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보며 저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생각한다. 사랑을 속삭이고 있을지, 갈라설까 말까 싸우고 있을지, 바다를 보며 자신의 과거를 혹은 미래를 생각할지, 집에 두고 온 고양이를 떠올릴지, 투박한 발장난을 서로에게 치고 있을지 나는 알 수 없다. 다만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과 이에 도망치듯 저 멀리 빠진 바닷물과 함께 저들을 바라볼 뿐이다.
머리만,
내민 채 팔다리를 휘젓는 사람. 콩나물시루 마냥 오밀조밀 모여있는 무리에서 떨어져 조금은 깊고 먼 바다에서 헤엄치며 나를 쳐다본다. 나도 바라본다. 그리고
발만,
담가본다. 한 손에는 7.5유로짜리 쪼리를, 다른 한 손에는 100유로짜리 카메라를 들고 발목을 간질이는 파도를 느낀다. 모래는 나를 당기고, 파도는 나를 밀어내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곤란한 얼굴로 둥둥 떠있는 머리를 보니 어쩔 수 없다는 듯 나를 외면한다. 옷이 젖지 않을 만큼만 더 들어가 종아리를 스치는 파도를 다시 느낀다. 차갑다. 나도 머리만 둥둥 떠있고 싶은데 내 손에 있는 107.5유로가 나를 붙잡는다. 젖은 모래를 잔뜩 묻힌 채 바짝 마른 아스팔트 바닥으로 향한다.
햇볕은 여전히 뜨겁고 내 얼굴의 주근깨는 잘만 익어간다.
예전에는 싫었는데 요즘엔 허옇고 못생기고 퉁퉁한 내 맨발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