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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육일칠 Jun 09. 2024

버츄얼 아이돌의 성대 결절은 당위적인가?

당신은 버츄얼 아이돌의 성대 결절을 정하는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가?


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를 <영상 문화 콘텐츠의 이해> 수업의 과제 발표 덕에 처음 알았다. '플레이브'는 AI 기술과 K팝 콘텐츠를 결합해 창조한 가상 아이돌 그룹이다. 애니메이션 캐릭터 정도가 아닌, 실제 아이돌처럼 팬도 있고 노래에 맞춰 춤도 추며, 팬들 앞에서 공연도 한다.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어색하게 움직이는 버츄얼 아이돌 그룹에 팬덤 현상이 나타나다니,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현상에 거부감이 들었다. 공연 엔딩 때는 진짜 사람처럼 헐떡임을 참는 모습까지 보여준다길래 '사람이 아닌데 왜 그렇게까지..?' 싶었지만,

 

오해가 있었다. 숨을 헐떡이는 건 실제 버츄얼 아이돌을 연기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었다. 사람이 춤을 추고 노래하는 만큼 버츄얼 캐릭터도 움직인다. 숨 헐떡임을  참는 건 연출이 아닌 진짜였다.


도대체 플레이브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서 유튜브를 켰다. 세상에나. 라이브를 하고 있었다. 라이브...? 라이브가 어떻게 가능하지?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지? 들어가 보니, 정말 몸만 버츄얼 캐릭터이지, 말하거나 움직이는 건 사람과 똑같았다. 다만 사람의 행동을 캐릭터를 통해 보여주는 것뿐. '오타쿠와 아이돌 팬 그 사이, 버츄얼 아이돌 팬덤'을 주제로 한 팀의 발표에서 버츄얼 아이돌의 장점을 소개했다.


인간의 결점은 없앴으나 인간적 면모를 보여주는 게 가장 큰 메리트다.

라이브 방송 중인 플레이브 멤버들. 출처 - 플레이브 공식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live/jYVVjJP1grw?si=c3JrPs2EYHkoLWnL

플레이브를 실제로 접하고 나니, 위 말이 일리가 있었다. 제작가 의도한다면 열애설, 마약, 군입대 등 인간이 가진 번뇌에서 비롯되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불로장생도 가능하다. 본인의 사생활은 보장받고 싶지만 아이돌 활동은 원하는 사람에겐 최고의 선택지다.

  

플레이브의 멤버를 연기하는 분들은 노래 및 안무를 직접 짠다고 한다. 음악적 감각이 출중하신지 노래가 너무 좋고 안무도 체계적이어서 놀랐다. 필자 기준에서는 아이돌 노래 중 보기 드문, 일상에서도 길을 걸으며 듣고 싶 노래였다. 레이브는 '츄얼 아이돌의 노래를 듣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는 편견을 압도적인 퀄리티의 노래로 깨부순다.


노래가 좋으니 스토리도 궁금해져서 나무위키를 찾아봤다. 멤버 예준이 성대 결절로 인해 활동을 최소화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캐릭터가 성대 결절이라는 설정인가..? 굳이 그런 설정을 넣을 필요가 있나? 아마 멤버 예준을 연기하는 분이 성대 결 걸리신 거겠지.


... 그런데 인간을 결점을 없앨 수 있음이 버츄얼 아이돌의 장점이 아니었던가? 건강에 영향을 받아 아이돌 활동을 못하는 건 인간의 결점을 보인 것이 아닌가?


아이돌 제작사 측은 '멤버 예준의 성대 결절로 활동을 쉬어갑니다'라는 공지를 띄울 수밖에 없다. 플레이브의 팬조차도 연기하는 분이 아프다는 걸 알고 있겠지만, 버츄얼 아이돌의 세계관에 과몰입해야 하기에, '예준 얼른 나'라고 얘기할 테다.  

 

물론 멤버 예준을 연기하는 분을 걱정하는 팬도 있다. 아무리 버츄얼 아이돌의 세계관에 충실해야 한다지만, 실제 사람의 성대가 결절된 상황에선, 레이브의 세계관 속 캐릭터가 아닌 현실 속 사람에게 위로를 건넨다.


세계관에 과몰입한 팬이라도, 버츄얼 캐릭터의 활동에 지장을 주는 인간의 결점까지는 받아들일 것이다. 캐릭터를 연기하는 분의 결혼과 같은 사생활은 버츄얼 캐릭터의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기에 숨길 수 있는 것.


버츄얼 아이돌의 성대 결절을 걱정하는 사람을 이해하려면,


1. 플레이브의 노래를 듣고 다고 느끼고 '버츄얼 아이돌을 통해서 노래 잘 부르시는 분의 성대 결절'에 안타까워하는 마음

2. 세계관에 과몰입해서 버츄얼 아이돌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팬의 마음


위 두 음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는 버츄얼 아이돌 팬덤이 위 두 마음을 각각 가진 팬덤 두 개가 존재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필자는 1에 가깝다. 하루 전만 해도 버츄얼 아이돌에 거부 반응을 보던 필자가 1로 변했고, 조만간 2로 변할지도 모는 것처럼, 신은 버츄얼 아이돌의 성대 결절을 걱정하는 사람을 이해하게 될지도 모른다.


표지 사진 출처 - MBCkpop 공식 유튜브 채널

https://youtu.be/T_gJpnjJsnk?si=_1KTSmNsZFvP6iI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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