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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육일칠 Oct 27. 2024

롯데월드에서 타코야끼를 절대 먹을 수 없는 이유

타코야끼를 하루에 딱 한 시간 뒤집는 롯데월드 캐스트가 있다. 롯데월드에서 타코야끼를 사 먹어 본 적이 없는데 뭔 소리지, 싶을 것이다. 하지만 타코야끼는 롯데월드에서 하루에 2번, 30분씩 반드시 구워진다. 심지어 손님들은 타코야끼가 있는  그 장소, 그 순간에 가장 많이 몰린다. 렇다면 왜 당신은 롯데월드에서 타코야끼를 단 한 번도 사 먹어보지 못했을까?

  

타코야끼의 정체를 알고 싶다면, 퍼레이드가 행진하는 길을 고개를 숙여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약 2~3m 간격으로 동그라미들이 그려져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더 자세히 보면, 동그라미 안에 또 동그란 500원짜리 크기의 마개가 들어가 있다. 마개 중간에 있는 틈에 송곳을 찔러 넣어 뽁 하고 빼내면 빈 홈이 생긴다. 빈 홈에 긴 봉을 꼽아 넣는다. 물체를 빼내고, 봉을 꼽아 넣고, 물체를 빼내고, 봉을 꼽아 넣고... 이걸 약 20번 정도 반복하면, 2~3m 간격으로 봉들이 퍼레이드가 행진하는 길을 따라 설치된다. 그 봉들을 준비해 둔 줄로 연결하면, 손님과 퍼레이드 연기자의 공간을 구분하는 경계선이 완성된다.

퍼레이드 길에 경계선이 완성된 모습

눈치챈 분들도 있겠지만, 롯데월드의 타코야끼는 먹는 게 아니다. 홈 안에 채워져 있는 동그란 마개를 타코야끼, 줄여서 타코라 부른다. '마개'라는 표현보단 어감이 귀여운 타코가 더 나아 보인다. 마개를 빼낼 때 송곳을 쓰는 것도 타코야끼를 굽는 모습과 너무 닮아서, 안전청결 캐스트(줄여서 '안청'이라 하겠다)가 임의로 붙인 명이다. 누가 먼저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참 잘 지었다. 그 마개 자체를 의미함과 동시에, 마개를 타코야끼 뒤집듯이 빼내는 행동까지 자동으로 연상되기 때문이다. 덕분에 타코는 마개를 가리키는 명칭이기도 하면서, 타코를 빼는 역할 의미하기도 한다.


타코를 빼야만  홈에 봉을 꼽을 수 있다. 진짜 타코야끼는 밑부분이면 어디든 뒤집기 쉽지만, 롯데월드 타코는 정확한 틈에 송곳을 끼워 넣어야 빼낼 수 있다. 그 와중에, 봉을 꼽는 역할은 10살 아이의 키 정도 되는 무거운 쇠봉을 들고 타코 빼는 역할을 뒤쫓기 시작한다. 잘못하면 쇠봉으로 맞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필사적으로 타코에 송곳을 끼워 넣는다. 타코 빼는 역할이 일을 빨리빨리 하는 성격이고 봉을 꼽는 역할이 느긋한 성격이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미 타코를 다 빼놓고 봉을 꼽는 캐스트를 도와주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 반대라면, 봉 꼽는 캐스트는 "타코 빨리빨리 안 뽑고 뭐합니까아~"하고 재촉할 기회를 얻는다. 


퍼레이드가 끝나면 퍼레이드 경계선은 설치의 역순으로 철거된다. 설치가 타코를 뽑고, 봉을 꼽고, 줄을 감는 순이라면, 철거는 줄을 풀고, 봉을 뽑고, 타코를 집어넣는 순으로 이루어진다. 타코를 뽑으며 퍼레이드의 시작을 알리고, 타코를 집어넣으며 퍼레이드의 끝을 알리는 셈이다. 경계선을 설치할 때는 퍼레이드 시작 30분 전이라 퍼레이드 길에 손님이 몰려있지 않아 타코를 뽑는 게 수월한데, 철거할 때는 퍼레이드 행진의 끝자락을 안청도 손님도 따라가다 보니 손님을 뚫고 타코를 집어넣는 게 어려울 때가 있다. 손님의 발이 타코를 집어넣는 홈을 가리고 있으면, 큰 목소리지만 결코 짜증을 내는 게 아니라는 듯한 자본주의 미소를 지으며 "잠시만요~~" 하고 외친다. 어른 손님일 경우 발을 바로 빼지만, 어린이 손님일 경우 퍼레이드에 정신이 팔린 경우가 많아서 부모님이 어린이의 몸을 들어 치워 주신다. 부모님도 안청의 외침을 못 들으시면 그 홈은 건너뛰었다가 나중에 채우기도 한다. 시작하는 것보다 마무리를 짓는 게 더 어려운 것처럼, 퍼레이드를 시작할 때 타코를 빼는 것보다 마무리할 때 타코를 집어넣는 게 더 어렵다. 그래도 안청은 어떻게든 퍼레이드의 마무리를 짓기 위해 타코를 빈 곳 없이 집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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