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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나 Mar 19. 2023

내가 대학생 때 1천5백만 원을 모은 현실적인 방법

얼마를 모았냐 보다 그 과정에서 배운 게 훨씬 많았다. 

열심히 재수까지 해서 간 대학교. 대학교를 붙고 나서 사회에서 만난 누군가에게 들었던 말 중에서 가장 충격적인 말이 있다.


내 친구들 중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 가서 대기업 간 애가 제일 가난하더라고

대학교 입학식 전에 사회에서 만난 사람에게 들었던 충격적인 말이었다.

막 대학교에 입학한 나에게는 되게 자극적인 말이었고

내가 선택한 길이 잘못된 길인가 싶었고, 사실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사업을 하고 큰돈을 벌고 싶었던 나는 '사업이랑 그나마 제일 관련 있는 학과는 경영학과야'라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경영학과를 재수해서 지원한 거였다. 공부 잘하면 칭찬해 주던 부모님을 보면 대학교는 붙어주자 싶었고, 근데 마음속으로는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만 하루종일 하고 있었다.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생각이 일찍이 있었기 때문에 "공부 잘하는 놈이 젤 가난하더라"는 말을 반증하고 싶었다.


그래서 대학교 가고 대기업 가서 가난하게 사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 대학생 때부터 일단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조그만 게 잔머리 참 잘 굴렸다 싶다.



대학생 때 용돈 번 방법


1. 장학금 닥치는 대로 신청하기

일단 개강시즌이 되면서부터 학교 공지에 '장학금'키워드로 검색해서 모든 장학금 내역을 매일같이 봤다.

당시 한 학기에 10개가 넘는 장학금이 올라왔는데, 전공공부에 관심이 없던 나는 성적장학금은 스킵하고, 지원자격이 되는 모든 장학금을 다 넣었다. 자격이 안 되는 장학금도 다 넣었다. 


장학금은 주는 사람의 의도를 잘 생각해 보면, 무엇보다 간절한 친구들에게 주기 위함이다. 내가 재단장이라고 생각해도, 당연히 간절하게 이루고 싶은 꿈이 있고 그걸 도와줄 사람이 필요한 친구들에게 주고 싶을 것 같다. 이걸 잘 모르는 친구들이 많아서 다행이다 싶었다. 


나름 논술전형으로 들어와서 글 쓰는 재주 하나는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어떤 사정인지, 앞으로 큰 꿈을 이루고 싶은데 도와주셨으면 좋겠다는 편지와 함께 지원동기를 진심을 담아서 써서 내면 5개 중 2~3개는 무조건 붙었다. 창업 관련 장학금도 있어서 모두 신청했고, 모두 붙었다. 장학금 한 개에 50만 원에서 몇백만 원까지 있기 때문에 합하면 한 학기 학비정도는 됐던 것 같다. 진짜 꿀팁이라서 아무한테도 말 못 했고, 말해도 자격이 안 된다며 포기부터 하던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난 이제 대학생이 아니니깐... 혹시 내 글을 보는 간절한 꿈이 있는 대학생이 있다면 도전해 보면 좋겠다.


2. 대회 도전하기

창업에 관심이 있던 나는 국내에서 1등 하면 해외를 공짜로 가서 피칭도 하고, 상금도 준다는 말에 바로 신청했다. 원래부터 관심이 많았었기 때문에 1등을 했고, 해외에 가는 비행기, 숙소, 식비, 용돈 모든 것을 지원받았고 상금도 받았다. 중국 상하이에 가서 피칭을 하고 남은 일정은 돌아다니면서 여행을 즐겼던 기억이 너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정확한 상금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크지는 않았고 150~300만 원 사이였던 것 같다. 


3. 아르바이트하기

호주에서 스카이다이빙 하고 싶어서 시작했다. 버킷리스트 1순위였던 나의 순수한 마음이었기에... 휴학을 하고 알바를 했다. 이때 정말 땀 흘리면서 가혹한 세상에서 돈을 버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깨닫게 되었다. 당장 2달 일하고 번 돈은 400만 원 남짓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건 더 컸다. 매장은 '운영한다'는 티를 내야 하고, 손님에게는 오면 바로바로 기대하는 행동을 해줘야 한다는(물을 주거나 반찬을 앉자마자 줘야 한다.) 것, 술을 손님상에 엎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직원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자잘하게 혼내기보단 사명감을 심어줘야 한다) 등 더 값진 것들을 배우게 되었다. 


대학생 때 1달이라도 꼭 해봤으면 좋겠는 게 바로 서빙알바다. 대신 같이 일하는 직원들과 친해질 목적이라면 안 하는 게 좋고, 사장이랑 친해지는 게 제일 좋다. 그들의 생각을 배울 수 있다.


4. 과외하기

보통 아는 사람의 소개로 과외를 하지만 나는 아는 사람이 없었다. 부모님은 내 성적에는 관심 있어도 학업엔 큰 관심이 없었어서 아는 '엄마친구아들'이란 없었다. 그래서 숨고에 가입해서 영어회화과외를 모집했다.

사실 영어를 잘하지는 않는데, 영어로 피칭을 했을 때 TED로 공부했던 부족한 영어실력을 내세우면서 모집했다. 그런데 40대 초반 남자분이 비즈니스영어과외 의뢰를 했다. 어른을 상대로 한 첫 과외라 너무 떨렸지만, 배우고자 하는 의지에 반해 나도 더 열심히 준비해서 수업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사촌동생 영어/수학 과외를 했다. 내가 얼마나 잘 가르칠 수 있는지 어필해서 1달 우선 해보기로 했고, 나름 수능 영어/수학은 1등급이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을 속성으로 알려줬다. 매일 과외 끝나고 사촌동생이 어땠는지 리포트도 적어서 줬었던 기억이 난다. 뭐든 받은 돈의 가치보다 큰 가치로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은 이때 생겼던 것 같다.


