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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나 Dec 05. 2022

PM으로 일하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

PM인생 전체를 회고하면서 생각난 뿌듯한 순간들

매년 다가오는 회고의 시간, 일 년 중 가장 차분해지는 시기인 것 같다. 오로지 나의 성장을 돌아보는 시간이고, 또 반성하고 칭찬하는 시간이고, 내년을 계획하는 가슴 벅찬 시간이기도 하다. 정말 2022년 회고는 다음 글에 적도록 하고, 오늘은 뿌듯한 순간들이 너무 많은 한 해였어서 PM으로 일을 하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들로만 채워봤다. 

 

요구사항을  만족한 기획을 했을 때 


 저희가 요구한 내용이 모두 잘 녹아 있는 것 같아요

이직 후 첫 기획서 리뷰를 마치고 들었던 말이다. 진행을 하면서도 ‘내가 과연 잘 이해를 하고 기획하는 걸까?’, ‘프로젝트가 엎어지거나 방향성이 완전히 달라지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깔려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 말을 들었을 때 그동안 했던 고민들이 싹 녹아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물론 그 회사에서는 처음 했던 기획이라서 많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이 말을 들었을 때만큼은 굉장히 뿌듯했다.


우리는 글을 잘 읽고 이해한다고 생각해도, 사실은 그 글이 담긴 의미와, 그 요구사항을 만족하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하는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을 그려 나간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독해능력이 떨어진다는 말이 아니라 그만큼 사람마다 일하는 방식에 따라 사고방식이 따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예를 들어 심플하게 해 달라는 말을 누군가는 ‘불필요한 기능을 삭제해달라’고 이해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톤 앤 매너를 단순하고 보기 깔끔하게 해 달라’는 말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래서 요구사항을 만족하는 기획을 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것 같다.


PM은 여러 사람들과 협업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내가 지금 대화하는 이 사람이 어떤 일을 해왔고 어떤 업무를 맡은 사람인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물론 지금도 말속에 숨은 의미를 파악하기는 정말 어렵다고 느낀다.



서비스의 A to Z를 기획했을 


처음 1년 반 동안 일 했던 스타트업에서는 스마트워치와 스마트 체중계를 판매했었다. 비교적 고가의 기기들이다 보니, 입출고와 재고관리가 중요했다. 그래서 물류 관리 시스템을 기획하기로 결정하고, 나는 평생 사용해보지도 않았던 물류 어드민 시스템 기획을 맡았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을 했던 건 처음이었다. 시니어 풀 스택 개발자, 9년 차 재무팀장님과 팀이 되어 진행했는데, 주니어인 나에게는 마치 어벤저스와 초등학생이 한 팀이 된 느낌이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그분들은 나를 1인분의 역할을 하는 기획자로 생각하고 믿어주었고, 이에 힘입어 더 책임감을 가지고 끝까지 기획을 잘할 수 있었다. 


1년가량 지난 지금은 내가 기획했던 물류시스템을 리뉴얼해서 반 자동화된 시스템 속에서 실무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기획을 했지만 사용하지 않으면 어쩌지 걱정을 했지만, 사용성을 높여 잘 쓰고 있다는 소식에 다행이다 싶었다. 하지만 올 해에는 프로덕트를 A to Z로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할 기회가 회사에서는 없었기 때문에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해서 그 욕구를 채웠다. 역시나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되는 모습을 볼 때면 벅차고 뿌듯하다. 끝나고 나서 돌아보면 디자이너, 개발자와 계속 붙어서 진행하기 때문에 배우는 것도 많다.


사이드로 진행한 프로젝트 기획안 중 일부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한 경험은 앞으로 다른 서비스를 맡더라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지금도 경험이 부족하다고 항상 느끼지만 그래도 끝까지 프로덕트를 책임지고 끌고 나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고 있다. 


내가 성장한 것이 보일 


일에 치여 하루하루를 살다 보면 문득 ‘내가 뭐 하는 거지?’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1년 전 내가 어땠는지를 돌아보면 도움이 된다. 1년 전 나는 물류 어드민을 기획하고 있었는데, 만약 지금 그 일을 했다면 어땠을까? 그때처럼 주먹구구식으로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1년 전의 나는 기획서도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 지를 몰라서 엑셀로 기획서를 작성했었다. 또 데이터 구조를 고려하지 않고 기획을 해서 개발자에게 혼란을 주는 기획서이기도 했다. 얼마나 디테일한 부분까지 잡아줘야 하는지도 감을 잡지 못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한 화면에 15개씩 100개의 row를 스크롤다운해서 보여주고, 100개가 넘어가면 페이징 처리를 한다는 등의 디테일까지 잡아내지 못했던 것 같다. 어드민에 업로드하는 엑셀 파일 형식도 왜 잡아줘야 하는지 몰랐던 것 같다.


지금 내가 그 일을 다시 하게 된다면, 먼저 다양한 어드민 형태를 리서치해보고, 레퍼런스가 될 만한 어드민을 분석했을 것 같다. 이후 기획서를 작성할 때는 UI를 보여주기 어려운 엑셀보다는 ppt나 피그마를 통해 웹 화면을 설계하고, 화면 별 디테일한 요구사항을 넘버링해서 보여줄 것 같다. 업로드나 다운로드하여야 하는 엑셀 파일이 있다면 헤드명과 서식, 예시까지 개발자가 물어보기 전에 먼저 정해서 첨부했을 것 같다. 


이렇게 1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면 내가 어떤 부분에서 성장을 했는지가 보이는 것 같다. 만약 1년 전의 나보다 지금 성장했다면, 다시금 내가 잘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다시 나아갈 힘이 생기는 것 같다. 올 해도 12월의 마지막이 다가오는데 여유롭게 회고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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