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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은 Oct 13. 2023

일민열전 - 은둔자의 세계

이백 - 자유로운 광인

이백 – 자유로운 광인      

 당나라 시인 이백은 일종의 광인이었다. 이백을 보면, 사람이 미쳐야 비로소 미칠 수 있는 경지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시 든다. 이백은 세상을 떠돌며, 산 사람이다. 방랑자, 광인, 시인, 천재 등등의 수식어가 붙는다. 이백의 자유로운 영혼은 벼슬을 하고, 나라의 직무를 맡는 소위 공무원과는 다른 결을 지닌 듯하다. 나라의 녹을 먹으려면, 필수적인 소양은 규칙적이어야 하며, 토 달지 말고, 본인의 직무에 충실해야 한다. 이백은 한때, 현종의 총애를 받아, 벼슬길에 오른다. 그러나, 당시의 궁중분위기는 자신의 포부와는 다르게, 현종의 치적을 칭송하는 시를 읊어야 했다. 시를 잘 읊는 그가 시를 읊는 것이 어려운 일인가? 싶겠지만, 황제에게 아부를 떠는 일은 그를 피로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천성이 자유로운 그가 하기 싫은 일을 오래 할 리가 없다. 보통사람들은 하기 싫은 일도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한다. 도덕적으로 옳고 그름도 제 나름대로 따지지만, 먹고살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일들도 많고, 눈 질끈 감고, 자신의 입과 손을 더럽힐 때도 많다. 이백은 이러한 범부와는 다른 사람이었다. 자신이 하기 싫은 것은 과감히 포기하는 결단력을 지녔다. 대충 현종 옆에서 그를 칭송하는 시나 읊어주면 될 일을... 이러한 이백의 세속과 타협하지 않는 깨끗함은 환관 고역사의 심기를 건드렸음에 틀림없다. 고역사의 미움을 받아 궁에서 나왔고, 그는 다시 방랑을 택한다. 은일자는 필연적으로 정치와 멀어질 수밖에 없다. 높은 기개와 이상은 오히려 경계의 대상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이백은 정치적 타협에서 멀어져 방랑을 시작하고, 당대 시성 두보와도 만나게 된다. 두 천재의 만남이 어땠을까? 두보와 헤어진 후 그는 도교에 귀의했다고 기록된다. 이백은 하늘에서 신선이 된 것일까? 신선이 살기에 이 세상은 너무도 탁하다. 그러나, 술을 좋아한 이백은 세상을 즐기다 갔을 것이다. 그에게 자유로움을 주었던 술과 시.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세상을 떠난 사람 같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곁에 두는 은둔자의 기질을 이백은 가지고 있었다.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성정이 세상과 통하지 않는다고 스스로가 분노하기도 했을터. 그러한 마음은 광기로, 예술로 승화되었다. 그는 분방함을 누린 사람이다. 광기는 그를 해방시켰다. 공자조차도, 광(狂)에 대해 다른 차원의 해석을 하였다. 공자는 광자(狂者)와 견자(狷者)를 구분하였다. 즉 “중도의 선비를 얻어 함께 할 수 없다면 반드시 광자(狂者)나 견자(狷子)와 더불어 할 것이다. 광자는 진취적이고 견자는 하지 않는 바가 없다”라고 하였다.- 논어 – 공자는 출사에 뜻을 둔 사람이다. 그렇지만, 공자는 애매한 사람은 싫어했던 듯하다.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 견자나, 궁극의 이치에 이르는 광자를 인정하였다. 이백은 뜻을 굽히지 않고, 강남의 각지를 돌아다니다, 종숙에게 의탁하여, 61세에 세상을 뜬다. 달그림자를 쫓다가 호수에 빠져 죽었다고도 전해진다. 달과 광기, 술, 시.. 이백은 한가로움을 애정한 사람이다. 세상 바쁠 것이 무엇 있을까? 한가롭게 달구경하며, 시를 읊는 이백의 삶이 오늘날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가 현대인이기 때문일까? 

                                        이백초상 - 출처네이버

                  이백초상 - 출처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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