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한테 물었다.
“할머니, 사랑은 뭘까?”
할머니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사랑은 첫째로는 그리운 거야. 뭐니 뭐니 해도 그리움이 있어야 사랑이지.”
할머니의 입에서 사랑에 대한 정의가 저리도 확신에 차 나오다니.
흠칫 놀랐지만, 태연한 척 다시 물었다.
“예를 들면?”
“네가 이렇게 우리 집에 올 때, 나는 너 간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벌써 그립거든. 사랑이 없으면 그렇지 않지. 그런 게 사랑이지 않겠냐.”
할머니 집에 머무르다 떠날 때, 할머니는 항상 아파트 복도에 나와 내게 힘차게 손을 흔들고 서 있다. 그리곤 내 모습이 점이 돼 사라질 때까지 바라본다.
나는 더우나 추우나 슬리퍼를 끌고 나온 할머니가 안쓰러우면서도 내심 그 온기가 좋다. 들어가시라 격하게 손을 내젓지만, 얼굴에 피어나는 웃음은 숨길 수 없다. 이쯤 되면 들어가셨겠지, 하고 돌아보면 할머니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선 채 힘차게 손을 흔든다.
할머니는 그랬다. 내가 뒤돌아볼 때, 여태껏 나를 혼자 둔 적이 없었다.
문을 나서는 순간, 할머니의 사랑은 그리움으로 물들어 내가 걷는 길을 따라온다.
그러니까 할머니의 말대로 사랑은 그리움이요, 그리움은 사랑이다.
사랑이란 것엔 끊김도, 끝도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