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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레스임 Jan 30. 2024

내려앉은 하루를 보내며

詩가 있는 풍경



아침의 솟아오른 해가 지고 사방은 어둠이 고요하다. 마음 또한 기쁨의 열정에서 기나긴 그림자를 남기고 소리 없이 누워있다. 어디서든 말발굽 소리가 들려와 들뜬 하루를 연장하려 분주히 계획하곤 하였다. 이제는 마감을 해야 한다. 영혼은 늘 그렇듯 어린아이와 같다. 어미가 부르는 소리는 귓전의 바람인양 스쳐 지나갔다. 바뀌는 것은 동에서 서쪽으로 넘어가는 햇볕뿐이었다.


둥그렇게 살고 싶었다. 그러나 모든 게 환영처럼 지나간다. 사람으로 태어나 한평생 순탄하게 산다는 것은 또 다른 몽환일 뿐이었다. 늘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했었다.




줄타기


외줄에 오른다

배웅도 마중도 없이

그저 허허로이 아득한 하늘을 밟는다

망설임도 사치인양 온몸의 신경은 곤두서고

다리는 떨리고 후들거려 눈길은 초점 없이 흐릿하건만


나는 올라야 한다

원래부터 예정된 숙명의 길

한줄기 바람을 위로 삼아 올라가련다

저곳에 오르면, 기어이 오르면

또 다른 나의 자화상이

양손의 부채는 날개인양 펼쳐 들고 힘겹게 한 발짝씩 줄을 오른다


오늘도 오른다

덩실덩실 어깨도 움찔하며

만면에 웃음기 띄워 하늘을 마주하고

그리움에 사무친 정든 얼굴을 뒤로한 채

삶은 깃털처럼 가벼운 것

나 또한 가뿐하게 오늘도 줄을 탄다


오늘은 다시 새로운 날이다. 아침의 해가 높이 떠오르고 사방은 생기가 넘친다. 마음 또한 희망의 불꽃에서 따뜻한 빛을 받고 움직인다. 어디서든 새소리가 들려와 활기찬 하루를 시작하려 즐거워하곤 한다. 이제는 준비를 해야 한다. 영혼은 늘 그렇듯 어린아이와 같다. 어미가 부르는 소리는 귀에 닿아 힘을 주었다. 바뀌는 것은 서에서 동쪽으로 돌아오는 햇볕뿐이었다.



출항                         


선구(船具)를 싣고 집어등 밝혀

새벽달이 휘영청, 푸른 파도 헤치며  

북소리도 흥겹게 나의 배는 간다.


 미세한 운명의 차이

나는 출렁이는 새벽바다의 부표

만선의 꿈을 안고  파도를 가른다.

칠흑 같은 어둠의 고요를 깨우고

반짝이는 별빛들이 잠드는 그곳으로


 나는 한 마리 반딧불이

어둠의 바다를 떠가는 유일한 희망

몰려오는 운명이 하얀 거품을 토한다.

산을 넘어 들을지나 호수를 만나고

가여운 그물의 소망을 펼치면

그득히 담아주는 풍요의 바다


태양이 중천에 뜨면 고요한 바다

햇살에 펄떡이는 뱃전의 소망스런 수확물

그리운 이가 있는 집으로 갈 때 즈음

루비의 바다를 등지고 나와 돌아가는

청옥 빛 사파이어 물결에 눈이 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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