5. 주식/코인 투자하기

당시 주식과 코인이 호황기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ㅎㅎ 잘 알고 투자한 건 아니었다. 주식은 언니오빠들이 하는 걸 보고 멋있어 보여서 나도 해보고 싶어 시작했는데, 힘들게 모은 돈이었기 때문에 30만 원 넣고 -> 다음날 바로 팔고 이런 식으로 단기투자를 했다. 일주일정도 했는데 아마 30만 원 정도 벌었던 것 같다 ㅎㅎㅎ(이걸 안 팔고 가지고 있었어야 하는데...)


코인은 호주여행 갔을 때 친해진 인도인이랑 국가 간 코인거래를 했었다. 돈이 많은 친구였는데, 비트코인을 한다길래 우리나라 시세를 봤다. 잘 기억 안 나는데 당시 300만 원? 정도 했던 것 같다. 근데 호주는 200만 원 정도였다. 그래서 '나한테 좀 주면 내가 한국에서 팔아서 10% 떼어서 돌려줄게" 했는데 흔쾌히 호주달러로 300만 원어치 코인을 줬다. 그걸 팔아서 50만 원 정도 벌었던 것 같다. 큰돈은 아니었지만, 국가 간의 시세의 차이로 돈을 벌 수도 있구나 하는 걸 알게 된 계기였다.


6. 공모전 하기

공모전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2학년 때 무렵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할 줄 아는 건 비즈니스모델을 잘 만드는 것, 스토리텔링하는 것밖에 없었던 내가 할 수 있는 공모전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기도 했다. 그래서 '프로시드'라는 대학교 동아리를 들어가서 무작정 배워보고자 했다. 스터디도 많았지만 사실 스터디는 큰 흥미가 없었고, 공모전을 하고 싶은 생각이 컸다.  그래서 4개 정도 공모전에 나가서 모두 상을 탔었다. 상금이 크지는 않아서 많이 아쉬웠지만, 기획이라는 걸 어떻게 해야 하고, 논리를 어떻게 정리해서 보기 좋게 보여줘야 하는지, PPT활용능력, 스토리텔링능력 같은 걸 배웠기에 좋았다. 


대학교 졸업시즌에는 동아리가 아닌 친구들과 공모전을 도전해보기도 하고, 혼자 어도비 XD, 일러스트레이터 툴을 배워서 공모전에 나가서 200만 원 상금을 받기도 했었다. 


7. 산학협력으로 6개월 인턴 하기

4학년이 되기 직전 산학협력으로 인턴을 경험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평소에 해보고 싶었던 경영컨설팅 회사를 바로 신청을 했고, 합격해서 일을 하게 되었다. 일을 하는 6개월 내내 너무 바쁘고 남자친구를 사귈 시간도 없어서 일만 했더니(ㅋㅋㅋ웃프다), 밥값+커피값 30만 원 빼고 150만 원을 6개월 동안 저축해서 총 900만 원을 모을 수 있었다.




제일 중요한 건 이렇게 노력해서 돈을 벌었다는 것도 있지만, 이걸 쓸데없는 데에 쓰지 않고 저축했다는 거였다. 저축은 재수생활 때 부모님에게 죄송해서 하루에 만 원으로 살기를 했던 때 몸에 베여있어서 어렵지 않았다. 예쁜 옷이나 화장품을 사보기도 했지만 1학년 이후로 흥미가 떨어져서 잘 사지 않았던 것 같다. 


꾸미는 데에 흥미가 떨어졌던 이유는 관심사가 아니었던 이유도 있지만, 20대 초반만이 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 때문이었다. 아무거나 입어도 아무거나 발라도 예쁘도록 나를 가꾸는 거다. 비싼 옷과 화장품을 살 돈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은 적당히 먹고 운동을 해서 몸매를 가꾸는 방법밖에 없다. 나는 아침 먹는 게 귀찮아서 자동으로 살이 빠졌었지만, 동시에 운동을 조금이라도 꾸준히 했던 게 잘했던 점 중 하나였다. 라인이 예쁘지 않으면 뭘 입어도 저렴해 보이고, 라인이 예쁘면 뭘 입어도 예쁘기 때문에 하체운동, 복부운동만 자주 해줘도 사실 20대 초반에는 뭘 입어도 예쁘다.(진짜 20대 후반에 들어선 아줌마가 보기에... 20대 초반 대학생은 그냥 쌩얼도 너무 이쁘다ㅜㅜ너무 이뻐ㅜㅜㅜㅜ)


계속 말하지만 이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어도 제일 중요한 건 소비습관을 늘리지 않는 거다. 소비는 중독과도 같아서 더 쓰면 그전에 했던 소비로는 충족되지 않고 점점 더 큰 소비를 하게 된다. 무조건 라면 먹고 버티라는 게 아니라, 소비함으로써 얻는 행복의 크기가 지출하는 돈의 크기보다 작거나 짧은,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는다는 거다. 평생의 소비습관은 막 성인이 된 20대 초반에 시작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에 내가 자존감이 낮아서 친구들과의 비교에 눈이 멀어 더 예뻐지기 위해 번 돈을 펑펑 썼다면 절대 돈을 모을 수 없었을 거다. 


그 덕분에 4학년 1학기까지, 회사에 취직하기 전까지 온전히 내 힘으로 1,500만 원 남짓을 모을 수 있었고, 그 돈은 지금 나에게 더 큰 목표를 가질 수 있게 해 준 소중한 돈이고 경험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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