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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날 못 타는 롯데월드 어트랙션

by 사육일칠

부산 롯데월드는 잠실 롯데월드와 다르게 100% 야외다. 그 덕에 날씨의 영향을 엄청 많이 받는다. 비 오는 날에는 손님이 너무 없어 조기 폐장을 하기도 하고, 적당히 따뜻한 날에 기분 좋아진 손님들이 몰려 쓰레기통이 터지기도 한다. 날이 너무 추우면 급류타기 보트를 띄우는 물이 꽝꽝 얼어 운행이 중단되기도 하고, 바람이 너무 많이 불면 회전그네의 운행이 중단되기도 한다. 날씨의 신에게 제사라도 지내야 할 판이다. 특히 롯데월드 모든 직원이 날씨의 신에게 간절히 기도드릴만한 일이 있는데, 바로 '얼음 썰매장' 운영할 때다.


이 얼음 썰매장은 말 그대로 얼음으로 만들었다. 석빙고에 있는 얼음을 하나하나 붙여서 거대한 판을 만들었다고 보면 된다. 겨울 한정 이벤트였기에 날씨가 따뜻해지면 자연스럽게 녹아 없어지는, 날씨 의존형 어트랙션이었다. 이벤트로 예정되어 있던 기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날이 따뜻해져서 얼음이 녹으면 어쩔 수 없이 썰매장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


안전청결 캐스트(안청)는 썰매장에 오시는 손님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오전에 출근해서 안청이 하는 일은 썰매장의 얼음이 녹아가는 모습이 야속해 '이거 어떡하냐...' 하는 관리자의 심정을 공감하는 척하는 것이다. 당시 썰매장 관리는 기존에 있었던 안청의 스케줄에 추가된 일이었기에, 빨리 썰매장이 철거되는 것이 캐스트 입장에서는 좋았다. 그렇다고 해서 "와 얼음 빨리 녹아서 썰매장 근무 안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투게더 한 통을 퍼먹다 보면 가장자리부터 녹는다. 썰매장 얼음 하나하나가 딱 그 투게더 같았다. 얼음 덩어리가 하나씩 가장자리만 녹다 보니 얼음판 전체에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썰매장에 손님이 많을수록, 날이 따뜻할수록 균열은 심해졌다. 그럴수록 안청은 얼음 조각으로 빈틈을 메웠다. 틈이 커질수록 썰매를 타는 손님들이 미끄러질 확률이 높아져서, 안청은 평소보다 손님을 예의주시해야 했다.


그렇게 예의주시하다 보니, 손님마다 썰매를 끄는 방식이 다름을 알 수 있었다. 보호자는 100cm 이하 어린이 손님을 썰매에 태우고 줄을 잡아 끈다. 썰매에 태운 어린이를 살피지 않고 앞만 보고 몇 바퀴 돌다가 썰매장을 나가는 보호자가 있는가 하면, 계속 어린이를 살피며 어린이가 안전한 선에서 최대한 재밌게 놀아주려는 보호자가 있었다. 썰매를 들썩이기도 하고, 코너에서 꺾기도 하고, 좌우로 흔들기도 하는 식이었다.

나중에 나도 아이를 낳으면 저렇게 재밌게 썰매를 태워줘야지... 싶다가, 한편으론 날씨에 따라 녹았다 얼었다 하는 썰매장을 관리하느라 피곤하니 빨리 철수했으면 싶기도 했다.


날씨가 추워야만 운영되는 썰매장이었지만, 다른 어트랙션과 달리 부모가 아이를 더 재밌게 해 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놀이기구도 타면서 썰매도 타고 싶다면, 부산 롯데월드를 겨울에 방문해 보길 바란다. 단, 날이 따뜻해져서 얼음이 다 녹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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