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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레스임 Mar 06. 2024

내 아이를 어찌 키울까

교육에 관한 자의적 감상기



 고등학교 동창 친구인 아들의 결혼 청첩장이 우편함에 들어 있었다. 벌써!...., 시간이 흐르기가 화살 같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고물거리던 손으로 아장걸음을 걷던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배우자를 찾은 모양이다.


 오래전 고등학교 동창회가 있었다. 동창회라고 해봐야 뻔하기에 별로 내키진 않았으나, 유난히 친했던 M에게 전화가 왔기에 반가운 마음에 참석하기로 하고 나갔다. M은 해양대학을 나와 외항선의 항해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뭍에 오르는 일이 적기에 그나마 연락이 온 동창회에서 나를 볼 수 있겠단 생각에 전화를 했다고 했다.


 간만의 참석이라 반가운 얼굴들과 손도 잡아보고, 몇 순배의 '위하여', '브라보' 등의 구호에 못하는 술이 몇잔 들어가니, M이 어느새 옆에 앉아 있었다. 귓속말로 끝나고 따로 보자고 한다. 그도, 나도 너무 왁자한 자리는 생리에 맞지 않기에 그러자고 했다. 자리를 파하고 이리저리 가자는 동창들의 손길에 사정을 말하고 M에게 갔다. 이미 멀찌감치에서 나를 기다리기에 다른 생각은 할 수 없었다.


 M에게 가니, 그는 대뜸 자기 집이 멀지 않으니 가자고 했다. 겸연쩍기도 하여 우물쭈물하니 괜찮으니 가자고 잡아끌었다. 학창 시절 이후 그의 집을 처음 가니, 근처 슈퍼에서 세제 세트를 하나 들고 M의 집으로 향했다.


 그의 아내는 공손히 인사를 하고 우리를 안방의 상차림이 있는 방으로 안내했다. 희한했던 것은 거실을 지나다 온통 벽마다 붙어있던 칠판이었다. 남의 집에 초대받아 갔을 때 보았던 TV나 오디오, 소파 등도 없었고, 거실 양쪽 벽은 온통 칠판과 서재, 의자 몇 개뿐이었다. M은 내게 맥주잔을 권하며 말했다.


"좀 유난스럽지! 내가 배 타느라 오랫동안 집을 비우니, 애들 엄마가 두 아들놈 교육에 신경을 많이 써!"


"제수씨! 훌륭하시다!"


 사실 나와 비슷한 연배의 아이가 있는 집치고는 그 발상이 놀랍기도 했다. 칠판은 무슨 용도냐고 물었다.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1학년의 두 아들을 키우는 집에서 칠판의 사용을 어찌하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두 아들놈이 서로 가르쳐주기도 하고, 질문도 하고 하는데 칠판이 있어야 한 데서...., 사실 난 잘 몰라! 허허!"


 안주용으로 요리를 갖다 주는 그의 아내에게 너스레를 떨었다.


  "M 이 친구 장가 정말 잘 갔네요! 무슨 복에 제수씨를 얻었나 몰라!"


 친구의 아내는 발그레한 뺨을 손으로 가리고 나갔다. 궁금하기도 해서 두 아이들 공부하는 모습을 보려, 방문을 열어보았다. 뭔가를 칠판에 써놓고 두 형제는 갑론을박 중이었다. 그 모습에 넋이 나가 한참을 지켜보았다.


"자네 아이들은 학원이나 과외는 안 하나?"


"전에는 했었는데 언제부턴가, 안 보내나 봐!"


 "저렇게 둘이 공부하는 게 효과가 더 좋은가 보네!"


 형제 둘이 공부하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서로 간에 우애도 더 돈독해지고, 서로 윈 원하는 좋은 습관 같아 보였다. 아이들 엄마는 엄격한 듯 보였다. 일정시간이 되니 식사 후 자유시간이라고 하는 것 같았다. 집안에 절도가 있어 보였다. 마냥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듯 무언가 규율이 있었다. 친구의 집을 나서며 나야말로 좋은 공부를 한 것 같았다. 아쉬운 작별을 하고 다음을 기약했으나, M과의 재회는 긴 세월 동안 없었다. 


 궁금하기도 하여 M에게 전화를 했다. 마침 국내로 들어와 근무를 한다고 했다. 전화까지 줘서 고맙다고 한다. 둘째 아들이 결혼을 한다는 것이다. 두 아들은 내 예상대로 잘 자라서 큰 놈은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결혼을 하는 작은아들은 카이스트를 나와 서울의 모대학에서 부교수를 한다고 했다. 아이들 어머니의 교육이 주효했던 탓이라 생각된다. 형제간의 우애도 좋아 큰아들은 결혼 선물로 차를 한대 줬다고도 한다. 기분이 흐뭇했다. 우리는 흔히 아이들이 한창 공부할 시기에 좋은 학원이나 과외를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 부부는 각자의 소신에 따라 아이들을 공부에 최적화된 환경을 꾸며 주었다. 그런 환경에 적응해 그 친구의 두 아들은 훌륭하게 자라준 듯하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아는 것과는 다르게 지식은 두 종류로 나뉜다고 한다. 먼저 내가 알고는 있는데 설명할 수 없는 지식이다. 객관식 문제가 거의 대부분의 모든 종류의 시험에서 치러지니, 눈으로 보고 구별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많은 수험생들은 그 이상의 노력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여 보고, 쓰는 수준의 공부만 하게 된다. 하지만 최근의 경향은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가 주류로 출제가 된다. 수능이 그러하며 공무원 시험 또한 공직 적격성 평가라 하여 피셋(PSAT)으로 바뀐 지 꽤 오래되었다. 그러므로 알고 있는 느낌이 중요한 것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는 지식이 내가 제대로 써먹을 수 있는 지식이다. 즉, 배경지식이 없는 이에게 도 쉽게 설명을 한다면 완벽한 자기만의 지식이 되는 것이다.


 우연치 않은 기회에 강단에 몇 번 서보고서야 깨달았다. 교실이란 곳에서 가장 많이, 제대로 공부하는 사람은 강의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눈으로 보고 인지하는 1차 학습 이후, 써보고 재음미하는 2차 학습이 끝나면 마지막으로 상대가 있다면 설명을 해보고, 없으면 혼자서라도 목소리를 내어 되뇌면 분명히 장기기억으로 저장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사람이 무언가를 학습한다는 것은 습(習)의 과정이 어렵기 때문에 단순한 익히기 과정보다는 말로 설명을 하면 더 잘 기억이 되고 이해도가 높아진다. 어떤 연구에서는 단순히 입력만 하는 공부보다는 설명을 하게 되면 8배의 학습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린아이들에게 이러한 과정을 몸에 배게끔 환경을 꾸며주고 부모가 기꺼이 들어주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비록 서툴고 답답한 면이 있더라도 가르치려만 하지 말고 가르치도록 격려하여 동기부여를 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태인들의 유명한 공부법인 '하부르타' 또한 이러한 공부법의 일환인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그림자를 보고 자란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모든 희생을 감내하고,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좀 더 개방적이고 다른 생각으로 아이들을 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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