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청결 캐스트는 쓰레기로 롯데월드의 관리자를 때릴 수 있는 특권을 가졌다. 관리자는 쓰레기를 퍼벅 하고 맞아도 당황스럽다는 눈빛만 보낼 수 있을 뿐, 혼을 낼 명분이 없어서 벙찐다. 바로 한 달에 한 번 꼴로 하는 '우의 수거 작업' 덕분이다.
놀이공원에는 웬만하면 후룸 라이드 같은, 물이 온몸에 튀는 어트랙션이 있다. 어드벤처 부산에는 그런 어트랙션이 두 개 있는데, '오거스 후룸'과 '자이언트 스플래쉬'이다. 두 어트랙션의 규모나 형태는 다르지만, 우의를 쓰지 않으면 온몸이 젖는다는 사실은 같다. 특히 겨울에 우의도 쓰지 않고 어트랙션을 탔다가 물에 흠뻑 젖은 채로 돌아다니면 감기 걸리기 딱이다. 여하튼, 3000원을 주고 산 우의가 어트랙션을 탈 만큼 타서 쓸모가 없어지면, 쓰레기통에 바로 버려지는데, 롯데월드 측에선 이를 재활용하고자 '우의 수거함'을 일반 쓰레기통 옆에 추가로 배치해 두었다.
사진 출처 : https://m.blog.naver.com/hi_my_daily/223224662784
우의는 살 때와 버릴 때의 부피 차이가 10배는 나는 녀석이다. 살 때는 고이고이 접힌 채로 비닐에 포장되어 한 손에 잡힌다면, 손님이 입은 뒤 버릴 때는 펄럭이듯 펼쳐진 채로 구깃구깃 쓰레기통에 들어가 거품처럼 커져 있다. 안전청결 캐스트-줄여서 안청이라 하겠다-는 이렇게 거품 같은 우의 녀석들을 최대한 부피를 줄여서 수거한다. 부피를 줄이려면 체중을 실어서 위에서 아래로 비닐을 눌러 공기를 빼낸 뒤, 재빨리 묶어버린다. 고기를 수비드 할 때 비닐 안의 공기를 최대한 빼내는 것과 비슷하다.
수거를 했다고 끝이 아니다. 그 쓰레기를 수거해서 모아두는 곳을 '플랜트 박스'라고 하는데, 그 박스에서 또 쓰레기를 수거해서 롯데월드 외부에 있는 거대한 쓰레기 정리장인 '슈트장'에 쌓아 놓는다. 쌓아 놓은 쓰레기가 웬만한 주택만큼 높아지면, 안청 인원 5명 정도를 차출해서 쓰레기 차가 거대한 집게로 쓰레기를 가져갈 수 있게끔 밖으로 던져주는 작업을 한다.
좌 : 쓰레기를 쌓는 모습 우: 쌓인 쓰레기를 밖으로 던지는 모습
이때, 가끔씩 관리자도 같이 따라와서 우의 작업을 할 때가 있는데, 만약 관리자가 평소에 일을 많이 시키고 힘들게 했다면 그때가 관리자에게 소심한 분풀이를 할 기회다. 이게 가능한 건, 우의가 뭉쳐 있는 쓰레기봉투를 5명이서 빠르게 밖으로 던지기 때문이다. 안 쪽에서 바깥쪽으로 봉투를 옮기는 작업이라, 정신없이 던지다 보면 바깥을 담당한 사람의 몸을 정통으로 맞추기도 한다. 물론 고의는 절대 아니고, 던지다 보면 팔이 아프고 힘들어서 힘도 방향도 어긋나서이다. 맞은 사람은 어이가 없으면서도, 이 작업은 그럴 수도 있겠다 싶으니 얼렁뚱땅 넘어간다. 캐스트가 관리자를 맞춘 건 고의가 아니었겠지만, 맞추고 나서 사과를 드린 뒤 은근한 통쾌함을 느꼈다면, 그 통쾌함을 작업을 같이 하는 다른 캐스트들도 느꼈다면, 한 번쯤은 맞을 만한 필요가 있는 관리자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자이언트 스플래쉬가 아닌 우의 스플래쉬를 즐기고 나면, 안청의 커스튬은 물뿐만 아니라 오물로 엉망이 되어 있다. 우의 수거함에 착각해서 먹다 남은 음식을 버릴 때도 있어서, 우의가 담긴 봉투엔 우의뿐만 아니라 온갖 이물질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곧바로 샤워를 하지 않으면 길을 물어보는 손님께 냄새를 풍길 테다.
커스튬 관리실(줄여서 '커관')에 옷을 또 빌리러 간다. 관리실에서 일하는 캐스트는 더러워진 옷을 입고 몰려오는 5명을 보곤 에휴, 또 옷 준비해줘야 하네 하고 옷 사이즈를 먼저 안청들에게 물어본다. 커관 캐스트는 오랜 시간 동안 근무한 사람의 옷 사이즈는 이미 꿰뚫고 있다. 그걸 아는 한 안청 캐스트는 "늘 먹던 걸로"라고 말하곤 했고, 커관 캐스트는 콧방귀를 뀌고는 알맞은 사이즈를 준비해 준다. 그렇게 옷을 받고 탈의실에 있는 샤워실에서 몸에 묻은 오물을 씻어낸 뒤, 커관 캐스트가 맞춤으로 준비한 커스튬을 입으면, 비로소 우의 수거 작업이 끝이 난다. 다음엔 어떤 관리자를 쓰레기로 때릴 수 있을지 기대된다. 얼른 손님들이 물을 맞는 어트랙션을 많이 타서, 우의를 많이 버려줬으면. 우의가 산더미만큼 쌓여서 관리자든 캐스트든 서로 쓰레기로 때릴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힘들긴 하지만 재밌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