올해 하반기에는 구렁텅이에 빠진 느낌까지도 받았습니다. 이제는 다시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추진력을 얻어야 할 때입니다. 


인지 된장인지 꼭 찍어먹어 봐야 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게 저를 지칭하는 말인지 몰랐는데, 모든 정황들이 저를 향해 가리키고 있더군요... 저는 정말 갖은 시행착오를 모두 겪는 스타일인 것 같고, 그러다 보니 성장 속도도 굉장히 느립니다. 저는 실제로 제가 계단형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가끔 체감합니다. 어느 순간 한 계단 올라서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낄 때가 종종 있는데, 그럴 때마다 한 단계 성장했다는 성취감보다는 "왜 이제야... 더 빠르게 올라올 수 있었는데 ... "라는 생각들이 밀려옵니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저의 성장 잠재력이 세상 조언 다 뿌리치고 직접 이것저것 다 해보며 여러 군데 데고 나면, 그제야 한 발을 내딛는 타입인걸요. 


그래도 1년 동안 2 계단은 올라간 것 같습니다. 내년에는 "사업"이라는 단어의 "ㅅ"자의 한 획을 그을 준비가 된 것 같습니다. 2023년에는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더 멀리 바라보며 사업을 열심히  운영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이 되야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진단 영역의 디지털 헬스케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