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아침의 추운 수영
2019년 12월의 방콕.
해가 쨍쨍하고 반팔에 반바지를 입어도 살짝 더운 날씨를 기대했는데, 춥다. 쪼리를 신지만 가디건도 챙겨야 하는 날씨. 선글라스를 가방에 챙기지만 긴팔을 고려하는 날씨. 그래도 좋은 리조트에 왔으니 이가 덜덜 떨려도 수영은 해야 한다며 배스 가운과 수영복을 챙겨 수영장으로 간다.
리조트의 수영장에 와서 수영을 한 것은 손에 꼽지만 마치 난 원래 이런 수영장에 익숙한 것처럼 물 한 병을 받아들고 안내하는 자리로 간다. 내 몸보다 큰 수건을 주길래 "싸와디카~"를 답하며 주섬주섬 의자에 설치하려고 하니 누군가 달려와 본인이 설치해 준다며 의자 위 얇은 매트리스를 수건으로 감싸준다. 리조트 수영장 많이 안 와본 티 났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아주 살짝 나 자신에게 서운해진다. 친구와 샤워실에서 수영복을 갈아입고, 다시 수영장으로 나온다. 아침인데다 몸이 살짝 젖어서 아까보다 더 추운 느낌이다.
이열치열 이한 치한. 조금 춥지만 들어가서 움직이면 안 춥다며 내가 먼저 수영장에 들어갔다. 안 추운척했지만 사실 정말 너무 추웠다. 그래도 물이란 건 언제 어디서나 같은 느낌을 줘서, 금세 익숙해졌고 하늘을 보며 둥둥 유영하기 시작했다. 억지로 파란 타일을 붙여 하늘 느낌을 낸 수영장 천정과는 비교되지 않는 끝없이 높이 뻗은 맑은 하늘을 이불 삼아 추운 물 위를 둥둥 떠다녔다. 해본 적은 없지만 맨몸으로 하늘을 날 수 있다면 딱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적당히 기분 좋은 저항을 느끼며 팔을 저으면 손끝까지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내가 신나서 물을 즐기니 친구는 예술가 정신을 발휘하여 얼굴만 나온 웃긴 사진도 찍고, 필터가 들어가 이쁘게 나오는 사진도 찍고 물 밖에서 신이 났다. 나도 따라 예술가 정신을 발휘해 면세점에서 급하게 산 수중 필름 카메라로 이리저리 사진을 찍는다. 아직 8시가 겨우 지난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해가 들었다 났다 해서 사진이 이쁘게 나오지 않을 걸 알지만 그래도 신이 난다. 아주 살짝 호 불어도 파도가 되는 물처럼, 물속에 있는 내 기분도 사진 하나에 햇살 한 줄기에 오락가락한다.
2020년 4월에 남긴 글
어쩐지 우울한 하루였나보다.
이 사진을 발견하고 끄적 끄적 글을 남기니 기분이 조금 나아졌던 것 같다.
첫 출근으로 걱정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던 오늘 생각난 글을 메모장에서 옮겨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