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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싸이트 kimsight Apr 01. 2024

수치심을 씹어먹기로 했다.

'나는 내가 못하는 걸 잘 못 견디는구나.'



퇴사하고 싶은 이유는 나의 무지와 무능에서 나오는 수치심을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안좋게 평가할 거라며 상상하고, 두려웠던 나머지 내가 아닌 회사의 다른 요인을 탓하며 이곳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깨닫고 나니 수치심을 피하지 말고 씹어먹어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피하려고 하면 내가 뭘 모르는지 계속 모르고 발전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잘못이나 의견이 수긍되면 생각전환이 빨리 되는 나의 장점도 한몫했다. 


여기서 씹어먹어야겠다는 것은 찢어발겨 없애버리겠다는 뜻이 아니라, 나의 무지와 무능, 그리고 그들이 낳은 수치심을 인지하고 마주해서 천천히 곱씹어 소화하겠다는 의미이다. 이것이 내가 수치심 일기를 쓰기 시작한 동기이다. 매일매일 내가 모르는 것, 내가 못한 것을 기록하고 어떻게 채워나갈지까지 써내려가보고자 한다. 


브런치나 각종 it 종사자분들의 커뮤니티를 보면 "나는 이런 어려움이 있었어요 ㅠㅠ 하지만 이렇게 해결했죠."라는 맥락의 글을 it용어를 섞어가며 멋드러지게 쓴 글들이 많다. 독자들이 거기서는 지식을 얻으시고 여기서는 '저런 놈도 있는데 나정도면 괜찮다.' 하는 위안을 얻어가시면 좋겠다. (지켜보다 너무 안쓰러우면 조언을 주셔도 좋다.)



일단 나는 금요일에 있었던 일(1화 참고)에 대하여 사수님과 팀장님께 조언을 구할 생각이다. 통계로 인사이트를 낼 수 있는 기획자로 거듭나기 위해 통계에 대해 더 배우고 싶고 경험하고 싶다고 하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간 관련된 업무에 포함시켜주지 않으실까 생각된다. 사실 우리 회사는 여러 상황과 이유로 매출과 직결된 지표 위주로만 트래킹되고 있다. 그래서 내가 맡은 프로젝트에 필요한 성과지표는 기획단계에서 트래킹 시작요청하고 배포하면 전과 후를 비교해보는 방식으로 일을 해왔었다. 이러한 이유로 플랫폼 내에서 이용자가 평소에는 어떻게 움직이고 뭐를 클릭하는지에 대한 것들을 없는 것도 내가 깜깜이것에 한몫했는데, 일단 주요 성과지표의 변동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어떤 지표들이 필요한지 조사해보고 정리하는 것부터 해볼 생각이다. 그리고 여력이 된다면 통계 심어두는 방법알아보면 좋을 같다. 


지라랑 컨플루언스는 사실 쓰면서 자연스럽게 늘 것 같긴 하다. 피그마도 여기와서 처음 써봤지만 지금은 화면설계나 플로우도 작성하고 아이디에이션이나 자료조사도 이 툴로 다 한다. 다만 좀 더 빠르게 체득하기 위해 내 개인 노션에 정리하던 업무를 컨플루언스의 내 개인스페이스로 옮겨서 써보면 좋을 것 같다. 평소에 사수가 해주는 말들이나 업무요청 등, 혹은 일하다가 지금 당장은 불필요해서 지나치지만 나중에 개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들을 정리해둘 생각이다.


그리고 qa는 상황상 시간이 촉박하여 생긴 일이 맞긴 하다. 평소였으면 qa 리스트를 작성하여 항목 하나하나 수정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시간이 없어 리스트도 작성하지 않고 말로 설명했으니까 바로 확인하고 슬랙에 실시간으로 올리면서 수정하는 과정이었다. 시간에 쫓겨 진행하면 개발도 수정점이 많아지고 qa에도 누락되는 부분이 생기면서 퀄리티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다만, 이러한 상황이 또다시 발생했을 때는 사수님이 구두로 다다다다 설명하고 넘어가는 부분을 글로 받아적어두자. 그리고 마지막에 체크하면 누락되는 부분을 최대한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이렇게 마음을 먹고서도 화요일엔 열심히 하고 싶다가 수요일 목요일에 좌절하고 금요일에 퇴사하고 싶어 울 것 같긴 하다. 그래도 '나는 부족하다'는 생각보다 '내가 무엇을 모르는가'에 집중하려고 애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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