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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볕 Oct 29. 2020

사랑의 정의

할머니한테 물었다.

“할머니, 사랑은 뭘까?”


할머니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사랑은 첫째로는 그리운 거야. 뭐니 뭐니 해도 그리움이 있어야 사랑이지.”


할머니의 입에서 사랑에 대한 정의가 저리도 확신에 차 나오다니.

흠칫 놀랐지만, 태연한 척 다시 물었다.

“예를 들면?”


“네가 이렇게 우리 집에 올 때, 나는 너 간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벌써 그립거든. 사랑이 없으면 그렇지 않지. 그런 게 사랑이지 않겠냐.”     


할머니 집에 머무르다 떠날 때, 할머니는 항상 아파트 복도에 나와 내게 힘차게 손을 흔들고 서 있다. 그리곤 내 모습이 점이 돼 사라질 때까지 바라본다.


나는 더우나 추우나 슬리퍼를 끌고 나온 할머니가 안쓰러우면서도 내심 그 온기가 좋다. 들어가시라 격하게 손을 내젓지만, 얼굴에 피어나는 웃음은 숨길 수 없다. 이쯤 되면 들어가셨겠지, 하고 돌아보면 할머니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선 채 힘차게 손을 흔든다.


할머니는 그랬다. 내가 뒤돌아볼 때, 여태껏 나를 혼자 둔 적이 없었다.

문을 나서는 순간, 할머니의 사랑은 그리움으로 물들어 내가 걷는 길을 따라온다.

 

그러니까 할머니의 말대로 사랑은 그리움이요, 그리움은 사랑이다.

사랑이란 것엔 끊김도, 끝도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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