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으면 톡톡 터져요
용과랑은 첫만남부터 안좋았다. 모르는 사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어쩌다보니 오해와 오해가 쌓여 서로에 대한 불신이 생겨있었다. 그러나 모르는 사이였기에 오해만 켜켜히 쌓여만 갔고 이내 잊었다, 아니 잊으려고 했다. 그럴 수 없게도 같은 반이 되었다. 용과와는 어색하면서도 적당한 거리감으로 지내려했는데 그마저도 어려웠다. 어느 사이 모과와 복숭아랑 친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과와 복숭아는 나하고 용과를 연결해주었다. 용과가 불편하고 무섭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이미 너무 친해보이는 사람 사이에서 초를 치는 일을, 소심한 나는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중에 듣고 보니 용과도 같았다고 한다. 말하기 애매한 갈등 속에서 용과와 나는 그렇게 시간을 같이 보내며 자연스럽게 오해를 풀었고, 친해졌다. 나는 잊어버린 그 일을 용과는 먼 훗날, 나와 친해져 밥을 먹다말고 사과했다. 냅다 사과했고, 나도 냅다 사과를 받았다. 사과를 받자 나의 마음이 너무 작은 것만 같아 미안해져서 나도 사과했다. 우리는 서로에게 사과 아닌 사과를 하고 오해를 풀었다. 아마 용과는 이 일을 까맣게 잊고 있을 것만 같지만, 나는 아직도 기억이 난다. 용과는 이런 점이 참 용과 같다.
겉만 보면 울퉁불퉁 모난 것 같지만, 용과의 속을 열어보면 톡톡 튀는 씨가 있다. 그리고 맛이 없어서(無) 어떤 곳이든 들어갈 수 있다. 어디서든 톡톡 튀는 씨와 함께 어우러져서 오히려 다른 맛을 극대화시켜준다. 용과는 그런 사람이다. 나도 용과의 겉만 보고 용과의 속을 오해했다. 하지만 용과는 알고보면 둥그런 사람이라서 어디든 금세 어울린다. 그리고 때로는 겉면처럼 단호하다. 아니, 그거 아닌데. 나는 맺고 끊음이 불확실한 사람이라 그런 용과의 단호한 청량감에 위로를 많이 받는다. 용과는 탄산 없이도 통통 튈 수 있는 사람. 씹으면 통통 튀는 용과는 이 글을 읽고 "모?!"하고 말할 것 같다. "모?!"하고 잊을 것 같다. 그 용과의 "모?!"에 나는 즐겁다. 용과가 하는 "모?!"는 그 누구의 "모?!"랑은 다르다. 통통통.
* 이 글은 용과의 허락하에 게시되었습니다.
* (1)이 붙었지만 시리즈가 이어질 지는 확실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