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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미 Sep 29. 2017

8월의 바닷가 이야기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보며 저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생각한다. 사랑을 속삭이고 있을지, 갈라설까 말까 싸우고 있을지, 바다를 보며 자신의 과거를 혹은 미래를 생각할지, 집에 두고 온 고양이를 떠올릴지, 투박한 발장난을 서로에게 치고 있을지 나는 알 수 없다. 다만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과 이에 도망치듯 저 멀리 빠진 바닷물과 함께 저들을 바라볼 뿐이다. 

머리만, 

내민 채 팔다리를 휘젓는 사람. 콩나물시루 마냥 오밀조밀 모여있는 무리에서 떨어져 조금은 깊고 먼 바다에서 헤엄치며 나를 쳐다본다. 나도 바라본다. 그리고

발만,

담가본다. 한 손에는 7.5유로짜리 쪼리를, 다른 한 손에는 100유로짜리 카메라를 들고 발목을 간질이는 파도를 느낀다. 모래는 나를 당기고, 파도는 나를 밀어내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곤란한 얼굴로 둥둥 떠있는 머리를 보니 어쩔 수 없다는 듯 나를 외면한다. 옷이 젖지 않을 만큼만 더 들어가 종아리를 스치는 파도를 다시 느낀다. 차갑다. 나도 머리만 둥둥 떠있고 싶은데 내 손에 있는 107.5유로가 나를 붙잡는다. 젖은 모래를 잔뜩 묻힌 채 바짝 마른 아스팔트 바닥으로 향한다. 


햇볕은 여전히 뜨겁고 내 얼굴의 주근깨는 잘만 익어간다. 
예전에는 싫었는데 요즘엔 허옇고 못생기고 퉁퉁한 내 맨발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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